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은 국가 생산과 수출을 담당하는 기반 산업이다. 건설·섬유·전자·자동차·반도체 등 전 산업과 연관된다. 최근에는 드론·3D프린터 등 4차 산업혁명에도 기여한다. 하지만 우리 화학산업은 고도성장 이후 글로벌 수입규제와 환경규제, 후발국 추격 등 위기를 맞았다. 산업고도화와 함께 미래형 화학제품 개발 등 새로운 발전전략이 필요하다.

◇3대 단지 르네상스로 석유화학과 정밀화학 연계

부가가치 104조원, 고용 55만명, 수출 756억달러. 우리 화학산업의 현주소다. 1970년대 수입에 의존했던 화학산업은 국가경쟁력과 수출을 주도하는 산업으로 올라섰다. 에틸렌·프로필렌 등 석유화학과, 염안료·접착제 등 정밀화학, 고무플라스틱까지 화학산업의 가치사슬은 전자·자동차 등 수요산업과 밀접히 연결됐다.

우리나라는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지만, 정밀화학과 고무플라스틱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화학 업계는 석유화학과 정밀화학 간 연계 강화로 균형 성장을 이뤄야 첨단·고도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석유화학은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했다. 원가경쟁력은 낮지만, 다양한 제품군으로 가스·석탄 대비 우위를 유지했다. 설비 규모와 효율성 면에서도 상위 25%로 최고 수준이다. 높은 경쟁력으로 생산의 절반을 수출하며 무역흑자를 지속했다.

정밀화학은 상대적으로 범용제품에 치중돼 무역 역조가 계속됐다. 고무플라스틱 부문도 일본·독일 등 선진국 추격이 필요한 상황이다.

화학 업계와 정부는 범용 석유화학 중심의 산업 구조를 첨단 화학산업으로 고도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존 단지 노후화와 지역산업 연계부족, 하방산업 취약 등 문제를 첨단화학 특화단지 조성,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로 푼다. 대중소 협력으로 글로벌 수준 정밀화학·플라스틱 기업을 육성한다.

대산, 울산, 여수·부산 등 화학산업 단지를 리모델링하는 3대 화학단지 르네상스가 시발점이다. 대산은 기초·정밀화학 연계 첨단화학 특화단지를, 울산은 자동차·조선 등 지역 수요산업형 미래소재 공급을 위한 고부가제품 중심지가 목표다. 여수와 부산은 각각 고부가 합성고무와 특수고무 생산·수출로 남해안 탄성소재벨트를 조성한다.

정부는 특화단지 조성으로 석유화학과 정밀화학 연계를 강화하고 고부가제품 생산을 통해 화학분야 중견·중소기업 역량을 키운다. 이를 위해 디스플레이·반도체·전기전자·자동차·에너지 5대 수요산업을 중심으로 10대 핵심소재 기업을 집중 육성한다. 수요 대기업과 연구개발, 인력지원 등 제품 개발단계부터 협력하는 등 대중소 상생 생태계를 구축한다.

◇첨단화로 포트폴리오 다변화

화학산업이 범용 석유화학 중심 구조를 벗어나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려면 고부가 제품으로 포트폴리오 확대가 필수적이다. 고기능성 폴리에틸렌(PE), 고급 합성수지(ABS), 내열성 PVC 등 고기능성 특화제품 상용화로 점점 높아지는 내진·내화, 친환경 기준에 대응해야 한다. 기존 석유화학산업은 지속적인 투자로 납사분해설비(NCC) 효율을 유지하면서 고품질 원료 공급 및 사업재편 등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과 수출을 지속하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기업도 신규투자를 통해 고부가 제품 생산시설을 확보하고 있다. LG화학은 기초 소재 포트폴리오를 고부가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지난해 여수공장 ABS 생산라인 전환 작업을 마무리했다. 여수공장 내 기존 폴리스트렌(PS) 제품 생산라인 2개 중 1개를 ABS 라인으로 전환했다. ABS는 대표적인 고부가 제품 중 하나로 자동차·가전·IT소재에 적용된다. LG화학은 지난해 초 250억원을 투자해 연간 400톤 규모 탄소나노튜브 생산공장을 마련했다.

현대오일뱅크와 OCI는 카본블랙 공장 상용운전을 앞뒀다. 양사는 2016년 합작법인 현대오씨아이를 설립했다. 대산산업단지에 연간 10만톤 규모 카본블랙 공장을 짓고 시운전 중이다. 카본블랙은 타이어, 고무 등의 강도를 높이는 배합제와 프린터 잉크 원료로 쓰인다. 최근 세계적으로 차량산업이 트럭과 특수차량 중심으로 개선되면서 타이어에 사용되는 카본블랙 업황도 좋아졌다.

에쓰오일·롯데케미칼·한화토탈은 충남 서산 대산 석유화학단지에 10조원가량을 투자, 첨단화학특화단지를 조성 중이다. 정부도 인프라 개선 등 지원에 나섰다. 석유화학뿐 아니라 중소 고부가 정밀화학 업계 투자도 유치해 산업 가치사슬 전반의 경쟁력을 높인다. 최근에는 석유화학업계와 산업부, 충청남도, 서산시가 함께하는 특화단지 조성 합동 지원반이 출범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나라 화학산업은 석유화학과 범용제품 중심으로 성장했다”며 “석유화학과 플라스틱, 정밀화학 간 연계를 강화하고 고부가 포트폴리오 확보로 고용·생산·수출이 늘어나는 질적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5대 수요산업 연계 10대 핵심소재>

자료:산업통상자원부

화학산업현황(자료:산업통상자원부)
화학산업현황(자료:산업통상자원부)

석유화학 수출입동향
석유화학 수출입동향

정밀화학 수출입동향
정밀화학 수출입동향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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