보령바이오파마 인수 우협 선정...단독실사 진행
‘제과 1위’ 오리온, 중국 발판 바이오 출격
‘식품 1위’ CJ제일제당, 레드 바이오 도전장

 

○ 방송 : NBN 뉴스프라임 (2023년 2월 28일)

○ 앵커 : 이정미   

○ 기자 : 박종헌

국내 대기업들의 바이오 사업 진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래 산업'으로 꼽히는 바이오 분야로 영역을 확장해 지속적인 사업 성장을 이루겠다는 취지인데요. 관련 내용 박종헌 기자와 함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참치캔 동원참치로 유명한 동원그룹이 백신과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산업으로 손을 뻗고 있습니다. 기업 인수를 통해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선 것인데요. 인수에 나선 곳은 어디입니까?

보령그룹의 백신 전문 관계사인 보령바이오파마입니다. 동원그룹의 지주사인 동원산업은 지난 23일 보령바이오파마 최대주주인 보령파트너스와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동원산업은 향후 보령바이오파마에 대해 단독으로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그 결과에 따라 배타적 우선협상권을 부여받기로 했습니다. 동원산업은 이번 입찰에 참여한 원매자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보령바이오파마 적정 가치는 5000억원 안팎입니다. 동원산업은 이와 비슷하거나 조금더 높은 가격을 제안했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입니다.

 

질문: 식품업으로 커온 동원그룹이 갑자기 바이오사업 진출에 나섰습니다. 기존 사업과 관련성이 없어보이는데 시장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역시 의외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동원그룹은 바이오사업을 영위한 이력이 없습니다. 보령바이오파마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동원그룹의 첫 바이오 계열사가 됩니다.

동원그룹은 3년 전부터 미래 성장동력으로 바이오사업을 점찍고 인수 대상 기업을 물색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동원그룹은 지난해 11월 동원산업을 중심으로 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보령바이오파마가 상대적으로 탄탄한 바이오 기업으로 꼽혀 동원그룹의 눈에 들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제약사 보령의 관계사로 백신사업이 주력입니다. 국내에서는 전통의 명가 GC녹십자, SK바이오사이언스와 함께 3대 백신 기업으로 꼽힙니다.

실적도 준수합니다. 2021년 보령바이오파마는 매출 1391억원, 영업이익은 199억원, 영업이익률은 14.3%를 기록했습니다. 국내 백신 시장이 커지면서 2020년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고, 1400억원 규모로 외형을 키웠습니다.

 

질문: 동원그룹은 동시에 한국맥도날드 인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맥도날드와 보령바이오파마 인수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은 누구입니까?

동원그룹 창업주 김재철 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으로 파악됩니다.

2019년 동원그룹의 오너 2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되면서 김 부회장은 동원그룹의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그룹 내 핵심 과제로 세우고 신사업 투자를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M&A 성공 이력도 화려합니다. 2012년 알루미늄 포장재업체인 대한은박지 인수를 시작으로 2013년 산업용 특수필름업체 한진피앤씨, 2014년 포장재 업체 기업 테크팩솔루션, 2017년에는 동부익스프레스 인수까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원그룹은 지난해 3월 일반 지주사로는 처음으로 기업형벤처캐피탈(CVC)인 동원기술투자를 설립하고 최상우 대표를 자리에 앉혔습니다.

최 대표는 동원그룹 내 신사업을 검토하는 또 다른 핵심인물로 꼽힙니다. 동원기술투자에서 검토한 투자 건을 김남정 부회장이 재가하면 신속하게 투자를 진행하는 구조입니다.

 

질문: 그렇다면 보령이 보령바이오파마 매각에 나선 이유가 무엇입니까?

당초 보령그룹은 보령바이오파마를 주식시장에 상장시킬 계획이었습니다.

실제 보령바이오파마는 2021년 10월 미래에셋증권과 대신증권을 IPO 공동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 절차를 밟았습니다.

상반기 중 상장예비심사청구를 거쳐 4분기 상장이 목표였습니다. 상장작업 일환으로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낮추고 무상증자도 단행했습니다.

2021년 말 기준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450억원입니다. 자금조달 여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추후 투자를 늘려 백신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IPO를 추진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었습니다.

하지만 보령바이오파마는 IPO 일정을 연기했습니다. 글로벌 시장 환경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에 따른 증시 부진으로 IPO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는 분위기를 우려한 것입니다.

이번 매각은 보령그룹 3세 경영인인 김정균 보령홀딩스 대표의 경영권 승계와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1985년생으로 창업주 김승호 회장의 외손자이자 김은선 전 보령홀딩스 회장 아들입니다.

오너 3세인 김정균 대표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이뤄지려면 김 대표가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보령홀딩스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현금재원이 필요한데, 당초 보령바이오파마 IPO를 통해 해결하려 했으나 계획했던 상장이 진행되지 않은 것이죠.

업계는 김정균 대표를 중심으로 한 경영권 승계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한 재원 확보 차원에서 보령바이오파마 매각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질문: 김 대표가 보령바이오파마 매각 자금으로 신사업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김 대표는 우주 헬스케어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하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에선 단백질 결정이 바닥으로 가라앉지 않는 만큼, 균질하고 순도 높은 약물을 개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미국 머크(MSD)나 아스트라제네카(AZ), 일라이릴리 등도 우주에서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고요.

보령은 우주에서 신약을 개발하는 혁신 기업에 투자해 우주 헬스케어 연구 활성화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관련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목표입니다.

보령은 이전부터 우주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2008년 국내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에게 세포주를 전달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보령은 이소연씨와 함께 떠난 소유즈호에 보령의 세포주 3개가 함께 갔다고 밝혔습니다.

보령은 지난해부터 CIS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우주 분야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비롯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참가자들이 모여 향후 우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헬스케어 관련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한 장이라 보시면 됩니다.

이 프로젝트를 처음 구상하고 추진한 사람이 김정균 대표입니다. 평소 우주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김 대표는 2020년 미국 휴스턴에 있는 존슨우주센터에 방문하면서 CIS 챌린지를 처음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령은 지난해에만 우주헬스케어 투자에 약 770억원을 지출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말 자기자본 5042억원 대비 15.3%로 적지 않은 규모입니다.

김 대표가 우주헬스케어 사업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향후 추가적인 투자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각에서는 보령의 이같은 행보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

 

질문: 아직 인수가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보령바이오파마를 인수한다는 가정 하에 동원그룹의 바이오 사업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됩니까?

이번 인수가 최종 성사될 경우, 동원그룹은 기존 식품 사업과 연계한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체된 식품산업의 빈자리를 채우겠다는 김 부회장의 전략이자 도전으로 읽힙니다.

보령바이오파마가 이미 안정적인 매출을 내고 있는 만큼 동원이 인수하게 되면 새롭게 도전하는 바이오 사업을 운영하기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실제 보령바이오파마는 독감 백신 등 바이오 분야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된 제품군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됩니다. 완제 백신 제품을 갖고 있는 국내에 몇 안되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제대혈 보관과 유전체검사 사업도 갖고 있습니다.

 

질문: 최근 동원 뿐 아니라 식품 유통 대기업들의 바이오 진출이 활발한 것 같습니다. 또 어떤 기업이 바이오 진출에 나섰습니까?

먼저 GS입니다. GS그룹은 2020년 허태수 회장 체제에 돌입, 바이오 사업에 진출을 선언했고 2021년 8월 국내 대표 보툴리눔 톡신 기업인 휴젤의 경영권을 인수하며 2004년 LG그룹 계열 분리로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바이오 사업 진출을 알렸습니다.

지난해 4월 임시주총을 열고 그룹 오너 4세인 허서홍 GS부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습니다. 휴젤 인수를 마무리한 지 6개월여 만의 일이었습니다. 허 부사장은 GS가 휴젤을 인수할 때도 중추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리온도 앞서 글로벌 식품·헬스케어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하고 음료, 간편대용식과 더불어 바이오 사업을 3대 신사업으로 선정한 바 있습니다.

이에 중국 국영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과 함께 합자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를 설립했고, 지난해 2월에는 글로벌 백신 전문기업 큐라티스와 결핵백신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해 12월엔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습니다. 오리온바이오로직스는 국내 바이오기업인 하이센스바이오가 보유한 치과질환 전문치료제 기술을 도입하고, 제품 개발과 임상 인허가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다음은 CJ바이오사이언스입니다. CJ제일제당이 2021년 7월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기업 천랩을 983억원에 인수해 설립한 자회사입니다. 이듬해인 지난해 1월 공식 출범했습니다.

CJ그룹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바이오를 점찍고 화이트바이오, 레드바이오, 그린바이오 등 세 분야로 ‘삼각편대’를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레드바이오 중심에 CJ바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CJ바사는 오는 2025년까지 신약 파이프라인 10건, 기술수출 2건을 보유해 글로벌 1위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내놨습니다.

 

질문: 이렇게 대기업들이 바이오 업종을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성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향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더 강해졌습니다. 백신 등이 이슈가 되면서 바이오 사업에 대한 시장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반면 식품 부문은 실속이 줄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 부담이 연일 높아져 가는 가운데, 가격을 올려도 매출만 늘어날 뿐 영업이익은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곧 인구절벽도 예상됩니다. 내수 위주인 식품 기업에겐 큰 타격입니다.

식품 기업에 바이오는 좋은 돌파구인 셈입니다. 실제로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바이오 시장 분야는 올해 6792억달러 규모에서 2027년 9113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분위기도 좋습니다. 정부도 바이오 산업을 시스템반도체, 미래차와 함께 3대 신산업으로 꼽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바이오 산업 육성과 기업 성장을 위한 규제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질문: 대기업의 바이오 사업 진출, 장밋빛 전망을 기대해도 될까요?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전략적 접근이 없다면 장밋빛 미래를 담보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바이오는 시간과 투자가 오래 걸리는 사업입니다. 바이오 특성상 결과물이 회사에 수익을 안겨줄지도 불확실합니다. 바이오기업들은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수년간 적자를 감수하기도 합니다.

과거 한화·CJ·롯데 등이 발을 담갔지만, 도중에 사업을 접는 등 한때 바이오 분야가 ‘대기업의 무덤’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선 투자 후, 성과를 내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하는 데다 리스크도 크기 때문입다.

물론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르고,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 백신 위탁생산으로 실적 개선을 이루는 등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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