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만 5만톤이 배출되는 생활 폐기물을 연료로 바꿀 수 있다면?'

얼핏 황당해보이는 이 발상을 현실화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김대중 롯데건설 플랜트사업본부 환경팀 부장은 생활폐기물연료화(MBT·Mechanical Biological Treatment) 시설의 설칟운영 부문 전문가다. MBT란 생활 폐기물을 종류별로 구분해 수분과 염소의 농도를 줄이고 발열량을 높이는 공정을 통해 고형연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김 부장은 "폐기물 중에는 캔이나 병처럼 재활용 가능한 것과 매립해야 하는 것, 그리고 연료화해서 석탄 등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며 "MBT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연료는 아파트 난방과 전력 공급 등에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는 소각로 관련 업무을 맡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폐기물 에너지화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폐기물 소각 후 발생하는 가스처리 설비의 설계를 맡았던 김 부장은 2006년 롯데건설로 자리를 옮기면서 MBT 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MBT 사업은 독일 등 유럽에서는 이미 상용화 돼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도입 단계다. 김 부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롯데건설은 지방자치단체 등의 폐기물 처리 계획을 맡아 해당 지역에 MBT 시설을 설칟운영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MBT 기술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롯데건설은 지속적으로 관련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아왔다. 덕분에 2007년에는 환경부로부터 '경사형 육각 디스크 선별기를 이용한 가연성 생활폐기물 선별기술' 인증을 받았으며 이듬해에는 기술검증도 받았다. 현재는 독일 재활용업체인 레몬디스(REMONDIS)와 기술제휴를 맺어 MBT의 설계·시공 기술 부문에서 다양한 협조을 받고 있다.

하지만 사업 진행에 걸림돌도 많다. 김 부장이 꼽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주민과의 마찰이다. 우리나라는 폐기물 매립지가 적은데다 지자체별 매립장 수명도 10년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오염물질 배출을 염려하는 해당 지역 주민과의 마찰때문에 MBT 시설 설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여러 지자체의 폐기물을 한 곳에 모아서 처리하는 경우 주민의 반발이 심하다.

김 부장은 "폐기물 처리를 위해서는 적정 용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러 곳의 폐기물을 한 곳에 모을 필요가 있지만, 시설이 설치되는 지역의 주민들은 '타지의 쓰레기는 타지에서 처리하라'는 입장을 내세우기 때문에 사업 진행이 어렵다"며 "주민의 이해와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최근 강릉에서 MBT 시설과 폐기물고형연료화(RDF) 보일러 시설 등을 설칟운영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김 부장은 "적정한 시기가 되면 외국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며 "태국 등 동남아 지역과 중동지역으로의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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