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계가 이르면 연내에 원전 시설의 새로운 고출력 전자기파(EMP) 방호 기준을 마련한다. 국내 원전 모델별로 EMP 영향 평가를 하고, 결과에 따라 추가 방호조치를 취한다. 원전 안전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자력 관련 기관은 최근 국내 원전의 EMP 영향 연구에 착수했다. EMP 공격이나 장애 발생시 원전을 안전하게 정지할 수 있는지 등을 파악한다.

한수원은 국내 가동 원전 중 대표모델과 EMP 방호 대상 시스템을 선정해 영향 평가를 하고 있다. 초기 원전인 미국 웨스팅하우스 모델은 고리3호기, 프랑스 프라마톰 모델은 한울1호기, 캐나다 캔두 중수로 모델은 월성3호기가 선정됐다. 한국표준형 원전 OPR-1000은 한빛5호기, 수출형 한국신형 원전 APR-1400은 신고리3호기에서 EMP 영향 평가를 진행 중이다.

EMP는 고고도 핵폭발 또는 전자기 발생장치에 의해 생기는 순간적인 고출력 전자기파다. 노출된 전자장비나 전력·통신선 등을 통해 외부와 연결된 전자장비에 피해를 입힌다. 의도적인 공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가 기간설비 방호 필요성이 대두됐다.

원자력 시설은 2015년 12월 방사능방재법 개정시 EMP를 전자적 침해행위의 한 유형으로 정의하면서 방호 규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후 원안위와 통제기술원이 한수원에 영향분석과 방호대책 마련을 요구하면서 관련 작업 중이다.

EMP 방호 평가 기준은 통제기술원이 마련한다. 지난해 EMP 방호규제 규제기술 개발 로드맵을 수립하고 방호 심·검사 기준을 제정했다. 최근에는 원전 이외에 연구용 원자로, 방폐장 등 기타 원자력 시설에 대한 방호 규제를 포함한 기준 개정을 준비한다. 다음달부터는 EMP 방호 규제 연구도 수행할 예정이다.

원전에 대한 EMP 추가 방호대책 마련은 국제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해외에서는 원전 격납건물의 두꺼운 콘크리트 벽이 EMP 차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1983년 '상용원전에 대한 EMP 영향' 보고서를 통해 EMP 영향으로 원전 안전정지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이후 두 차례 추가 연구(2007~2009년, 2010년)에서도 동일한 결론을 도출했다. 현재 미국은 원전에 대해 별도의 EMP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라는 특수 상황과 최근 몇 년간 진행된 북한의 핵실험으로 EMP 대응 필요성이 커졌다.

통제기술원 관계자는 “규제기술 개발과 심·검사 기준 개정 등을 통해 확정된 설계기준 위협에 따라 원자력 시설의 EMP 방호 체제를 평가하고, 결과를 원안위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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