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개국 1600여개 기업 참석···기술이전 등 논의
한미약품, 전문인력·시스템 앞세워 CMO 수주 기대

 

○ 방송 : NBN 뉴스프라임 (2023년 3월 21일)

○ 앵커 : 이정미   

○ 기자 : 박종헌

유럽 최대 제약바이오 행사인 ‘바이오 유럽 스프링 2023’이 막을 올렸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열린 지난 행사들과 달리 대면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또 다른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요. 관련 내용 박종헌 기자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먼저 바이오 유럽 스프링은 어떤 행사입니까?

바이오 유럽 스프링은 유럽 최대 규모의 제약·바이오 업계 파트너링 행사입니다. 올해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립니다. 지난 20일 개막하여 22일까지 사흘간 진행됩니다.

바이오유럽은 1995년부터 매년 전세계 50여개국 다국적 제약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제약바이오 업계 대표 연례행사입니다. 신약 후보물질의 기술수출 등 비즈니스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SD, 노바티스, 사노피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참석하며, 오프라인 행사 후에는 28일부터 30일까지 온라인 미팅이 예정돼 있습니다.

올해 행사에는 약 50개국 1600여개 기업이 참석한 것으로 집계됩니다. 총 3200명가량이 참석한 올해 행사는 투자자와 연구개발 회사 등 참여자를 위한 다양한 부문의 행사도 진행됩니다.

특히 한동안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에 집중됐던 시선이 다시 신약 연구·개발로 이동 중인 가운데 이번 행사를 통해 각 회사의 핵심 파이프라인이 부각될 전망입니다.

 

질문: 국내에서도 수십 곳이 바젤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번 행사에서 발표 기업으로 선정된 곳이 있다면서요?

주인공은 면역치료제 개발 기업 샤페론입니다. 샤페론은 핵심 기술과 주력 파이프라인 개발 현황을 소개할 계획입니다.

임상 결과를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파트너십 미팅을 통해 기술수출 등 전략적 파트너십 발굴에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샤페론은 독자적인 염증복합체 억제제 기술을 기반으로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누겔’과 코로나 치료제 ‘누세핀’,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누세린’을 개발 중입니다.

회사의 주요 파이프라인 중 하나인 누겔은 현재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습니다. 샤페론은 누겔에 대한 치료 반응성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지난해 말 특허 출원한 바 있습니다.

코로나 폐렴 치료제 누세핀은 현재 다국가 임상 2b/3상을 진행 중이며, 지난 1월 말 임상2b상 시험을 위한 환자 모집을 완료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차세대 파이프라인으로 개발 중인 나노바디 기술 기반 PD-L1/CD-47 타깃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파필릭시맙’과 차세대 염증복합체 억제제에 대한 기술수출 논의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질문: 국내 대표 제약사인 한미약품이 최근 바이오의약품 개발 생산 역량을 토대로 위탁생산(CMO)과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진출을 알렸는데요. 이번 바이오 유럽 스프링에서도 적극적인 수주 활동에 나섰다면서요?

그렇습니다. 한미약품은 비즈니스 미팅을 통해 바이오의약품 상업 생산에 최적화된 평택 바이오플랜트의 첨단 대형 제조설비, 최대 1만2500리터 규모 배양기와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전문화된 인력 및 시스템 등을 알릴 계획입니다.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현재 완제의약품 기준으로 연간 2000만개 이상의 프리필드시린지 주사기를 제조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8년 완공된 바이오플랜트 2공장 내에는 CMO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설비를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갖추고 있어 글로벌 제약사의 대규모 CMO 발주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동물세포 배양 기반의 설비를 갖춘 국내 주요 CMO 회사들과는 달리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미생물 배양을 이용하는 제조설비를 갖추고 있어, 이 같은 방식으로 만드는 바이오의약품을 빠르고 경제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는 설명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DNA 및 mRNA 백신도 대규모로 제조 가능합니다. 원료 및 완제의약품 제조와 품질 시험, 허가자료 작성까지 가능한 '엔드 투 엔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합니다.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지난해 9월 미국 FDA 시판허가를 받은 바이오신약 ‘롤베돈’을 생산해 미국 현지에 공급하고 있으며, 글로벌 제약사인 미국 MSD가 개발중인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 후보물질의 임상용 제품을 만들어 해외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질문: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CMO라고 하죠. 의약품 위탁생산 사업이 대세로 떠오른 것 같습니다. 다수 기업이 이미 사업에 진출했거나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인데요. CMO 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CMO는 의약품 생산시설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고객사의 위탁을 받아 의약품을 대신 생산하는 사업을 말합니다.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CMO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높은 성장성 때문입니다.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다질 수 있고 마진이 높아 기업들이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데요.

국내 선두주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입니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MO 고객 확대 및 증액 계약 증가 등 성과를 거두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초 매출 3조원을 돌파하고 1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최근 5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025년 9월 가동을 목표로 올해 상반기 중 착공에 돌입합니다.

5공장이 완공되면 전 세계 압도적인 1위 규모인 총 78만4000리터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됩니다. 5공장 증설로 제2바이오캠퍼스 구축도 본격화합니다. 36만제곱미터에 달하는 투자금은 총 7조5000억원 규모입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섣부른 CMO 사업 진출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고객사가 CMO업체에 생산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게 되며, CMO는 고객사의 약점도 접하게 됩니다. 제약 선진국에서는 신약개발을 하는 기업은 CMO 수주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CMO 사업에 주력하는 만큼 자사 제품 개발에 활발히 뛰어들 수 없다는 점도 딜레마입니다.

 

질문: 그밖에 바이오 유럽에 참가하는 국내 기업 중 주목할만한 곳은 어디입니까?

먼저 티움바이오는 이번 행사에서 파트너십 체결 및 공동 연구개발을 논의합니다. 자궁내막증 치료제 ‘TU2670’와 면역항암제 ‘TU2218’ 등 홍보에 나섰습니다.

TU2670은 현재 유럽 임상의 환자모집을 80% 이상 완료했으며, 연내 투여를 마치고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을 추진할 예정이다. TU2218은 이달 중 키트루다와 병용 임상을 시작합니다.

카나리아바이오는 여러 다국적 제약사와 정보 공유 및 판권계약을 위한 미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특히 파트너십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난소암 대상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오레고보맙' 유통을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파트너사를 통해 추진 중이기 때문입니다.

메드팩토는 신규 파이프라인 파트너사를 찾아나섰습니다. 메드팩토는 지난해 후속 파이프라인으로 류마티스 관절염, 골다공증 등 뼈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미국 바이오 및 임상 전문가들로 임상자문위원회(CAB)를 구성한 바 있습니다. 

이에 글로벌 제약사들과 관련 포트폴리오 공동 개발 및 기술 이전에 대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신테카바이오는 세계 최초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 신약 플랫폼 서비스인 '에스티비 클라우드'를 홍보합니다. 에스티비 클라우드는 AI 신약개발 서비스로,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합니다.

독자적인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표준화, 단순화, 자동화해 별도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없이 클라우드 환경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표적만 정하면 클릭 한 번으로 솔루션을 제공하기 때문에 쉽고 간편하게 후보물질을 발굴할 수 있다는 게 신케카바이오측 설명입니다.
 

질문: 제약바이오 관련 소식들을 보다보면 기술수출이라는 용어를 쉽게 접하게 됩니다. 바이오 유럽 스프링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기술수출을 노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기술수출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등으로 바이오 업종에 대한 신규 투자가 줄었다는 얘기는 들으셨을 겁니다.

그나마 상장사들의 경우 외부 자금 조달 여지가 있지만 비상장사들은 생존의 기로에 선 업체들도 많습니다.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방법은 기술수출이 거의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입니다.

또 향후 IPO를 추진할 때 기술수출 이력이 있는 업체들이 더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기술수출이란 특허료 등 일정한 대가를 받고 외국 바이오기업에 제공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국내에서 기술수출이 활발해지기 시작한 시점은 1980년대 후반입니다.

1987년 물질특허 제도가 도입되면서 신약 개발을 둘러싼 업계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면서 해외 제약사가 국내 기업의 물질을 사 갔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렸습니다.

1989년 한미약품이 스위스 제약사 로슈에 항생제 세프트리악손의 개량 제조 방법을 수출했습니다. 국내 제약사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6년에 걸쳐 총 600만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제조기술을 넘겼습니다.

1990년대 들어서는 대기업들이 제약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기술수출이 더욱 활발해졌습니다. 대표적으로 미원은 1993년 제약사업부를 신설하고 이듬해 100억원을 들여 의약품 공장을 짓더니 인도 제약사 말라디그룹에 항생제 합성 제조기술을 넘겼습니다.

1994년 유한양행은 일본 그레란에 간장질환 치료제를 기술 수출했습니다. 1998년에는 종근당이 미국 제약사에 면역억제제 개발기술을 넘기고 기술이전료를 챙겼습니다.

2020년대 들어서는 한 해에만 20~30건에 달할 정도로 기술수출이 빈번해졌습니다. 제약바이오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기업이 글로벌 제약사와 맺은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24개 기업에 26건, 계약금액은 10조원을 웃돕니다.

 

질문: 신약 개발의 가시적 성과라 할 수 있는 기술수출도 명과 암이 엇갈린다고 합니다. 기술수출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는데,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술수출을 엄밀히 말하면 기술유출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시각입니다. 개발 중인 핵심 신약기술을 다국적 제약사들에 수출하는 것은 결국 국내 바이오산업의 자체 신약 상업화 가능성을 스스로 꺾는 셈이라는 의견입니다.

실제 화이자, 머크, 노바티스, 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한국 등 기술력이 있는 국가 기업들로부터 성공 확률이 높은 신약물질들만 사들여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만들어 내는 선순환 구조에 구축돼있습니다. 

이들에게는 바이오사업은 ‘땅집고 헤엄치기’ 비즈니스 모델인 셈입니다.

물론 기술수출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조차도 국내 영세한 바이오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임상3상까지 완주해 상업화까지 이뤄내기 위해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이 걸림돌이라는 점을 인정합니다.

지금의 바이오 투자와 정부 지원 구조로는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자력으로 상용화까지 나서기는 힘들다는 지적입니다.

결국 정부가 나서 물꼬를 터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 제약바이오 강국 도약을 위해서는 신약 개발 초기단계는 민간투자가, 중간 단계인 임상2상~3상은 정부가 맡는 투트랙 전략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NBN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