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2024년부터 대마 성분 의약품 제조·수입 허용
HLB생명과학·화일약품·메디콕스 등 개발 착수

 

○ 방송 : NBN 뉴스프라임 (2023년 1월 31일)

○ 앵커 : 문정은   

○ 기자 : 박종헌

그동안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의료용 대마’ 시장이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을 전망입니다. 정부가 대마 성분 의약품의 제조·수입 허가 등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인데요. 

이에 국내 기업들도 의료용 대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뛰어들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먼저 의료용 대마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대마는 '두 얼굴의 식물'로 불리웁니다. 국내에선 불법 마약으로만 알려졌지만, 대마를 난치병 치료제나 식품·화장품·생활용품 등 다양한 용도로 개발한 미국·캐나다·유럽연합 등에선 고부가 가치 신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19세기 미국에서 금광을 찾아 서부로 몰려드는 현상을 뜻하는 '골드 러시'에 빗댄 '그린 러시(Green Rush)'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습니다. 금빛이 아닌 초록빛인 대마 산업을 향해 사람과 자금이 몰린다는 뜻입니다.

대마 대표 성분은 환각을 일으키는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과 진통 효과가 있는 칸나비디올입니다.

특히 칸나비디올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 등 장점이 커 미국과 유럽에서 소아 뇌전증 치료제로 허가돼 처방되고 있습니다.

 

질문: 현재 국내에서 의료용 목적의 대마 사용이 가능한 상황입니까?

칸나비디올을 함유한 의약품으로 국내에서 허가된 제품은 없습니다.

국내에 대체할 치료제가 없는 희귀, 난치성 치료를 위해서 자가 치료 목적에 한해 해외에서 의약품으로 허가받은 대마 성분 의약품을 수입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요. 바로 이게 의료용 대마인 셈이죠.

아직까진 공무·학술 목적으로만 사용 가능합니다. 국내 기업이 해당 치료제를 제조·수입하는 건 불법입니다. 국내 대체 치료제가 없을 때 환자가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승인을 받아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등을 통해 의약품을 수령해야 합니다.

현재 국내에서 쓸 수 있는 대마 성분 의약품은 ▲뇌전증에 사용되는 에피디올렉스 ▲다발성경화증에 사티벡스 ▲에이즈 후유증에 마리놀 ▲항암치료 후유증에 세사메트 등 4가지입니다.

대마에 포함돼 있는 성분 중 스트레스 완화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성분들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식품, 음료, 식품첨가물로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7억 4470만달러 수준인 산업용 대마 시장 규모는 연평균 16.8% 성장해 오는 2030년 167억 5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질문: 일부 국가에서는 의료용 대마의 빗장을 풀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여러 연구 기관에서 대마에 함유된 칸나비디올 성분의 효능과 안전성이 밝혀지면서 많은 국가에서 규제 완화와 합법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의료용 목적으로 대마 사용을 합법화한 나라는 캐나다, 미국, 독일, 우루과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6개국에 달합니다.

캐나다의 경우 2018년 우루과이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국가 차원에서 대마초를 합법화했습니다. 캐나다는 G7국가 중 최초로 의료용뿐만 아니라 오락용 대마도 전면 합법화한 국가입니다.

호주, 일본도 전면 허용했고 독일도 대마 합법화에 나서고 있으며, 필리핀에서도 대마의 의학적 사용을 합법화하는 상원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대마 성분인 칸나비디올(CBD) 사용에 관련하여 공중보건 문제를 일으킬만한 증거가 없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고, 유엔마약위원회도 대마 및 대마 관련 물질의 평가에 대한 권고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미국도 일부 주에선 허용을 하고 있는데요. 대선 출마 당시 대마 규제 완화를 내세웠던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며 의료용 대마초 합법화 바람이 거셉니다.

반면 세계적인 추세와 반대로 가는 나라도 있습니다.

홍콩에서는 칸나비디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홍콩 정부는 지난해 6월 칸나비디올을 위험약물로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세계적으로 의료용 대마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은 어디입니까?

아일랜드의 재즈 파마슈티컬스입니다.

뇌전증에 사용하는 에피디올렉스를 개발하는 영국의 GW 파마슈티컬스를 지난 2021년 72억달러, 약 10조원에 인수하는 등 대마초 의약품 산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재즈는 작년 3월에는 1억달러를 투자해 영국에 새로운 제조 공장을 지어 2024년부터 가동한다는 계획도 내놨는데요. 여기서 에피디올렉스 외에도 GW가 개발 중인 말기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나비시몰'을 생산한다는 구상입니다.

현재 나비시몰은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FDA에 승인을 신청할 예정입니다.

 

질문: 최근 우리 정부도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대마 성분 의약품의 규제 완화에 나섰다고요?

네. 식약처는 2018년 대마 성분 의약품 수입을 허가했습니다.

이어 2020년 8월부터 경북 안동을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해 해당 지역에선 합법적으로 대마를 재배하도록 허용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발표한 '식의약 규제 혁신 100대 과제'에 대마 의약품 활성화 정책을 포함, 대마 성분 의약품 제조·수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포함시켰습니다.

이를 위해 오는 2024년 12월까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겠다는 목표입니다. 또 대마 성분 의약품 제조·수입 허용에 따른 사회·경제적 편익을 분석하는 등 관련 연구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질문: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까?

앞서 설명드렸다시피 중기부는 지난 2020년 8월 경북 안동을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했습니다.

국내에서 대마를 합법적으로 키울 수 있는 곳이죠. 사업비는 387억원이 투입됐고, 우선적으로 내년 7월까지 운영될 예정입니다.

2021년 4월부터 산업용 헴프 재배 실증, 원료의약품 제조.수출 실증, 산업용 헴프 관리 실증 등 사업을 착수해 바이오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토대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우수한 운영 성과를 인정받아 우수 특구 4곳 중 하나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특구지역엔 35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 중인데요. 대마 시장 개척을 목표로 산업용 헴프 재배와 원료의약품 제조·수출, 산업용 헴프 관리 실증 등 3가지 분야에 헴프 산업화 가능성을 검증 중입니다.

헴프 규제자유특구에서 원료의약품 제조·수출 사업자로 등록된 업체 중 제약바이오업체로는 동국제약 중앙연구소, 유한건강생활, 네오켄바이오, 유셀파마, CTC바이오 등이 있습니다.

여기에 전북도도 대마 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전북도는 전북바이오융합진흥원, 군산시, 익산시와 손잡고 2024~2026년 국비 등 500억원을 들여 새만금 농생명용지에 '산업용 헴프 클러스터 단지'를 조성할 계획입니다.

산업용 대마 생산과 가공 체계 구축이 사업 골자입니다. 대마를 활용한 식품·화장품·약품·섬유 기업 유치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정부의 의료용 대마 규제 완화 기조에 대마 성분 치료제 관련 특허가 있거나 의약품을 개발 중인 기업들의 주가 흐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의료용 대마 관련 국내 기업은 어디가 있나요?

먼저 메디콕스는 지난해 8월 호주의 대마 재배 전문기업인 그린파머스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앞서 6월 의료용 대마 사업 인프라 확대를 목적으로 그린파머스와 대마 원료 수입 독점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전략적 투자까지 나선 것인데요. 그린파머스는 호주에서 최대 재배 볼륨 및 면적을 보유하고 있는 대마 재배 전문기업입니다. 

최근 이에 더해 캐나다의 대마 재배 기업 아폴로그린을 인수해 대마 임상 실험 연구 및 의약품 제조에 필요한 800여 개 재배종에 대한 소유권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투자를 통해 메디콕스는 그린파머스와 아폴로그린이 보유한 재배종 중 국내 시장에 꼭 필요한 칸나비디올 대부분을 갖추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메디콕스는 향후 국내 의료용 대마 시장의 발전 속도와 판매량에 맞춰 특정 지배종에 대한 한국 독점권과 함께 글로벌 독점권까지 확보할 방침입니다.

HLB생명과학은 네오켄바이오와 손잡고 칸나비디올을 이용한 치료제 개발에 돌입했습니다. 건강기능식품 OEM 업체인 우리바이오는 LED 광스펙트럼을 이용해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밀폐형 식물공장시설에서 대마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화일약품은 세계 최초 의료용 대마의 퇴행성 뇌질환 관련 특허를 보유한 카나비스메디칼의 지분 49.15%에 투자한 바 있다. 카나비스메디칼은 지난 2018년부터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꾸준히 의료용 대마를 활용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유한건강생활과 인벤티지랩은 의료용 대마 후보물질을 활용한 장기 지속형 주사제 공동개발 및 상용화 협약을 맺었습니다.

그밖에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지아이비타는 경희의료원, 헴프앤알바이오와 산업 및 의료용 대마를 이용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질문: 일각에서는 아직 국내 정서상 의료용 대마가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 속단하기 이르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정부가 신사업 육성을 위해 대마에 대한 사업 추진을 본격화하는 것은 긍정적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속도조절을 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습니다.

마약류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대마 산업이 빠르게 확산하게 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의견이 규제기관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의료용 대마는 전세계적으로도 제한적으로 규제가 풀린 상태이고,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부분의 규제가 여전히 많습니다.

전면 합법화 주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의료용 대마 합법화가 세계적 흐름이지만 아직은 임상 근거가 충분하지 않고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의료용 대마 처방 범위가 확대될 경우 기호용 대마 허용도 가능해지거나 오남용 우려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또 아직까지 의료용 대마 합법화 시기와 범위를 장담할 수 없어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외국에서는 칸나비디올 물질을 의약품,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는데 국내에서는 어디까지 허용할지 그 범위가 확정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견입니다.

이에 농식품부는 산업용 대마 재배·가공·유통 시 따를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원광대 산학협력단과 연구 과제를 진행 중입니다. 조만간 연구를 마무리하면 그 내용을 바탕으로 식약처가 법 제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NBN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