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가스는 자연에서 스스로 만들어지지 않고 오직 산업분야에서 합성과정을 통해 발생한다. 산업적인 목적에만 사용되는 게 특징이다. F가스는 일반적으로 개도국보다는 특성상 선진국을 비롯해 한국·중국·인도 등 산업활동이 활발한 나라에서 주로 배출된다. 반도체 생산 공정이나 스티로폼 및 폴리우레탄 발포제, 고전압 설비의 절연체, 냉장고·에어컨 냉매, 스프레이 또는 소화기용 불활성 가스에 사용된다.

F가스는 대형 설비를 이용하는 산업분야다 보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도입하는데 상당한 위험이 있고 초기 투자부담이 커 과감한 투자 결정이 요구된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분야는 △기술 개발 및 상업화 △시장 창출 △인프라 구축이다.

F가스를 줄이는 기술은 △회수·정제·재사용 기술 △F가스 파괴기술 △대체물질로 구분된다. 회수·정제·재사용의 경우 여러 종류의 F가스와 불순물 등이 섞여 있는 사용 중인 가스나 폐가스에 해당되는 기술이다. 대체물질이 없거나 대체물질 자체의 기술적 특성이 원래의 F가스보다 열등한 경우에는 기존에 사용된 가스를 재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럴 때 회수·정제·재사용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F가스를 파괴해서 없애는 것보다 자원 절약 측면에서 유리하다.

F가스를 파괴하는 것은 현재 기술수준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파괴 설비가 너무 크고 하수처리시설과 같은 주변 시설 등을 동반하기 때문에 소규모 배출원에 적용하기가 어렵다. 소형화 기술 개발이 필요한 대목이다.

F가스를 줄이거나 파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온난화지수가 낮거나 없는 대체물질을 개발하는 게 어찌보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LCD 공정 중 현재 '건식 식각장치' 공정 및 설비는 육불화황(SF?)에 적합하도록 기술을 개발, 적용 중이다.

SF?는 공정 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가스기 때문에 대체가스를 적용키 위해서는 신뢰도와 공정효율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LCD 제조사와 공정 설비 제조사가 공동으로 기술 개발을 수행해왔으나 현재까지 대체가스의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해 SF?를 계속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LCD 공정 중 배출되는 SF?를 회수, 파괴하는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체물질은 안전을 비롯한 여러 부문에서 기존 물질보다 우월해야 하므로 이를 개발하는 데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한다. 대체물질 개발은 전 세계적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신에너지산업기술개발기구(NEDO) 프로젝트를 통해 주요 일본 가전회사와 함께 에어컨용 대체 냉매를 개발 중이다.

시장 창출의 경우 정부에서는 우선적으로 규제를 도입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만 적용되는 규제를 도입하면 결국 국내 소비자에게만 비용이 전가된다고 토로한다. 혁신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주기보다 모든 사업자가 규제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는 것이다. 투자 심리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또 CDM 사업을 하는데 지장을 줄 수도 있으므로 규제 도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오히려 신기술을 먼저 도입한 업체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장려하거나 시장 위험을 줄이는 쪽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요구한다.

대체 물질을 사용하는 제품 등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정부 조달 시 대체 물질을 사용한 제품만 사용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조달청을 통해 정부가 냉장고를 구매할 때 대체물질인 R600a 냉매를 사용한 냉장고만을 조달 품목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인프라 구축도 정부가 담당해야 할 몫이다. 우선 F가스 감축 CDM 방법론 개발이다. CDM 방법론은 공공재이므로 방법론을 개발한 사업자만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유사 사업을 추진하는 모든 사람이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지적재산권으로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러한 부분이 CDM 방법론 개발 동기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공공부문에서 CDM 방법론을 개발하면 시장 내 많은 사업자가 이용할 수 있게 돼 F가스 감축 CDM 사업화도 활발해진다는 설명이다.

회수·정제·재사용을 위한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다. 건물용 에어컨의 폐냉매를 회수·정제·재사용을 위해서는 회수·보관·수송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일반 기업이 독자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호주의 경우 리클레임 오스트레일리아(Reclaim Australia)라는 공공 조직이 담당하고 있다. 물론 이를 규제화할수도 있다. 그러나 규제화하는 경우 탄소배출권사업을 추진하는데 결정적인 장애물이 된다. 인프라 구축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 지식경제부는 에너지자원기술개발사업과 자원순환 및 산업에너지기술개발보급사업을 통해 지구온난화 지수가 높은 HFCs·PFCs·SF6 등 Non-CO? 지구온난화 물질의 사용량을 줄이거나 회수, 대체하는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2007년부터 6개 과제에 총 80억5000만원을 투자했고 지난해에는 SF?의 분리·회수·리사이클 원천 기술개발을 추진했다.

올해에는 신규 과제로 반도체와 LCD 산업에 사용되는 SF? 대체가스 개발, 차량용 HFC 대체 냉매 개발을 위한 과제를 기획하고 있다.

임국현 지경부 산업환경과 사무관은 "F가스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지경부도 인식하고 관련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Non-CO? 가스를 아예 이용하지 않는 공정과 장비 기술 개발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창선 기자 yud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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