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사고시 사업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금액 상한이 사라진다. 후쿠시마 원전 같은 대규모 사고 발생 시 사업자에게 무제한 책임 원칙을 적용한다.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2018년 업무계획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전기준 강화와 규제시스템 혁신, 소통과 참여 강화를 골자로 한 규제방향을 발표했다. 지난 2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다.

강 위원장은 “원자력은 위험하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면서 강한 규제 정책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원안위가 과도하게 규제하고, 원전 운영자에게 피해를 입혀선 안 된다”며 기술기준에 맞게 적용할 것임을 강조했다.

원안위는 대규모 원전사고 발생 시 사업자 무제한 책임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의 법정 손해배상 책임한도는 원전 부지당(고리, 월성 등 총 5개) 5000억원이다. 상한선을 제거해 더 큰 손해가 발생한 사고도 사업자가 책임지도록 한다.

실효성을 놓고는 논란이 예상된다. 한수원이 정부 공기업인데다 무한책임을 적용할 경우 회사 부채 측정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원안위는 설비 안전기준도 지속적으로 높인다. 진도 규모 7.0 지진을 버틸 수 있도록 원전 설비를 보강하고, 지난해부터 실시 중인 경주지진 단층조사에 따라 내진설계 기준 적정성을 재검토한다. 가동원전을 대상으로 10년 단위로 하는 주기적 안전성평가를 개선해 '원전 안전기준 강화 종합대책'을 수립한다. 드론, 고출력전자기파(EMP), 사이버 보안 등 새로운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탐지체계를 구축한다.

정보공개 투명성 차원에서 원안위 전체회의 운영 방식을 개선한다. 원전 소재 자치단체장과 주민대표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전체회의 실시간 중계를 추진한다. 원자력 안전 정보 대상도 원안위가 생산한 것에 더해 사업자 생산 정보까지 확대한다. 이와 관련 '원자력안전정보 공개 및 소통에 관한 법률(가칭)'을 제정한다.

중국·일본 등 주변국 원전사고에 대비한 국제협력도 강화한다. 올해 우리나라가 의장국으로 주재하는 '원자력안전 선진 9개국 규제기관장 회의'와 '한중일 3국 원자력 규제자회의' 등을 통해 협력을 확대한다.

월성 1호기 계속운전 2심에 대해서는 재판과정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현재 재판 중인 상황에 의견을 내는 것은 부적절한 만큼 진행 결과에 따라 행동하고, 항소 취소여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탈원전'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탈원전론자라는 지적에 “개인적으론 탈원전론자라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다”면서 “신고리 5·6호기 중단 측에 선 이유는 단일부지, 다수호기 위험성을 강조했던 것이며 신규 부지 건설이라면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로지 원자력 안전 측면에서만 본다”면서 “안전하게 원전이 운전되면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위원장은 “원자력 관련 대형 사고는 절대 일어나선 안 되고 이를 위해 훨씬 강화된 규제 방향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는 테러 등 물리적 위협에 대비하는 보안과 핵비확산, 국민 소통과 참여에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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