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이어진 알뜰주유소 정책이 또 한번 한계를 노출했다. 한국석유공사가 주관하는 2부 시장 사업자 선정 입찰이 유찰되면서 민간주유소보다 저렴한 기름을 구할 방법이 묘연해졌다.

18일 정유·석유유통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14일 유찰된 알뜰주유소 2부시장 유류공급사 선정을 위해 입찰 재공고를 거쳐 다음 주에 다시 사업자 찾기에 나선다.

정유업계는 석유공사가 턱없이 낮은 기준가격을 제시해 유찰된 만큼, 재입찰을 불투명하게 내다봤다. 재입찰을 해도 기준가격이 조정되지 않는 한 낙찰 받는 사업자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번 유찰 배경은 대폭 줄어든 공고물량과 낮은 기준가격이다. 2015년 2부시장 입찰 물량이 휘발유 1억9000만ℓ, 경유 1억3000만ℓ였던 것에 비해 2017년 입찰 물량은 휘발유 3000만ℓ, 경유 3000만ℓ로 20~30% 수준으로 줄었다. 이는 한 개 석유도매상(석유대리점)이 모두 공급할 수 있을 정도로 적은 양이다. 정유사 등 공급사가 낮은 가격을 감수하고 참여할 규모가 아니라는 평가다.

공고물량이 줄어든 이유는 석유공사가 2부 시장을 유지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2부 시장은 석유공사가 석유대리점처럼 유통을 담당하는 구조다. 석유공사가 대리점 역할을 하려니 저장탱크 임대와 수송 등 비용부담이 생긴다.

싼 가격에 알뜰주유소로 공급해야한다는 이유 때문에 유통비용을 제대로 반영·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업계는 이런 이유로 석유공사가 유통하는 2부 시장 공고물량을 축소한 것으로 해석했다.

석유공사가 명목상으로라도 2부 시장을 유지하려고 적은 물량 입찰공고를 내다보니, 기존보다도 더 낮은 기준가격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물량이 줄어든 만큼 단위(ℓ)당 유통비용이 늘어 더 싸게 기름을 공급받아야 하는 입장이 됐다.

그동안 석유화학 제품 부산물로 경유를 생산하는 한화토탈은 다른 정유사보다 생산원가가 저렴하다는 강점을 앞세워 2부 시장 경유 공급을 독식했다. 이번 입찰에서는 정유사보다 경유 공급가격을 ℓ당 50원 이상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화토탈마저도 석유공사 기준가격에 미치지 못했다.

석유공사가 재입찰을 해도 기준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또 다시 유찰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2부 시장 유찰과정에서 알뜰주유소 정책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풀이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석유공사가 불공정거래 비판을 받으며 석유유통시장에 참여했지만, 원가와 세금을 그대로 두고 유통비용만 관리해서는 싼 기름을 공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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