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NBNTV B뉴스 공시돋보기
○ 진행 : 김필주 전문위원
○ 대담 : 한규미 기자

 

앵커) 최근 한국거래소의 상장유예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제도가 가진 허점을 악용해서 기업사냥꾼들은 소송을 거는 경우가 많은데요. 관련해서 어떤 사례가 있었죠?

기자) 최근 메디콕스 주식 ‘10주’를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가 메디콕스에 ‘전환사채 처분금지 등 임시의 지위를 구하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지난 27일 한국거래소는 메디콕스 전환사채에 대해 상장유예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한국거래소의 결정에 부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는데요. 사법부의 가처분 결정이 나오기 전에 일방적으로 상장유예를 결정하는 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판단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앵커) 거래소의 상장유예 결정을 전문가들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1-1보는 건데요. 그 이유가 뭐죠?

기자) 거래소가 상장유예 결정을 내리는 건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해선데요. 사실 이 상장유예 결정이 더 큰 손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법조계 전문가도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소액주주를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사법부를 앞질러 사실상 가처분에 준하는 ‘상장유예’ 결정을 하는 건 제3의 채권자와 주주들의 더 큰 피해를 불러 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사법부를 무시한 한국거래소의 오만한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해당 전문가는 “처분금지 가처분 소송도 아닌 소송을 건 당사자의 지위를 확인하는 소송에 한국거래소가 너무나 성급히 상장유예를 결정한 것은 과도한 사적 계약의 남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앵커) 기업의 주식을 10주만 보유한다 하더라도, 그러니까 소액만 보유하고 있어도 현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서 기업들을 곤란하게 만든다고 볼 수 있겠네요. 여기서 제기된 소송은 ‘소송을 건 당사자의 지위를 확인’하는 거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상장유예가 되면 사실 가처분이 인용됐을 때와 마찬가지인 효과를 내는 거 아닌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인데요. 한국거래소가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46조를 근거로 메디콕스에 일방적으로 상장유예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겁니다. 가처분신청 결정은 아직 내려지기 전인데 거래소가 결정을 내리는 게 문제입니다. 심지어 이 경우에는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는 대상이 맞는지도 결정이 되지 않은 건데요. 그런데도 사실상 가처분이 인용된 것과 같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법원에서 신주 발행을 금지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한국거래소가 독단적으로 신주에 대해 상장유예했기 때문입니다.

앵커) 가처분신청 결정이 나오기 전인데 미리 상장유예가 되면 이 사건으로 피해를 보는 곳도 많을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나온 피해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한국거래소의 이번 결정으로 메디콕스 전환사채에 수백억원을 투자한 정앤어스1호투자조합까지 금전적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될 전망입니다.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싶어도 현재로서는 주식을 매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러면 이 투자조합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는 겁니까?

기자) 물론 정앤어스1호투자조합이 주식 전환 대신 회사에 조기상환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신주 상장이 계속 지연되면서 사채권자들이 전환 대신 조기상환을 청구하게 되면 문제가 커지는데요. 다시 상장사의 파산과 상장폐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결국 이는 수많은 소액주주들에게까지 피해가 번질 수 있어서 이번 상장유예결정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늠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정앤어스1호투자조합의 피해도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해당 투자조합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우선 정앤어스1호투자조합은 상장의무 불이행으로 메디콕스에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또 한국거래소를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할 예정인데요. 조합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규정 제 46조에 대한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은 헌법이 보장한 사유재산권을 현저히 침해“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향후 거래소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과 상장유예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제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해당 규정이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헌법소원까지 고려 중”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앵커) 한국거래소의 상장유예 제도는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건데 어떻게 보면, 이후에 또 다른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소권남용이 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이번 상장유예 결정과 관련해서 메디콕스뿐만 아니라 소니드와 아우딘퓨처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데요. 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가처분을 제기한 소액주주는 1주 또는 10주 만을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들 소액주주는 가처분을 제기했을 때 상장을 유예하는 한국거래소의 관행을 악용한 겁니다. 그래서 전환된 주식을 상장시키지 못하도록 시간을 끄는 등 명백한 소권남용의 소지가 큰 상황입니다.
이들은 가처분 신청 결과에서 사실상, 경제상, 또는 감정상의 이해관계를 넘어 직접적인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즉, 거래소의 실무관행을 악용해 상장사를 압박한 뒤 상장사가 이에 응하도록 해서 합의금을 받는 것이 목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거래소가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소액주주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 일괄적으로 상장유예결정을 내리게 되면 문제가 되는데요. 이 때문에 상장사와 투자자, 그리고 주주는 큰 피해에 직면하게 됩니다.

앵커) 그럼 이번 사건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한국거래소가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46조를 근거로 일방적으로 상장유예 결정을 내린 점인 건데요. 상장사에게 부당하게 불리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반해 공정성 측면에서 약관 규제에 관한 법률을 위반할 여지도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관련 판례가 있을까요?

기자) 네, 한국거래소 상장규정 제46조에 대한, 즉 상장유예결정과 관련한 유사 판례가 이미 많은데요. 법률위반으로 상장폐지결정무효라고 판결난 경우가 있습니다.
먼저, 대법원에서 2007년에 한국거래소의 상장유예 결정이 일방적인 의사표시라고 언급한 적 있는데요. 해당 판례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유가증권시장에 유가증권의 상장을 희망하는 발행회사와 주식회사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사이에 체결되는 상장계약은 사법상의 계약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 상장회사의 신청이 없는 상태에서 한국거래소에 의한 상장폐지 혹은 상장폐지결정은 사법상 계약관계를 해소하려는 한국거래소의 일방적 의사표시라고 언급했습니다.
이후에도 비슷한 판레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2019년에는 금융지주회사가 은행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제3자 배정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한 다음 한국거래소에 그 신주의 상장신청을 했는데요. 한국거래소가 소액주주들에 의한 신주발행무효소송으로 상장유예결정을 한 적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위 조항이 비례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어긋나고, 정의관념에 반하거나 다른 법률이 보장하는 상장법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한다고 봤습니다. 또 상장신청법인에게 부당하게 불리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기 때문에 공정성을 잃은 조항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과 제2항 제1호에 따라 무효라고 판결내렸습니다.

앵커) 네, 이미 법원에서 한국거래소의 상장유예결정에 대해 무효 판결이 여러 번 나왔었네요. 그러면 한국거래소의 이런 개입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약관의 성질을 갖고 있는 제 46조 상장규정은 형평의 원칙에서 벗어나 다른 법률에서 보장하는 상장사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해당 조항이 상장사에게 부당하게 불리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반해 공정성 측면에서 약관 규제에 관한 법률을 위반할 여지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자본시장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거래소 제도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럼 한국거래소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한국거래소는 "해당 규정은 향후 주식에 대한 권리 제한이 걸릴 경우 발생할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마련된 규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법원의 결정이 있기 전까지 신주 발행이 가능하고 상장만 유예된 것이기 때문에 재산권 침해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네, 한국거래소는 해당 규정은 필요하고, 신주 발행이 가능하긴 하니까 재산권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는 답을 내놓은 거네요. 

기자) 물론 한국거래소에서 말한 것처럼 신주 발행은 가능하고 상장만 유예가 된 게 맞습니다. 하지만, 사실 상장이 되지 않으면 돈으로서 가치를 얻기에 어렵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신주 발행만 된 상태를 재산권이 보장된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한국거래소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서 상장법인의 존폐로 인해 더욱 많은 소수주주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등 제도적 허점이 드러났는데요. 상장유예 제도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보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규정은 공익적 관점의 규정인 만큼 이에 대한 신속한 보완이 요구됩니다. 결국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게 중요한 겁니다.

사진설명=NBNTV B뉴스 공시돋보기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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