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WEEE, RoHS, EuP, ELV 등과 같은 제품환경규제가 시행되면서 제품 회수 처리, 유해물질 사용제한, 친환경설계 등이 전 세계 산업계의 큰 이슈로 부각됐다. 특히 지난달 시행된 '신화학물질 관리제도(REACH)'는 이 같은 움직임에 방점을 찍었다.

이제 급변하는 국제 환경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의 경쟁력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기업은 이 같은 변화에 속수무책이다.

무엇이 문제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감조차 못잡고 있다. 방향 감각을 잃은 채 사막을 헤매는 모습이다.

이런 기업들에 '오아시스' 같은 곳이 있다.

국제 환경규제 대응 네트워크(Network for Compliance with Environmental Regulations)인 'N-CER(www.n-cer.com)'다.

N-CER는 건국대학교와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지난 2005년 시작한 '국제 환경규제 대응 표준화 기반구축' 사업이다. 기업들의 국제 환경규제 대응 도우미다. 발음 그대로 환경 규제에 대한 기업들의 궁금증에 답을 준다.

◇환경규제 정보 'A∼Z'=N-CER는 5년간의 전체 사업기간 중 4차연도 과제를 시작했다.

그동안 국제 환경규제들의 발표시점과 국내 산업기반을 고려해 1차연도에 전기·전자, 2차연도에 자동차, 3차연도에 화학산업으로 나누어 이슈인 환경 규제들의 정리를 마무리했다. 유럽에서 유통되는 화학물질의 등록·평갇허갇제한 등의 요건을 의무화한 리치 규정에 대한 지속적인 분석과 함께 주요 산업분야의 환경규제 진행 과정을 우리 기업들에 제공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구축해온 N-CER 시스템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자가 진단에서 개별 컨설팅까지=가장 돋보이는 게 N-CER는 규제 준수 사전평가 시스템이다.?

1단계로 수출국가, 환경구제범주 등 검색조건을 입력한다. 2단계로 환경규제범주에 해당하는 제품 및 의무주체 확인 과정을 거친다. 3단계로 항목별 질문 방식의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면 4단계로 환경 규제 준수 요건 및 대응 정보를 제공해 준다.

해당 기업의 제품과 상황, 수출 대상 국가 등 모든 조건에 맞는 맞춤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다. 개별 기업에 발생할 수 있는 세부적인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온라인으로 자문한다. 개별적인 환경규제 전문기관 및 국가지원사업으로 연계될 수 있는 프로세스도 갖추고 있다.

◇국내외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 같은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사업 전반의 업무를 진행하는 '국제 환경규제 대응 표준화 기반 구축센터'를 건국대학교 내에 뒀다. 전자산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전자산업진흥회와 환경규제컨설팅 기관인 에코프런티어가 위탁기관으로 참여했다.

전기전자·자동차·화학 등 산학연 전문가들로 구성된 총괄자문위원회와 콘텐츠전문가위원회 및 시험분석기관, 시스템개발전문가, 리치전문가회의 등 비상시적인 위원회도 운영한다.

특히 다국적 법률자문회사인 '헌턴 & 윌리엄스(Hunton & Williams)', ESH전문 컨설팅 기관인 'ENHESA', 영국 화학청에서 운영하는 '리치레디(REACHREADY)', 미국 전자산업진흥회에서 운영하는 'EIATRACK', 유럽 내 법률 로비기관인 '구주산업환경협의회(KECE)' 등 해외 유관기관과 MOU를 교환하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최신 정보를 제공받고, 국내 기업들의 전문적인 법률문제를 해결하는 현지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환경규제 '허브'=시스템 운용과 함께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환경규제 관련 국제 표준화 활동에도 참여한다. 산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표준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해 국내 산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의 기술위원회(TC111)와 같은 국제 표준화 제정시 한국대표로 직접 뛴다. 2010년 사업이 완료되는 시점에는 전 산업을 대상으로 해 미주, 아시아 등 50개 지역의 방대한 환경규제정보 콘텐츠를 구축, 우리나라 제품 환경규제 대응의 허브로 만드는 것이 'N-CER'의 궁극적인 모습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인터뷰 국제환경규제대응센터장 허탁 건국대학교 교수

"소니 쇼크가 국내 휴대폰 업체에 일어난다고 생각해 보세요."

국제 환경규제 대응표준화 기반구축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건국대학교 허탁 교수(51)의 첫마디는 '2001년 소니 쇼크'로 시작됐다.

소니 쇼크는 당시, 네덜란드에 수입된 소니의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의 염화비닐제 코드 피복재에서 네덜란드 국내법의 규제치를 초과하는 카드뮴이 검출돼 출하가 정지됐던 사건이다. 소니는 이로 인해 크리스마스 직전의 중요한 시기에 1억60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허 교수는 환경규제가 가장 강력한 보이지 않는 무역 장벽이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출 중심국가인 우리나라는 제품 개발단계부터 환경을 고려하지 않으면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우리 기업들에 다양한 국제 환경규제들과 관련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수단을 만드는 것이다.

이 같은 기반하에 탄생한 것이 '국제 환경규제 대응 네트워크(N-CER)'다.

허 교수가 환경에 처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6년께 환경전과정평가(LCA:Lifecycle Assessment) 개념을 처음 접하면서다. 이후 6∼7년 전 유럽의 폐전기전자제품처리지침(WEEE), 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 등의 새로운 방식의 환경 규제가 국내에 알려졌다. 우리와 다른 생소한 법률체계와 전과정적 접근방식의 법규 요건들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갖춰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1996∼1997년 전 과정 평가를 수행해 봤던 경험을 살려 환경규제에 대한 정보들을 전달, 우리 기업들의 대응에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일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허 교수는 우선 환경규제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리컵과 종이컵 비유를 들었다. 제조 과정에 소요되는 에너지 등을 감안할 때 과연 유리컵이 종이컵보다 더 환경친화적인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설명이다. 제품의 '일생'을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실은 삼성·LG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환경'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하다고 안타까워했다.

허 교수는 "우리 중소기업이 겪는 인적·시간적·경제적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제한된 인력을 활용해서라도 환경규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며 "N-CER와 같은 지원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최소한의 노력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그린데일리 gre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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