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탈(脫) 원전·석탄의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지만 정작 신재생 전기 거래제도는 시범사업조차 난항을 겪는다. 현재로선 신재생 전기를 생산해도 원전·석탄화력처럼 시장에서 거래할 방법이 없다.

10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소가 추진하려 했던 소규모전력 중개시범사업이 무산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10월 KT, 벽산파워, 포스코컨소시엄, 이든스토리, 한화컨소시엄, 탑솔라 6개 시범사업자를 선정하고 11월에 양해각서(MOU)도 교환했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업을 시작하지 못했다.

전력거래소는 소규모전력 중개사업과 시장 신설을 담은 전기사업법 개정에 앞서 시범사업을 준비했다. 신재생 등 소규모전력자원 보유자와 중개사업자, 전력거래소 간 모의거래를 통해 이를 실증한 후 개선안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개정안에 같이 묶인 소비자 간 전력거래 허용안이 전기 판매를 한국전력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한 '한전 독점법(가칭)'과 충돌하면서 첫 발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소규모전력 중개사업은 신재생 전기를 처음으로 전력시장에서 거래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녔다. 현재 국내에 설치된 신재생 설비는 원전, 석탄화력과 달리 거래시장 입찰이나 급전지시 없이 그때그때 생산한 전기를 전력거래소가 반영해주는 시스템이다. 발전량이 일정치 않아 다른 발전원처럼 사전에 약속된 전기를 거래할 수 없다.

중개사업자는 시범사업을 통해 다수의 신재생 자원을 모아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려 했다. 시범사업이 무산위기에 빠지면서 국내 첫 신재생 전기 시장거래는 기약 없이 미뤄졌다.

올해 초에는 그나마 두 전기사업법 개정안의 병합심사를 통해 시범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조기 대선 정국에 따른 국회 업무 정지로 시범사업이 장기 지연됐다. 최근 탈 원전·석탄 정책으로 주요 에너지 이슈에서도 밀려나 추진동력이 떨어졌다.

전력거래소 입장에서도 원전과 석탄화력 정지에 따른 전력수급 대책 마련이라는 불이 발등에 떨어진 상황이다. 장관 업무보고에 소규모전력 중개 사업을 포함시킬지도 미지수다.

업계는 정부가 탈 원전·석탄에 속도를 내면서도 이를 대비할 신규비즈니스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 불만이다. 대안 없이 탈 원전·석탄이라는 어젠다만 던져놓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계획대로라면 시범사업을 종료하고 지금쯤 본 사업에 들어갔어야 한다"면서 "소규모전력 중개거래는 신재생 전기를 처음 시장 거래한다는 데 의미가 있는 만큼 무산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정형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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