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연료 등 차세대 연료시장 진출 본격화
폐플라스틱 자원화 신사업 투자 확대
文정부 비현실적 목표, 석화업계 “경쟁력 약화 우려”
저유가·정제마진·실망스런 中 양회 결과...三重苦

 

방송 : NBNTV 뉴스프라임 <프라임 인사이트> (2023.03.20.)

진행 : 이정미 앵커

출연 : 임준혁 기자

앵커) 정부의 저탄소·친환경 정책에 속도가 붙음에 따라 시장 하락세가 점쳐지면서 정유 및 화학업계에 비상이 걸렸는데요. 이에 국내 주요 업계를 중심으로 친환경 신사업으로의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관련 시장에 대한 육성 지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질 전망입니다.

특히 국내 정유사 및 화학 기업들을 중심으로 수소, 연료전지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폐플라스틱의 자원화를 골자로 한 화학적 재활용 사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오늘 임준혁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앵커 1) 임기자... 우선 국내 주요 정유사들이 앞다투어 차세대 연료를 찾아 나서고 있다면서요?

기자 1) 네. 그렇습니다. 국내 4대 정유사들이 수소연료 등 차세대 연료를 찾기 위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사업 계열사인 SK에너지는 지난 2021년 두산퓨얼셀과 ‘수소충전형 연료전지 활용 공동 기술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을 계기로 사업 구체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작년 2월에는 서울시 금천구 SK박미주유소에서 태양광과 연료전지 발전 설비를 통해 친환경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을 개소하기도 했습니다.

GS칼텍스는 에너지 공기업과 함께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액화수소 플랜트를 건설하는 등 수소사업 기반시설 구축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GS칼텍스는 2021년 6월 한국동서발전과 1000억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시에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입니다. 양측은 여수시 소재 한국동서발전 호남화력발전소 내 유휴부지에 올해 완공을 목표로 15MW급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를 준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GS칼텍스는 또 내년까지 한국가스공사의 액화천연가스(LNG) 인수기지 내 유휴부지에 연산 1만톤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건설하기로 했습니다.

현대오일뱅크는 화이트 바이오, 친환경 화학소재, 블루수소 등 3대 친환경 미래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대오일뱅크는 2021년 7월 석유제품 탱크 임대 자회사 현대오일터미널 지분 90%를 1800억원에 매각해 친환경 미래사업에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자동차용 수소연료전지 분리막 생산 설비 구축과 시운전을 마치고 지난해 국내 자동차 제조사와의 공동 실증 시험을 거친 뒤 올해 제품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입니다.

에쓰오일은 모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수소 분야의 전방위 협력에 나서고 있습니다. 아람코와 블루수소와 블루 암모니아를 국내로 들여오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협력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는데요.

또한 차세대 연료전지 기업 FCI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82억원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지분 20%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FCI의 국내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에쓰오일은 수소산업 진입을 위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2) 화학업계도 신재생·친환경 사업 재편에 나섰다면서요?

기자 2) 네. 그렇습니다. 화학업계는 시장 악화에 대한 대책으로 수소를 포함한 신재생 사업과 폐플라스틱 등의 자원화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 자원화 기술에 방점을 찍고 있는 모습입니다.

롯데케미칼은 사업 목적 변경 세부 내역에 '수소탱크 사업 및 수소 충전소 운영사업 진출'을 추가로 기재했습니다. 2021년 에어리퀴드·SK가스와 업무협약(MOU)을 맺은 만큼 수소 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에어리퀴드와는 부생수소를 활용한 고압 수소 출하센터와 수소 충전소 구축 사업, SK가스와는 기체수소 충전소와 수소연료발전지 발전소 사업에서 각각 협업하기로 했습니다. 롯데케미칼은 2021년 화학기업 최초로 500억원 규모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용 펀드를 만들어 사업재편 자금 조달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SK케미칼은 2021년 복합소재 사업과 PPS(폴리페닐렌설파이드) 사업 등을 정리하고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2021년 12월 물적분할을 통해 설립한 집단에너지사업 전문회사 SK멀티유틸리티를 통해 석탄발전 중심의 전력 공급 사업을 액화천연가스(LNG)로 전환 중입니다. 작년 6월에는 울산석유화학단지 내 SK케미칼 유휴부지 3만7600㎡에 LNG발전소를 착공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의 화학사업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이 2021년 9월 국내 최초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울산공장에 투입해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폐비닐에 열을 가해 납사 등의 원료를 추출하는 열분해유 기술을 비롯해 △플라스틱 자원의 화학적 분해를 통한 해중합 기술 △초고순도 PP 추출 기술 등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오는 2025년까지 처리량 기준 연간 약 34만t 규모에 이르는 관련 설비를 국내에 구축할 계획입니다.

LG화학은 2024년 1분기까지 충남 당진시에 연산 2만t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공장 건설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해당 열분해유 공장은 국내 최초의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으로, 고온·고압의 초임계 수증기로 혼합된 폐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도입될 예정입니다.

LG화학은 사업의 본격적인 추진을 위해 초임계 열분해 원천기술을 보유한 영국의 무라테크놀로지(Mura Technology)와 협약을 맺고 지분투자를 단행했습니다.

앵커 3) 석유화학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환경 규제 정책이 영향을 줬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는데요... 간단히 설명해 주시죠.

기자 3) 네. 맞습니다. 지난해 1월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플라스틱 제조업체의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를 골자로 한 ‘한국형(K)-순환경제 이행계획’을 확정, 오는 2050년까지 석유계 플라스틱에 대한 시장 퇴출을 추진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기존 석유계 플라스틱을 석유계 혼합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전환을 유도하고, 이후 2050년까지 순수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대체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는 생산·유통·소비·재활용 전 과정에서의 폐기물을 감량하고 순환성을 강화하는 데 목적을 둔 정책으로, 사실상 석유화학 제품군에 대한 제한 조치가 현실화됐다는 평가입니다.

여기에 지난해 3월 환경부가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를 계기로 이 같은 평가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앞서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을 35% 이상 목표로 설정하는 탄소 중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플라스틱 등 폐기물 매립량을 줄이고 생활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앵커 4) 정부의 이같은 규제가 석휴화학업계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있다면서요? 간단히 소개해 주시죠.

기자 4) 네. 맞습니다. 대표적인 온실가스 배출 기업으로 낙인이 찍혀있는 정유 및 화학 업계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인데요.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탄소 배출량이 전체 산업 중 3번째로 높으며, 화석 원료 의존도가 높아 저탄소 및 탄소중립 관련 정책으로 인한 영향도가 높은 산업군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처럼 주요 탄소배출 사업에 대한 정부의 제재 조치가 현실화되면서 신재생, 친환경 시장으로 업계의 잇따른 이탈이 촉발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전환과 친환경의 중요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정책 추진 속도에 대한 의문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특히 시장에 대한 제재가 계속해서 강화되면서 석유사업의 몰락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대한 업계의 피해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5) 이와 관련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계 반발에도 밀어붙인 실현 불가능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정하지 않고는 국내 산업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출발부터 잘못된 목표를 제시했다는 얘기로 들리는데요... 이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자 5) 네.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오는 22일 공청회를 열고, 이르면 이달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구체적인 이행안을 담은 기본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산업계엔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산업계 반발에도 밀어붙인 실현 불가능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정하지 않고는 국내 산업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란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자칫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은 커녕, 국내 핵심 산업만 고사시키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2021년 10월 문재인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1년 전 정부가 UN(국제연합)에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률(26.3%)보다 크게 높인 40%를 ‘2030 NDC’로 확정했습니다. 특히 산업 부문은 애초 계획했던 6.4% 감축에서 14.5%로 높였는데요.

산업계는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5.8%(2018년 기준)로 에너지(37.1%) 다음으로 높습니다. 정부는 개발도 안 된 기술과 큰 비용이 드는 친환경 원료 전환, 폐플라스틱·철스크랩 등으로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업계에선 ‘비현실적인 목표’ ‘경제 재갈법’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앵커 6) 이같은 법이 여러 산업군 중에서도 특히 석유화학업계의 타격에 기름을 붓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례를 들어서 설명해 주실까요?

기자 6) 네... 한마디로 설비는 50% 늘어나는 반면 온실가스를 20% 줄이라는 일종의 ‘넌센스’라는 반응입니다.

앞서 리포트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과도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탓에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하는 분야는 최근 투자가 잇따르는 석유화학 업종입니다.

2018년 온실가스 4690만t을 배출한 석유화학 업종은 2018년보다 20.2%(950만t)를 줄여야 하지만 목표 달성은커녕 배출량은 오히려 늘어날 상황이라고 합니다. 사우디 아람코 자회사인 에쓰오일이 9조2580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샤힌(Shaheen) 프로젝트’를 비롯해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생산 규모가 커지기 때문인데요.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에틸렌의 경우 생산 규모는 2018년 946만t에서 2026년 1450만t까지 늘어난다”며 “생산 규모는 50% 넘게 늘어나는데 온실가스를 20% 줄이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NDC 확정 당시 정부가 대체 원료로 제시한 ‘바이오 나프타(콩·옥수수를 사용한 친환경 원료)’나 재생 플라스틱은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해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볼멘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앵커 7) 국내 정유업계가 지난해 고유가로 ‘횡재세’ 논란까지 벌어진 것과 달리 올해는 저유가, 경기침체 등에 기인한 실적 악화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면서요... 우선 유가하락과 관련 자세히 전해주시죠.

기자 7) 네. 맞습니다. 우선 유가 하락이 눈에 띕니다.

1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68.35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는 2021년 12월 3일 이후 최저 수준으로 이틀 연속 배럴당 70달러를 하회했습니다. 전년 동기 배럴당 95.04달러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28%(26.69달러)나 낮은 수준입니다.

미국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번지며 유가가 더욱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며 경기 침체와 중소은행의 연쇄 도산 우려가 높아지면서인데요.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이후에도 미국의 시그니처은행, 유럽 대표 은행 중 하나인 크레디트스위스까지 금융위기가 확산됐습니다.

경기침체 원인 중 하나인 금융위기는 유가와도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경기가 좋아야 석유화학제품을 많이 사용하고 석유를 정제한 휘발유 같은 관련 제품 사용량도 늘어나기 때문이지요.

실제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에 들어갔던 2020년 4월 WTI 선물가격은 배럴당 -37달러까지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극히 비정상적인 가격이지만 그만큼 유가가 경기에 민감하다는 방증입니다. 경기활동 재개(리오프닝)가 진행되며 지난해 6월 배럴당 114.34달러를 기록한 것과 온도차가 큰 대목입니다.

앵커 8) 원유 정제마진이 줄어드는 것도 석유업계의 고민 중 하나라면서요?

기자 8) 네. 맞습니다. 정유업계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제마진도 국제 유가와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습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와 수송, 운영비 등 각종 비용을 제한 금액을 말하는데요.

국내 정유사에 영향을 주는 것은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으로 정유사마다 이익 기준이 다르나 통상 5달러부터가 이익구간으로 평가됩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제마진은 2021년 배럴당 1~2달러까지 내려갔다가 2022년 6월 4주 배럴당 29.5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올해는 2월 정제마진이 배럴당 평균 6.7달러로 1월(10.1달러)보다 33.7% 줄었습니다.

사정이 이렇자 정유업계 실적 우려도 본격화하는 모양새입니다. 지난해 고유가와 높은 정제마진으로 호실적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정반대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인데요.

국내 정유 4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합산은 14조원을 넘어섰습니다. 리오프닝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수급불안으로 가격이 폭등한 영향이 크게 작용했는데요. 역대급 실적에 정치권에서는 정유업계가 예기치 않게 얻은 이익에 대해 ‘횡재세’를 내야한다고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매출액 78조569억원, 영업이익 3조917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각각 67%와 125%가 늘어난 수준입니다.

GS칼텍스도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58조5321억원과 영업이익 3조9795억원으로 잡정 집계됐습니다. 각각 전년 대비 69.5%, 97.1% 증가했습니다.

2022년 S-OIL(에쓰오일)도 매출액 42조4460억원, 영업이익 3조4052억원으로 각각 55%와 59%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현대오일뱅크도 매출액 34조9550억원과 영업이익 2조7898억원의 잠정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68%, 155.1% 증가한 수치입니다.

증권가에서도 벌써부터 정유업계 1분기 실적을 걱정하는 형국입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분기 정유사 실적 눈높이를 대폭 낮춰야 한다”며 “그동안 시장에서 기대했던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증가가 뚜렷하지 않고, 3월부터 중국·쿠웨이트·이라크 등에서 신규 정유설비 가동 압박이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도 “올해 들어 등경유 마진의 약세가 이어지는데 가스 가격 급락에 따른 대체 수요 감소와 러시아 석유가격 상한제 이전 비축 재고 부담 등이 겹쳤기 때문”이라며 “유럽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량 변화율과 현물가격은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는데 수입 역성장 폭이 가장 커질 4~5월까지 가스 가격, 등경유의 동반 하향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앵커 9) 이 밖에도 석유하학업계가 최근 열린 중국 양회에 기대를 걸었다가 그 결과에 실망하고 있다면서요... 간단히 전해 주시죠.

기자 9) 네. 그렇습니다.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가 지난 13일 막을 내린 이후, 중국발 수요 회복을 기대하던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국내 석유화학업체들 사이에서 아쉬움의 한숨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석유화학제품 소비국인 중국에서 수요 회복을 기대했지만, 중국 정부가 내놓은 내수경기 부양책이 기대에 못 미쳐서이기 때문인데요.

석화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석화제품 수요 증가를 이끌만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1994년 이후 역대 최저치인 5% 안팎의 경제성장률 목표치도 기대보다 낮은데다, 내수 부양책까지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석유화학 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38%로, 중국은 우리나라 석화제품의 최대 수출국인 만큼, 국내 업체들은 코로나19 거리두기 완화에 이은 경기부양책이 나올 경우 중국발 수요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한 석화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최대 수출국인 만큼 경제활동 재개와 양회에 대한 기대감이 컸는데 기대한 만큼의 수요 회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에틸렌 스프레가 200달러 초반대까지 올라왔지만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고, 수요 회복을 견인할만한 요인이 안 보이는 게 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석화업계는 향후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중국은 에틸렌 설비 증설로 자급률을 높이는 데다, 전 세계적인 환경 규제 강화 기조에 업황 부진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석유화학 산업을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설비 증설을 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 업체들이 당장 올해 완공할 에틸렌 증설 물량은 395만톤에 달합니다. 내년 증설 물량은 1040만톤인데요. 2025년과 2026년에도 각각 100만톤과 120만톤 증설이 예정돼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부족한 내수 소비량을 꾸준한 증설로 채우고 있습니다. 중국이 자급률을 꾸준히 높일 경우 공급 과잉이 발생해 에틸렌 가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시장이 주력인 국내 업체들의 수출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NBN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