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국내 민사 소송 1심 선고
형사재판은 대웅 勝·ITC는 메디톡스 勝

 

○ 방송 : NBN 뉴스프라임 (2023년 2월 7일)

○ 앵커 : 이정미   

○ 기자 : 박종헌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7년간 이어온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둘러싼 법정 분쟁 결과가 이번주 금요일 가려집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말 나왔을 소송 결과가 해를 넘긴 것인데요. 관련 내용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두 회사가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원료인 균주 출처를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데요. 먼저 보툴리눔 톡신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흔히 보톡스라고 알고 계실겁니다. 보톡스는 현재 애브비 계열사로 있는 미국 제약사 엘러간이 만든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상표명입니다. 널리 알려진대로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보툴리눔이라는 균이 방출하는 맹독을 이용해서 만듭니다.

이 독은 운동 신경과 근육이 만나는 곳에서 신경 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막아 근육 마비를 초래합니다. 보툴리눔 균을 배양해 독을 얻고 이를 희석시켜 주사제로 만든 것이 흔히 보톡스로 부르는 보툴리눔 제제입니다.

보툴리눔 톡신이 독성물질에서 추출됐다는 것 때문에 걱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사실 치료 목적으로 사용시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 극소량을 사용하며 주로 주사 부위의 근육만 국소적으로 마비시키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보툴리눔 톡신은 크게 피부미용과 치료용 시장으로 나뉩니다. 선진국의 경우 치료용이 60%, 피부미용이 40%로 비슷한 수준을 보이는 반면, 국내는 치료용과 피부미용 시장 비율이 10%대 90%로 피부미용 시장이 압도적입니다.

다만 보툴리눔 톡신의 미용 및 치료 효과가 영구적인 것은 아닙니다. 보툴리눔 톡신은 시술 후 1~2주 이후부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해 6개월 이후에는 효과가 사라집니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시술을 받아야 합니다. 이는 곧 보툴리눔 톡신 수요가 지속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질문: 이번주 금요일(10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민사 소송 1심 결론이 나옵니다. 앞서 두 차례나 판결이 밀렸는데 이유가 뭡니까?

이 판결은 당초 지난해 12월 16일 선고가 예정돼 있었는데, 지난주죠. 2월 1일로 한 차례 선고가 미뤄진 데 이어 두 번째로 또 판결이 2월 10일로 연기됐습니다.

연기 이유에 대해선 두 회사 모두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소송을 제기한 메디톡스와 피고인 대웅제약은 모두 자사에서 판결을 미뤄달라고 신청한 건 아니라고 설명했는데, 정황상 재판부에서 판결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했던 것으로 관측됩니다.

 

질문: 두 회사의 보툴리눔 톡신 전쟁, 언제부터 시작됐습니까?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가 지난 2016년 대웅제약에 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출처를 밝히는 공개 토론을 제안했습니다. 대웅제약이 균주를 발견한 경위가 불분명하다며 기술 유출을 의심한 것입니다.

대웅제약이 응하지 않자, 이듬해 1월 메디톡스는 산업기술유출방지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대웅제약을 형사 고소했습니다.

메디톡스는 지난 1979년 양규환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미국 위스콘신대 유학 때 실험실에서 쓰다가 가져온 균주가 출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애브비, 중국 란주연구소와 같은 출처입니다. 양 전 처장이 이삿짐에 넣어 가져왔지만 당시 기준으로 법적 문제가 없었다는 게 메디톡스 측 주장입니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는 당시 KAIST 교수였던 양 전 처장의 제자였습니다. 정 대표가 양 전 처장으로부터 받은 균주를 활용해 지난 2006년 국내 첫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메디톡신을 내놨습니다.

지난해 2월 검찰은 이 건에 대해 대웅제약의 혐의가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압수수색, 디지털 포렌식, 직원 진술 등을 봤을 때 메디톡스의 균주나 제조공정 정보가 대웅제약으로 유출됐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인데요. 메디톡스는 서울고등검찰청에 처분이 부당하다며 항고한 상태입니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7년 10월 대웅제약을 상대로 민사소송도 제기했습니다. 이 소송에 대한 선고 기일이 오는 10일입니다.

 

질문: 두 회사의 소송전이 국내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진행됐다면서요?

그렇습니다. 국내 형사 소송에서 검찰은 대웅제약의 손을 들어줬지만 미국 소송에선 메디톡스가 사실상 승리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2019년 싸움의 무대가 미국으로 넘어갔습니다. 메디톡스와 미국 파트너사 엘러간은 대웅제약과 파트너사 에볼루스를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ITC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ITC는 이듬해 12월 대웅제약의 제조공정 도용을 인정하면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나보타’의 미국 수입을 21개월 동안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습니다. 

사실상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다만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영업비밀성을 인정 받진 못했습니다.

이후 대웅제약 협력사 에볼루스가 합의금과 매출 로열티를 메디톡스의 협력사 엘러간에 지급하기로 하면서 지적재산권 다툼을 끝내기로 합의했습니다.

또한, 나보타의 미국 내 치료 적응증 유통권을 가진 협력사 이온바이오파마 역시 메디톡스에 향후 15년간 라이선스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결정했고, 미국 ITC는 21개월간 나보타를 수입할 수 없도록 하는 판결을 지난해 10월 무효화하면서 미국 소송전은 일단락됐습니다.

 

질문: 미국 ITC 소송에선 메디톡스가, 국내 형사 소송에선 대웅제약이 승리한 셈이네요. 그렇다면 이제 시선은 국내 민사 소송으로 쏠리게 되는데, 결과별 예상 시나리오는 어떻게 됩니까?

만약 메디톡스가 승소할 경우 대웅제약은 승승장구하고 있는 ‘나보타’에 악영향이 뒤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나보타는 대웅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명입니다. 최근 전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 10위권 안에 드는 호주에 진출, 전 세계 61개국에 품목허가를 획득하며 확실한 캐시카우로 성장했습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나보타 누적 수출액은 846억원입니다. 성장세를 유지할 시 연간 수출액은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만약 대웅제약이 패소할 경우 나보타의 미래는 불투명해집니다.

반대로 대웅제약이 승소할 경우 메디톡스는 막대한 손해배상금과 더불어 보툴리눔 톡신 시장 내 지위가 위태로워질 전망입니다. 

메디톡스는 현재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가출하승인 위반 품목 취소 건에 대한 본안 소송 1심 공판도 진행 중입니다.

 

질문: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균주 출저 분쟁이 다른 업체들로도 확전되고 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이번 소송 결과는 비단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만이 아니라 업계 전체에 영향을 끼칠 중차대한 판결입니다.

보툴리눔 톡신은 균주에서 추출한 독소를 정제해 원액으로 쓰기 때문에 균주를 어디서 가져왔느냐가 논란의 핵심입니다.

메디톡스는 휴젤, 대웅제약뿐만 아니라 국내 업체 대다수가 자사 균주를 도용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국내 업체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휴젤은 유통기한이 지난 콩 통조림에서, 대웅제약은 경기 용인의 땅에서 보툴리눔균을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미 메디톡스는 지난해 3월 휴젤, 휴젤아메리카, 크로마파마를 상대로도 균주 및 제조공정 도용을 의심, 미국에 수입 금지를 요청했습니다.

크로마파마는 휴젤의 미국과 유럽 사업 파트너사, 휴젤아메리카는 휴젤과 크로마파마가 함께 설립한 미국 자회사입니다.

이에 대해 휴젤은 메디톡스가 사실과 전혀 다른 허위 주장을 펴고 있다며 메디톡스가 ITC에 제소한 것은 근거가 없고 무리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대웅제약과의 공방 사례에서도 보듯이, ITC가 균주는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만큼 이번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란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예비판결은 올해 11월, 최종 판결은 내년 3월로 예정돼 있습니다.

 

질문: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7년 간 법적 공방 속에서 반사이익을 거둔 기업이 있다면서요?

주인공은 휴젤입니다.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 '보툴렉스'는 아시아와 태평양, 남미, 북미, 유럽연합, 독립국가연합 등 43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휴젤은 국내 기업 최초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중국 허가 신청은 경쟁사인 메디톡스가 6개월 가량 먼저 진행했지만,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특허 분쟁을 벌이는 사이 휴젤이 반사이익을 보면서 '첫발'을 먼저 내딛는 데 성공했습니다.

중국에서 정품 사용에 대한 소비자 인식 강화 활동을 전개하며 입지를 확대 중입니다. 브라질·대만·태국 등에서도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유럽 주요 11개국과 캐나다, 호주 등에서 보툴렉스 허가를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여기에 최대 시장인 미국 공략도 앞두고 있습니다. 

휴젤은 지난해 10월 FDA에 품목허가를 재신청했는데요. 상반기 중 허가 획득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질문: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휴젤 3파전 양상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시장 전망은 어떻습니까?

작년 보툴리눔 제제 생산실적을 보면 상위권 판도가 크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대웅제약이 가장 많은 949억원의 생산실적을 기록했습니다. 2020년 577억원에서 1년 만에 무려 64.5% 급증했습니다. 대웅제약은 2020년 메디톡스, 휴젤에 이어 생산실적 3위를 기록했지만 작년 단숨에 선두로 올라섰습니다. 대웅제약이 선두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휴젤이 대웅제약에 이어 국내 보툴리눔 제제 생산액 2위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휴젤의 보툴리눔 제제 생산실적은 803억원으로 전년 대비 11.3% 증가했습니다. 대웅제약에 추월을 허용했지만 부동의 선두 메디톡스를 넘어서며 생산실적 2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이에 반해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제제 사업에 뛰어든 이후 국내 기업 생산실적에서 처음으로 선두 자리를 내줬습니다. 지난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제제 생산액은 734억원으로 전년 대비 0.6% 감소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민사소송 판결에 촉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어떤 결론이 나든 2심, 3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소송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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