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셀플루’ 3년 만에 시장 복귀…독감백신 경쟁 예고
‘배리셀라’ WHO PQ 인증…수두백신 입찰 정면대결

 

○ 방송 : NBN 뉴스프라임 (2023년 4월 11일)

○ 앵커 : 이정미   

○ 기자 : 박종헌
 

국내 백신 시장의 맞수 SK바이오사이언스와 GC녹십자가 코로나 엔데믹 시작과 함께 다시 정면승부에 나섭니다. 코로나 백신 생산탓에 독감백신 생산을 중단했던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감백신 시장에 복귀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세계 수두백신 조달시장을 둘러싼 두 회사의 경쟁도 뜨거워질 전망입니다. 관련 내용 박종헌 기자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감백신 생산 재개를 선언하면서 국내 독감백신 선두를 달리고 있는 GC녹십자와 치열한 경쟁이 예고됩니다. SK바사의 독감백신 생산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SK바사의 독감 백신 원액 생산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완제 생산과 공급은 올 3분기 중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독감백신 시장은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녹십자와 SK바사가 양분하던 구조였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0년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4가 프리실드시린지를 1647억원어치 생산했습니다. 2020년 기준 국내 독감백신 생산업체 중 생산실적이 가장 높았습니다.

당시 녹십자는 1399억원, 보령과 보령바이오파마가 662억원, 일양약품 259억원, 한국백신 182억원 순이었습니다.

그러다 이듬해 3월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습니다. SK바사가 코로나 백신에 집중하기 위해 스카이셀플루 생산을 전면 중단한 것입니다.

SK바사의 휴업으로 녹십자가 가장 큰 수혜를 봤습니다. 녹십자는 SK바사의 독감백신 매출을 상당수 흡수했고, 이는 실적으로도 확인됐습니다.

녹십자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2021년 1조5378억원 매출에 773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 영업이익은 47%가 증가한 수치입니다. 실제 회사는 실적 개선 배경으로 독감백신 사업 호조를 꼽았습니다.

이에 SK바사의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가 시장에 복귀하면 자연스레 녹십자의 실적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2년의 공백기가 있었지만, 비교 우위 제품력과 튼튼한 유통망을 자랑하기 때문입니다.

 

질문: SK바사가 독감백신 시장에 복귀한 이유는 역시 실적 부담 때문이겠죠?

그렇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4567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반토막 수준입니다. 영업이익은 1154억원으로 무려 76% 급감했습니다.

독감백신 생산을 중단하고 코로나 백신 개발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코로나 백신 개발에 성공했지만 판매 실적은 부진했습니다.

정부와 코로나 백신 스카이코비원 1000만 회분 선구매 계약을 맺었고, 지난해 9월 이 가운데 초도 물량 60만 회분을 출하했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추가 주문이 없자 SK바사는 후속 생산을 잠정 중단했습니다. 스카이코비원 누적 접종자 수가 당시 기준 360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수요가 많지 않아서입니다.

한편 국내 시장과 별개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감백신 품목허가를 칠레 당국으로부터 받는 등 중남미 진출도 추진하는 상황입니다. 이미 말레이시아와 태국, 필리핀, 미얀마, 이란, 싱가포르, 파키스탄 등 동남아 국가들에서 허가를 따냈습니다.

때문에 올해 녹십자의 독감백신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SK바사가 생산을 중단한 2021년 녹십자의 독감백신 생산이 곧바로 두 배 가량 급증했지만, 올해는 SK바사의 복귀로 이 같은 반사이익을 보기 힘든 구조가 된 것입니다.

지난 2년간 독감백신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공고히 한 GC녹십자는 물량 조기공급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SK바사와 맞붙을 계획입니다.

중남미 지역의 독감백신 시장점유율을 일정 수준 공고히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쿼드리밸런트 제품 공급 증대로 수익성도 강화할 방침입니다. 

아울러 필리핀과 이집트, 아르헨티나 등 개발도상국 시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수출 파이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질문: 최근에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mRNA라고 불리는 메신저 리보핵산을 활용한 독감 백신 개발에 나섰는데요. 녹십자와 SK바사의 개발 현황은 어떻습니까?

mRNA는 핵 안에 있는 유전 정보를 세포질 내 리보솜에 전달해 단백질 생산의 설계도 역할을 하는 리보핵산입니다.

mRNA 기반 백신은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단백질 생성 방법을 세포에 가르치는 방식으로 면역력을 유도합니다. 기존 백신과 달리 바이러스 배양이 불필요하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이 방식을 활용한 백신은 기존 방식 대비 개발과 생산 속도가 빠르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바이러스 항원의 배양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 '모더나스파이크박스주'의 백신 설계 자체는 이틀여 만에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RNA 백신이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받으며 녹십자와 SK바사도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모습입니다.

다만 화이자, 모더나 등이 이미 mRNA 백신을 개발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mRNA 기술 개발에 뒤늦게 나서는 것이 실효성 있겠냐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SK바사의 코로나 mRNA 백신은 비임상 단계이며, 녹십자도 아직 후보물질 선정을 완료해 2024년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는 등 개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 최근 동원산업이 인수를 추진하다 발을 뺀 기업이죠. 보령바이오파마의 올해 독감백신 생산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보령바이오파마는 지난해 600억원 수준의 독감 백신 매출을 올렸습니다. 회사 측은 매각·인수와 무관하게 올해 일정에 맞춰 독감 백신을 생산할 방침입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국내에서는 GC녹십자, SK바이오사이언스와 함께 3대 백신 기업으로 꼽힙니다. 1991년 백신제제 제조·판매를 위해 설립된 보령신약이 전신입니다.

특히 보령바이오파마는 국내 기업 가운데 NIP라고 하죠. 국가필수예방접종(NIP) 공급 품목이 가장 많을 정도로 백신 국산화 선도기업입니다.

2014년엔 일본뇌염 백신, 2020년 영유아 4가 혼합백신, 2021년 A형간염 백신 국산화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수입 완제품에 의존하던 백신 품목들의 자체 제조에 성공하면서 만성적 국내 수급 불균형 해소에 기여한 셈입니다.

 

질문: 독감백신 뿐 아니라 글로벌 조달 시장에서 SK바사와 녹십자 두 회사의 수두백신 경쟁도 치열하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수두백신 시장에서는 독감백신과 정반대인 양상입니다. 기존 강자인 녹십자가 국제조달시장에서 자리를 비운 사이 SK바사가 치고나갔습니다.

1993년 국내 첫 번째 수두백신인 수두박스를 출시한 GC녹십자는 2018년까지 글로벌 수두백신 시장 1위였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수익성 높은 고가 백신으로 주력 제품군을 바꾸는 사이 GC녹십자는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무기로 시장을 키웠습니다.

2018년 615억원으로 수두백신 최고 생산실적을 찍은 GC녹십자는 이듬해 169억원으로 급격한 실적 감소를 겪었습니다. 

글로벌 점유율도 급격히 하락했습니다. 새 백신 배리셀라로 제품군을 바꾸며 생산 공백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배리셀라는 2020년 시판허가를 받았습니다.

그사이 SK바사가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올렸습니다. 2018년 출시한 ‘스카이바리셀라’는 1년 만에 WHO 사전적격성평가인 PQ 인증을 받았습니다.

국제조달시장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PQ 인증이 필수입니다. 스카이바리셀라는 세계 2번째로 PQ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최초였습니다.

그리고 최근 GC녹십자의 차세대 수두백신 '배리셀라'가 WHO PQ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이에 따라 UN 등 국제기구가 주관하는 조달시장 입찰 참여가 가능해졌습니다.

SK바사는 스카이바리셀라를 앞세워 2021년 국가 공공입찰을 통해 터키에 150만명분 물량을 공급하며 글로벌 공략을 본격화했습니다. 지난해엔 범미보건기구인 PAHO와 약 374억원 규모 공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녹십자 수두백신 배리셀라의 PQ 인증으로 앞으로 국제 조달시장에서 녹십자와 치열한 입찰 경쟁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수두백신 시장은 유망합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수두백신 시장은 2018년 27억1400만달러, 약 3조4200억원에서 연간 5.6%씩 성장해 2026년 42억2000만달러, 한화로 5조3200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질문: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 두 기업 모두 백신뿐 아니라 희귀질환과 세포·유전자치료제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하는데, 새로운 영역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존 백신 사업이 안정적인 매출을 낼 수는 있지만 지속성장에 있어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새로운 성장동력을 적극 찾아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먼저 GC녹십자의 지난해 매출에서 희귀질환 부문을 포함해 일반제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30.3%로 전년 대비 3.3%% 증가했습니다.

반면 백신제제 비중은 2021년 22.5%에서 지난해 20.6%로 소폭 하락했습니다. 2020년만 해도 백신제제가 16.8%, 일반제제가 8.5%를 차지했지만 빠르게 역전된 것입니다.

희귀질환 치료제 '헌터라제'가 일반제제 매출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헌터라제는 뮤코다당 분해효소 결핍으로 뮤코다당류가 축적돼 나타나는 유전성 질환인 '헌터증후군' 치료제입니다.

지난해 헌터라제 매출액은 718억원으로 전년 532억원 대비 35% 증가했습니다. 녹십자는 헌터라제를 중심으로 희귀질환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헌터라제 외에도 숙신알데히드 탈수소효소 결핍증 치료제 등을 개발 중입니다.

최근 미국 카탈리스트바이오사이언시스에서 희귀질환 파이프라인 3개의 기술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이 중 희귀 혈액응고질환 파이프라인인 'MarzAA'는 글로벌 임상 3상 단계에서 개발 중입니다.

 

질문: SK바사는 세포유전자치료제와 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했다고요?

네. SK바사는 세포유전자치료제와 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관련 기업과 조인트 벤처 설립, M&A 등을 다각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미 시설 투자 계획도 세웠습니다. 3257억원을 투자해 송도 3만414제곱미터 부지에 R&PD 센터를 설립할 계획입니다. 2025년 상반기 중 완공이 목표입니다. 현실화되면 현재 경기 판교에 위치한 본사와 연구소가 송도로 이동하게 됩니다.

이 센터는 위탁개발생산, CDMO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파일럿 플랜트’도 품습니다. 파일럿 플랜트란 신규 공법이나 제품을 도입하기 전 건설하는 소규모의 시험적 설비를 뜻합니다.

R&PD 센터의 파일럿 플랜트는 가장 까다로운 수준으로 평가받는 cGMP 수준의 생산시설로 설계돼 신규 백신 과제 또는 CDMO 사업에 활용될 계획입니다.

또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파일럿 플랜트에서 비임상, 임상 및 일부 상업 생산 등을 위한 시료 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에 경북 안동에 위치한 글로벌 수준의 백신 생산 시설인 안동L하우스와의 시너지를 통해 신규 파이프라인 확대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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