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놓고 엇갈리는 재계  
대다수 대기업 3·4세 경영 본격화
일부 대기업 전문경영인 체제 적극 도입

 

앵커 : 이정미   출연 : 김양하 

최근 한 기업관련 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드라마인데요. 주3회 편성에 우리나라 재벌들의 이야기를 모아논 듯한 내용으로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오늘은 드라마를 통해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경영승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 재벌집 막내아들의 인기가 월드컵 못지 않은 것 같습니다.   드라마가 실제와 가상을 섞어놓은 것 같아서 더 관심을 끄는 것 같은데 드라마에 나오는 회사가 어디입니까?

드라마에 나오는 회사들은 과거에 존재했거나 현재에 있는 여러 그룹을 섞어서 만들었습니다.  

혹시 모를 논란에 대비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큰 틀은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를 주도하는 대기업들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주인공 송중기의 할아버지가 만든 순양그룹은 삼성그룹을 기본으로 다른 회사들을 살짝 섞은 것으로 보입니다.

진양철 회장은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과 이건희 회장을 합친 인물이구요.

이병철 회장은 1910년에 태어나서 1987년 별세했는데요.  자동차에 관심이 있었지만 직접 사업은 하지 않았습니다.

삼성의 자동차 사업은 이건희 회장이 1992년부터 상용차를 시작으로 뛰어들었는데 드라마에서는 1987년 대통령선거부터 막내아들로 태어나 에피소드가 전개되는데 이미 반도체와 자동차 회사가 있습니다.   이건 현실과 다른 설정이죠.
 
또, 이병철 창업회장은 8남매가 있었는데 드라마에서는 4남매입니다.  

진양철 회장의 큰 아들인 진영기 부회장은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차남인 진동기 사장은 새한그룹 이창희 회장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진양철 회장의 딸은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모친인 이명희 회장과 비슷한데 남편인 정재은 명예회장은 정치를 하지 않고 기업인이어서 실제와 다릅니다. 

주인공은 3남의 차남인데 3남이었던 이건희 회장은 아들이 이재용 회장 1명인데 2명으로 나옵니다.

경영에 관심있다는 아들만 따져보면 송중기가 맡고 있는 막내아들 진도준은 이재용 회장과 유사한 위치입니다.

이밖에 대영은 현대그룹과 비슷합니다.  한도제철은 한보철강, 아진자동차는 기아자동차를 모티브로 한 것이다.  한보철강은 당진제철소만 현대제철에 인수된 뒤 청산됐고, 기아자동차도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뒤 기아로 사명을 바꿨습니다.

드라마는 역사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재미를 더하고 있는데 현실과는 다른 전개를 보여줍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한보철강과 기아차는 현대차그룹이 인수했는데 비슷한 이미지인 한도제철과 아진자동차를 일단 순양이 인수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물론 실제로 삼성그룹은 무노조 경영 원칙을 버리면서까지 기아자동차 인수를 여러번 시도했지만 정치권과 경쟁업체의 견제 등 여러가지 반대로 실패한 바 있습니다. 

 

질문. 이번 드라마의 성공으로 관련주들이 상승했다고 하는데요?  어떤 종목들이 올랐습니까?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관련주는 제작사인 래몽레인을 비롯해 콘텐트리중앙, 위지웍스튜디오, 코퍼스코리아, 컴투스 등이 있습니다.

제작사인 래몽레인이 드라마가 시작되고 일주일만에 50% 폭등했습니다. 지금은 폭등에 따른 조정을 받고 있습니다.

이상한변호사 우영우의 제작사인 에이스토리와 비슷한 움직임입니다.

래몽레인의 대주주인 위지웍스튜디오, 지적재산권을 공동보유하고 있는 콘텐트리중앙의 주가도 강세를 보였습니다. 

래몽레인보다는 상승폭이 덜하지만 그래도 주가가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콘텐츠 플랫폼기업 미스터블루와 일본내 판권을 갖고 있는 코퍼스코리아도 폭등했습니다. 

하지만 위지윅스튜디오와 래몽래인을 자회사로 두고있는 컴투스는 28일 종가가 첫 방영일인 18일보다 오히려 떨어져 대조를 보였습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OTT 라쿠텐 비키(Rakuten Viki)는 '재벌집 막내아들'은 미국을 포함한 세계 50여 개국에서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영어제목은 Reborn Rich인데 서비스를 시작한지 5일만에 미국, 캐나다, 브라질, 멕시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5개 대륙 50여개 이상 국가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재벌집막내아들은 넷플릭스, 티빙, 디즈니플러스 등에서도 방영중입니다. 따라서 글로벌 인기 몰이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기몰이를 하는 비결은 누구나 한번쯤 예전에 신도시 예정지에 땅을 사놨으면, IMF때 삼성전자 주식을 사놨으면 하는 후회가 있는데 이 드라마가 대신 풀어주는 것 같습니다.  

질문. 자 그러면 이번에는 본격적인 대기업의 경영승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드라마에서 보면 순양그룹의 주인이 되기 위해 매우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현실에도 대기업에서 경영권 분쟁을 하는 경우를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효성그룹을 들 수 있습니다.

효성그룹은 조홍제 회장이 창업했는데, 이병철 회장과 함께 삼성물산을 설립하며 부사장을 지냈습니다. 

이후 제일모직, 제일제당 사장 등을 지내며 삼성그룹에서 일하다가, 효성물산을 맡으며 독자경영에 나섰습니다.

이후 나일론과 중화학 분야로 영역을 넓혔고, 장남인 조석래 회장이 그룹을 물려받아 2세 경영이 시작됐습니다.

차남인 조양래 회장은 한국타이어로 독립했습니다.

효성그룹은 2세 경영까지는 무난히 갔는데 3세로 넘어가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조현준, 조현문, 조현상 3명의 아들이 있는데 모두 아이비리그 대학에 다닐 정도로 똑똑했습니다.

하지만 2011년 차남인 조현문 부사장이 장남인 조현준 회장, 동생인 조현상 부회장을 고소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습니다. 

효성은 조현준 회장이 3세경영을 하고 있는데, 여러가지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재계에서는 국제변호사인 조현문씨가 검찰에 수사에 관련한 각종 정보를 주고 있는 것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남매간의 경영권 다툼이 있었던 대한항공도 있습니다.   

2018년부터 강성부 대표가 주도하는 사모펀드 KCGI가 지분을 매입하며 시작된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습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KGCI, 반도그룹과 조현아 부사장의 연합이 지분경쟁을 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됐는데요.  

결국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에 넘기면서 지분 투자를 하고, 조원태 회장에 우호적인 LX그룹이 반도그룹이 보유했던 한진칼 지분을 인수하면서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종식됐습니다.  

이처럼 형제간에도 그룹 경영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경우는 범 LG가의 아워홈 구지은 부회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의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워홈은 2000년 1월 LG유통의 식품서비스 부문이 독립하면서 설립된 회사인데요.  주로 식자재 유통과 단체 급식을 맡고 있습니다.

아워홈은 LG그룹의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셋째아들인 구자학 회장이 창업주인데 부인인 이숙희 여사는 이병철 삼성창업회장의 셋째딸이기도 합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구자학 회장의 장남이고, 구지은 부회장은 막내이자 셋째딸입니다.

참고로 구지은 부회장의 언니인 구명진씨는 최근 자회사 M&A를 추진해 화제가 되었던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의 부인입니다.

아무튼 구본성 전 부회장은 여동생인 구미현 이사와 함께 아워홈 경영권을 놓고 구지은 부회장과 경쟁했습니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이사의 지분은 합쳐서 58.26%나 되는데 매각을 선언했지만 이사회를 장악한 구지은 부회장에 의해 저지됐습니다.

아워홈 정관과 이사회 규정에 주주가 보유주식을 양도할 경우 반드시 사전에 이사회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했기 때문입니다.

형제나 남매가 아닌 동업자끼리 경영권 분쟁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려아연도 최윤범 부회장과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이 지분 확보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영풍그룹은 장씨 가문과 최씨 가문이 70년 넘게 동업을 하고 있는데 고려아연을 놓고 경쟁하면서 결별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얘기들은 풍문레이더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질문. 그럼 경영권 분쟁없이 조용히 승계작업을 하고 있는 대기업은 없나요?

여러 대기업들이 비교적 순탄하게 경영권 승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경우 3세인 김동관 부회장이 사실상 회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 9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는데, 지난번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방한했을때도 한화그룹 대표로 차담회에 참석했습니다. 

한화그룹은 효성그룹과 마찬가지로 자식농사를 잘 지었다는 평이 있는데,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가장 특출납니다.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이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방위산업과 화학, 태양광 등 주력 사업을 이어받고,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금융부문을 그리고 막내인 김동선 전무가 유통, 호텔, 리조트를 맡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LS그룹도 3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구인회 LG창업주의 동생들인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회장이 함께 만든 LS그룹은 2003년 LG그룹에서 분리되고, 2005년 LS그룹으로 변경했습니다.  LS그룹 2세 경영은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창업주 3인의 장남들인 구자홍, 구자열, 구자은 회장이 차례로 회장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2022년 별세한 구자홍 회장의 자녀들이 지분을 정리하면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구태회 회장의 손자인 구본규 LS전선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고, 구평회 회장의 손자이자 구자열 회장의 장남인 구동휘 E1 대표이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이밖에 구자명 회장의 장남인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사장과 구본권 LS MnM 전무도 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스비낟. 

KCC그룹도 2021년 정상영 명예회장이 별세한 이후 장남인 정몽진 회장이 건자재, 도료, 실리콘을 하는 KCC를 맡고, 차남인 정몽익 회장은 판유리와 인테리아 사업이 주력인 KCC글라스를 그리고 3남인 정몽열 회장은 KCC건설을 맡는 것으로 2세 경영을 시작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일부 대기업들은 더이상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넘기지 않겠다고 했죠?

가장 대표적인 예가 삼성그룹입니다.

이재용 삼성 회장은 2020년 5월 대국민사과문을 통해 자녀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또,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서도 "더이상 논란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회장은 이같은 선언은 본인이 삼성그룹의 3세 경영을 맡으면서 많은 고초를 겪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서 매주 재판을 받고 있고, 3주에 한번은 2번씩 받는 사법리스크가 있습니다.

또, 만약 삼성생명법이 개정되면 삼성그룹은 또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해야 합니다. 

삼성그룹은 우리나라 경제에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기업의 유지는 물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과제도 있습니다.

이 회장은 이런 짐들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이밖에 미래에셋, 넥슨 등도 전문경영인 체제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NBN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