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연이어 터진 노트북PC·PMP 배터리 문제로 국민 불안이 높다. 급기야 정부는 사고 기종으로 공인 검증시설에서 일주일 간 공개 실험을 했다. 결국 “발화·폭발 등의 위험은 없다”고 발표했다. LG전자로부터 노트북 배터리 안전성 검증을 의뢰받은 미국의 제품 안전시험 및 인증기관인 인터텍도 ‘이상 없다’고 통고했다.

우리가 조바심을 내는 동안, 뒤에서 경쟁자들은 웃고 있다. 바로 리튬계 2차전지 세계시장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일본 전지업계와 우리나라에 전지셀을 공급하는 중국 업체들이다. 세계 1위 자리를 맹추격 당하는 일본은 뜻밖의 ‘호재’를 만난 셈이다. 지난 2005∼2006년 소니·산요 등 일본 메이저 전지업체의 잇따른 사고로 전세계적 제품 리콜이 진행되면서 겪은 봉변을 이제 한국이 겪을 것이라는 출처없는 괴소문까지 나돈다. 중국은 휴대형 기기의 전세계적 수요가 폭증하면서 값싼 전지셀을 대량 국내에 공급하지만 직접적인 책임선상에 빠져 있다.

‘낭중지추(주머니 속 송곳)’라고 했다. 한국산 전지의 품질과 신뢰도는 되레 해외에서 빛을 발한다. 최근 일본 2차전지 전문시장조사기관인 인터내셔널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IIT)가 조사한 품질 평가에 한국산 2차전지는 산요·소니 등 쟁쟁한 경쟁업체를 멀찍이 따돌리고 압도적 1위에 올랐다.

휴대형 기기에 집중됐던 2차전지는 이제 미래형 자동차를 움직이는 핵심 에너지원으로까지 부상했다. 차세대 전지시장을 놓고 한치 양보없는 전쟁을 이미 시작했다. 배터리의 안전성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업체들이 신뢰를 얻도록 더 노력해야겠지만 소비자들도 무조건적인 질타보다 올바른 전지 사용과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 전지산업의 ‘응원군’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진호기자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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