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2억 vs 1205억 내놔라…셀트리온·휴마시스 진단키트 공방
삼바·롯바 '인력 빼가기' 갈등…법적다툼 비화 조짐

 

○ 방송 : NBN 뉴스프라임 (2023년 2월 21일)

○ 앵커 : 이정미   

○ 기자 : 박종헌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연초부터 기업 간 갈등으로 시끌시끌합니다. 한두 업체가 아닌데다, 관련 주가도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데요.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롯데그룹이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2021년 설립한 롯데헬스케어가 정식 사업에 나서기 전부터 국내 한 스타트업과의 기술 도용 시비에 휘말렸다면서요?

네. 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는 지난달 18일 롯데헬스케어가 자사의 영양제 디스펜서 관련 기술을 탈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2019년 11월 설립된 알고케어는 영양제 카트리지가 장착된 사물인터넷 기반 기기에서 개인별 맞춤 영양조합을 제공하는 디스펜서 출시를 준비 중입니다.

영양제 디스펜서는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데요. 개인이 여러 가지 정기적으로 복용할 수 있도록 기기가 적정량을 제공해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알고케어가 ‘나스’라는 이름으로, 롯데헬스케어는 ‘필키’라는 이름으로 각각 제품을 개발해 출시를 앞둔 상태입니다.

사건은 2021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알고케어에 따르면 당시 롯데그룹 벤처캐피털 롯데벤처스와 롯데헬스케어는 알고케어가 개발 중이던 카트리지 방식 영양제 디스펜서 제품의 도입 등 투자를 하고 싶다며 알고케어 측과 미팅을 가졌습니다.

당시 롯데헬스케어 한 상무가 제품 개발 의사가 전혀 없고 자사 플랫폼에 알고케어 제품을 도입하는 등 투자하고 싶다며 제품 시연도 한 차례 진행했다는 게 알고케어 정지원 대표 주장입니다.

이 과정에서 롯데헬스케어가 투자 명목으로 알고케어가 개발 중인 카트리지 방식 영양제 디스펜서 '뉴트리션 엔진'과 사업전략 정보를 요구해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이후 양사는 견해 차이로 투자 논의는 중단됐습니다. 그리고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에서 롯데헬스케어는 '미래 먹거리'라며 맞춤형 헬스케어 플랫폼 '캐즐(CAZZLE)'과 전용 디스펜서인 '필키(Fillkey)'를 선보였습니다.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CES 현장에서 자사 '뉴트리션 엔진'을 두고 관람객들이 롯데와 똑같다는 말에 직접 찾아 봤다"며 "확인해보니 2021년 미팅을 통해 영양제 디스펜서에 대한 사업 전략 정보를 획득·도용해 캐즐을 개발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질문: 롯데헬스케어는 알고케어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까지 중재에 나섰다면서요?

그렇습니다. 롯데헬스케어 측은 신사업 검토 시점부터 이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을 기반으로 건강기능식품 소분 판매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는 입장입니다.

또 해외에서는 오픈형 디스펜서는 물론 카트리지 방식도 이미 쓰이고 있다며 해외에서 이미 시판 중인 보편적인 제품을 국내에서는 알고케어만 만들 수 있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알고케어는 이달 초 중소벤처기업부에 기술분쟁조정을 신청했습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등 3~5명으로 조정부가 구성될 예정인데요. 

기술분쟁조정은 중기부에 신청하면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독립적 분쟁조정위원회가 사실관계 등을 확인해 기술분쟁 양 당사자 간의 원만한 타협과 신속한 분쟁 해결을 돕는 제도입니다. 소송이 진행될 경우 통상 2~3년 걸리는 분쟁 해결 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조정 성립 여부는 양측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조정안이 나오느냐에 달렸습니다. 기술침해 인정 여부, 피해 보상 금액 등이 핵심입니다.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결국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이번 사안을 두고 중기부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도 롯데헬스케어 등에 대한 1차 현장 조사를 마치고 추가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질문: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셀트리온과 휴마시스는 소송을 불사한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갈등의 원인은 무엇입니까?

코로나 진단키트 계약 위반 여부가 쟁점입니다. 두 회사는 지난 2020년 6월 코로나 항원 신속진단키트 공동연구 및 제품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전문가용 항원 신속진단키트와 개인용 항원 신속진단키트 개발 및 상용화를 마치고 셀트리온 미국법인을 통해 미국 시장에 납품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가 된 계약은 지난해 1월 22일 두회사가 맺은 코로나 항원 진단키트 단일판매 공급계약입니다. 계약기간은 당초 4월 30일이었으나 시장환경 대응을 위해 12월 31일까지로 연장했습니다.

그러나 휴마시스는 셀트리온이 이 가운데 920억원 규모 공급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셀트리온이 판매 부진을 이유로 생산 중단 및 납품기한 연장을 요청했는데, 연장된 납기일이 다가오자 셀트리온이 일방적으로 단가 인하를 요구했으며 단가 인하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약 파기를 주장했다는 게 휴마시스 측 주장입니다.

반면 셀트리온은 지난해 4월부터 휴마시스와 논의를 지속해 왔지만 구체적인 합의안이 도출된 단계에서 휴마시스의 협상 거부로 적법한 절차를 통해 계약 해지를 통보했단 입장입니다.

이후 휴마시스에서 추가 협의 의사를 밝혀와 셀트리온은 휴마시스에 지난달 27일까지 협의안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끝내 협의안은 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질문: 그렇다면 두회사간 소송전은 얼마나 진행됐습니까?

셀트리온은 휴마시스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소장을 지난 13일 송달받았습니다. 

지난달 31일 셀트리온이 휴마시스를 상대로 코로나 진단키트 계약 위반에 관한 손해배상 및 선급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이후 14일 만입니다.

양측이 소송을 통해 요구하는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액도 다릅니다. 손해배상금으로 셀트리온과 휴마시스는 상대에게 각각 602억원과 1205억원을 요구했습니다.

셀트리온은 법적 절차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입니다. 휴마시스와 진행 중인 코로나 진단키트 계약 위반 소송에서 끝까지 사실을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휴마시스 역시 최근 김성곤 인콘 대표이사를 경영지배인으로 선임해 셀트리온과 소송전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질문: 국내 굴지 대기업의 바이오 분야 자회사들도 핵심 인재를 두고 싸움이 붙었습니다. 어디입니까?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입니다. 

두 회사는 영업비밀 및 인력 유출을 둘러싸고 대립 중입니다. 아직 소송전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갈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향후 법적다툼으로 비화될 조짐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달 초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지속적인 인력 유인활동을 즉각 중지해달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했습니다.

앞서 이미 두 차례 내용증명을 보낸 바 있습니다.내용증명은 법적 효력은 없지만 추후 법적 다툼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는 공식 문서입니다.

앞서 두 회사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 사업을 본격화한 지난해부터 영업비밀 침해 관련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2021년 8월 삼성바이오에서 10년간 근무한 이원직 프로가 롯데지주로 영입된 이후 지난해 롯데바이오 초대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습니다.

삼성바이오는 자사에서 롯데바이오로 이직한 3명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해 7월 인천지법의 일부 인용 결정을 받았습니다.

이후 석 달 뒤인 지난해 10월엔 인천지검이 삼성바이오 영업기밀 유출 의혹을 받는 직원이 근무 중인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롯데바이오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현재 이직자 3명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채용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질문: 제약바이오 기업 간 인력 빼가기와 이로 인한 다툼이 처음 보는 광경이 아닌데요. 과거에 어떤 사례가 있었습니까?

삼성이 바이오산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던 지난 2010년 당시 LG생명과학, 지금의 LG화학이 자사 임원을 영입한 삼성에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승소 판결을 받아낸 사례가 있습니다.

2021년엔 GC녹십자가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이후 이직하는 직원들이 늘어나자 상대 회사에 공문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성장세를 거듭하면서 인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요. 그러나 아직 국내 인력 양성 시스템이 부족하고 실무에 바로 뛰어들 수 있는 인력은 한정돼있어 경력직 쟁탈전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입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동일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모델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이 개발하는 바이오의약품의 개발과 생산을 지원하는 비즈니스입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서 만족할 만한 경력을 가진 인력을 구할 곳은 제한적이라는 평가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셀트리온, SK계열사 정도가 꼽힙니다.

업종은 다르지만, 2019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벌인 갈등 역시 ‘인력 유출’로부터 시작됐습니다. 

LG화학은 2019년 4월 자사의 핵심 인력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핵심 영업비밀이 유출됐다는 이유로 SK이노베이션을 국제무역위원회인 ITC에 제소했습니다.

2년 동안 치열한 공방을 벌인 끝에 지난해 4월 SK온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금 1조원과 로열티 1조원 등 총 2조원의 합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현금 1조원은 이미 지급했고, 올해부터 매출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 형태로 지급될 예정입니다.

질문: 다음은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입니다. 민사소송 1심에서 메디톡스가 먼저 웃었습니다. 대웅제약의 대응은 어떻습니까?

먼저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1부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대웅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하고, 대웅제약에 400억원 손해배상을 명령했습니다. 

또 대웅제약에 해당 균주를 활용해 만든 완제품을 폐기하도록 명령하고, 관련 제조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이에 대웅제약은 법원의 오판이라며 집행정지 신청 및 항소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수요일이죠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2민사부는 대웅제약이 제출한 민사 1심 판결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관련 항소심 판결 선고까지 집행정지를 인용했습니다.

보툴리눔 톡신 판매 중지 위기에 몰렸던 대웅제약은 일단 한숨 돌리게 된 모양새입니다.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나보타 제조·판매를 포함한 모든 사업을 정상 진행할 계획입니다.

항소 역시 완료했습니다. 대웅제약은 지난 15일 제61민사부의 판결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했습니다.

질문: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으로 대웅제약이 급한 불은 껐습니다. 하지만 아직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입니까?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인 나보타 앞에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증권사들은 현지 유통 및 영업·마케팅을 담당할 파트너사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는데요.

하나증권은 이번 민사소송 1심 패소로 나보타의 중국진출 관련 불확실성도 커졌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대웅제약은 연내 중국 품목허가 획득이 목표이며, 집행정지 인용으로 나보타 사업이 정상적으로 가능한 만큼 인허가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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