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부 일간지 하단 광고가 생각난다. 정부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두 공기업을 합치겠다고 공언하자 해당 공기업 노조원들이 한 푼 두 푼 모아 일간지에 결합을 반대하는 내용의 광고를 낸 것이다. 해당 공기업 사장은 말할 것도 없이 속해 있는 직원들이 술렁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두 공기업 통합이 옳고 그름을 떠나 공공기관을 개혁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있고 난 후에 나타난 단편이다.
이명박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공공기관을 대대적으로 구조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때부터 공공기관은 얼어붙기 시작했다. 막상 이명박정부가 들어서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코드론을 내세우며 공공기관장 물갈이 의중을 내비치자 유관 공공기관장들은 혼란에 빠졌고 다른 부처 산하기관으로 확산됐다.
급작스러운 방침으로 인한 일시적인 반발도 있었겠지만 충격요법으로 통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오히려 충격요법으로 인한 후유증 때문에 시간과 정력이 낭비되기도 한다. 더욱이 이번 정부에 부처까지 통폐합되면서 산하 공공기관에 부는 바람은 가히 태풍 수준이었다.
공공기관 구조조정과 기관장 물갈이 바람은 지식경제부에도 불었다. 일부에서는 공공기관장 사표를 제출하라는 압박이 있었다는 얘기도 있었고 지경부는 그런 적 없다고 반박했지만 결과적으로 기관장들은 일괄 사표를 제출했고 분야별로 기관장 추천위원회를 거쳐 공모일정이 진행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능력 있고 명망 있는 인사들은 용퇴해 모습을 감춰버리고 남은 일부 인사들은 여기저기 보신할 곳을 기웃거리게 됐다. 기관장이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다 보니 기관은 뒷전으로 밀리고 조직은 기관장 눈치보느라 업무가 마비되고 추천과정을 거쳐 적임자를 뽑아 놓았지만 최종 임명이 없어 어쩌지도 못하고…. 누군가 자리에 온다는 설만 있고 안 오니 떠날 사람도 가시방석이다. 자리에만 앉아 있지 관심사는 딴 데 있을 수밖에 없다.
민영화와 관련해서도 한다고 했다 안 하기로 했다를 반복하면서 정력만 낭비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벌써 6개월째다. 기관장이 불안해하니 조직원들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새로운 사업 기획은 엄두도 못 내고 하던 사업만 붙잡고 있는 형국이다. 새로운 사업이 없으니 예산 신청도 있을 수 없다. 괜한 빌미를 제공할 만한 사안은 아예 만들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공공기관과 민간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준공공기관에 들어가는 예산도 제때 반영이 안 돼 사업일정이 늦어지기 일쑤다. 전체적으로 예산을 집행하는 심장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니 모세혈관에 있는 피들이 원활하게 돌지 못해 썩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300개가 넘는 공공기관 조직을 무슨 논문 베껴 쓰듯 일괄적으로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가. 구조조정을 하든 개혁을 하든 적어도 공공기관이 순환할 수 있도록 해놓고 순차적으로 개선해도 힘든 일을 한꺼번에 하려 하니 무리가 따르지 않을 수 없다. 흐르는 물이 오염됐다 해서 댐으로 막아놓고 개선하다가 무너지면 그 피해는 누구한테도 돌아갈지 생각해 볼 문제다. 물을 흘려 보내면서 순차적으로 수질도 조정하는 자연스러움의 미가 아쉬운 대목이다. 주문정 디지털산어부 차장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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