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그래핀을 이용해 감도를 1000배 가량 향상시킨 황화수소(H2S) 센서를 개발했다.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는 황화수소는 호흡곤란, 중추신경 손상 등을 유발하지만 고가의 장비로만 정밀 측정이 가능했다.

이강봉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녹색도시기술연구소 박사팀은 화학기상증착법(CVD)을 이용해 그래핀을 제조하고, 이를 개질해 대기 중 황화수소를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황화수소 측정용 그래핀 센서 제작 과정
황화수소 측정용 그래핀 센서 제작 과정

황화수소는 쓰레기 매립장, 하수처리장, 발전소 등에서 발생되는 유독가스다. 양조, 고무 경화, 레이온 생산 등 산업 현장에도 널리 활용된다. 황화수소 가스에 장시간 노출되면 호흡 곤란, 중추 신경 손상, 심근경색 위험이 있다.

기존에 극미량의 황화수소를 측정하려면 고가의 분석장비와 전문 인력이 필요했다. 대기 중에서 이 가스만을 선택 측정하는 것은 센서 학계의 큰 과제였다. 반도체, 탄소나노복합 소재를 이용한 화학저항 센서 개발이 시도됐지만 개질 과정이 복잡하고 선택성이 부족했다.

KIST 연구팀이 개발한 센서는 그래핀만을 이용한 첫 가스센서다. 공기 중에 다른 화학물질이 섞여 있어도 황화수소만을 선택적으로 감지한다. 기존 센서의 감도가 PPM(100만분의 1 농도) 수준인 데 반해 그래핀 센서 감도는 PPB(10억분의 1 농도) 단위다.

연구팀은 CVD 공법으로 그래핀을 제조한 뒤 이를 습식 개질했다. 질산은과 질산철 용액에 담가 그래핀을 은 나노 입자로 개질했다. 이렇게 하면 황화수소 농도에 따라 그래핀 저항값이 변한다. 대기 중의 황화수소 농도를 선택 측정할 수 있다.

특정 유독가스 측정에 적합하고 제조단가가 저렴한 것이 강점이다. 연구팀은 새로 개발한 센서가 유해가스 정보 수집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강봉 KIST 녹색도시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
이강봉 KIST 녹색도시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

이강봉 박사는 “그래핀의 습식 개질을 통한 가스 센서 개발은 처음”이라면서 “대기 중에 포함된 휘발성 유독가스의 현장 측정 분야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센서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센서스앤액추에이터스B:케미컬'에 실렸다. 환경부 '환경정책기반 공공기술개발사업'으로 수행됐다.

송준영기자 songjy@greendaily.co.kr

저작권자 © NBN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