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위에 올라가기는커녕 글러브(권투장갑)도 껴보지 못한 다수의 기업.'

전기공사업계의 현실이다. 규제 일변도 구조에 20여년 전에 만들어진 입찰 자격 조건으로 말미암아 신규 중소기업의 진입이 어렵다. 류재선 한국전기공사협회장은 '규제 완화'를 약속하며 지난 2월 회장에 선출됐다. 전기신문사 사장 경험과 네트워크에 바탕을 두고 과도한 제재기준 운영 등을 개선한다. 업계 경영 고충 해소와 권익보호를 위해 분리발주 제도를 정착시키고, 전기공사업법 등 각종 법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류 회장은 "무엇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류 신임 회장과 일문일답.

-취임한 지 두 달여 지났다. 취임 초기 주력한 일은.

▲당선 이후 첫 행보로 국회를 방문해 장병완 산업통상위원장, 박주선 국회부의장, 주호영 국회의원 등을 만나 전기공사 분리발주 당위성을 설명하고 의견을 나눴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도 만나 전기공사 업역 수호를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주요 발주기관장을 만나 업계 주요 현안을 설명하고 전기공사업과 상생협력하자고 뜻을 전했다.

-공약에 맞춰 협회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조직개편의 주요 골자와 개편단행 배경을 설명해 달라.

▲3월 24일 조직개편을 했다. 전기공사 기업 전문성을 강조하고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초점을 맞춰 '신성장사업처'를 신설했다. 신에너지사업팀과 동반성장지원팀으로 구성해 업역 전문성 확보와 미래 성장 동력 개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

-선거 때 '전문성을 갖춘 일류 서비스 조직' 등을 공약했다. 어떻게 실천하고 있나.

▲협회 전문성을 강화해 실질적으로 회원사 경영환경을 개선하는 역량을 길러내야 한다. 업계에서 경험과 전문 능력을 갖춘 이들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약속을 실천할 것이디. 자문위원회는 3월 9일 첫 번째 회의를 열고 위원 일곱 명을 위촉했다. 앞으로 자문회원회는 업계 '신문고' 역할을 할 것이다. 민원이나 의견제시 사항 등 업계 현안을 검토해 실질적인 변화와 개혁을 추진하겠다.

협회기구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 소모성 예산을 절감하고 과시·소모적 행사를 축소하겠다. 상근감사제도를 도입해 협회 운영에 감사 기능을 강화한다. 비상근 부회장제도 도입과 원로자문회의 운영 등 회원 참여 기회를 확대하겠다. 한전, LH, 철도시설공단 등 발주처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비상근 임원을 선임하겠다. 기술 경영분야 전문 인력을 보강하고 기술위원회를 활성화하겠다.

대기업 회원과 중소기업 회원 간 상생 생태계 조성을 위해 공동도급제 등을 활성화하고 기술인력 양성, 노동조합의 횡포에 대응할 수 있는 기본 매뉴얼을 제공하겠다.

-발주처와 유대 강화를 위해 어떤 계획이 있나.

▲취임 이후 주요 발주처장과 만나 분리발주제도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발주처장 또는 실무자 간담회에서 현장 문제를 건의하고 업계 실태를 정확히 알리겠다. 주요 발주처 간담회에는 전국 시·도 회장과 임원 등이 함께 참석해 현장의 어려운 부분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 덕담을 나누는 형식적 간담회가 아닌 실제 고충을 해결하는 발전적인 간담회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전기공사업계의 최대 현안은 무엇인지.

▲업계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실적규모가 큰 회원사와 작은 규모 회원사 간 보이지 않는 갈등이다. 전기공사업 실적액이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같은 전기공사기업이라 해도 실적액 차이가 크다. 회원사 간에 미세한 갈등의 벽이 생긴 지 오래다. 매출 6억원을 기준으로 두 그룹이 형성됐다. 회원사 60%가 매출 6억원 이하다. 갈등은 업계 화합을 위해 꼭 해소하고 가야할 장벽이다. 물론 자유경제 시장에서 업체 간 간극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협회는 회원사 간극 최소화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전기공사업 실적액이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지만 한계에 부닥쳤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타계하기 위한 방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전통산업인 전기공사업이 변혁기를 맞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 상황에 적합한 발전 방향을 모색할 예정이다. 전기산업연구원 역할을 강화하고 전기공사업 발전방향을 중점 연구해 업계의 이정표로 삼겠다. 첨단기술 현장 적용 방안을 연구해 제도 개선에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

산업건축 등 전기공사업 수요 동향 조사로 노후설비 교체 촉진, 신규 에너지 수요 확충 등이 가능한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주도적으로 진행하겠다. 미래기술을 개발 및 육성하는 정책도 시행하겠다. 산업현장에 적용되는 신기술 육성 지원책도 마련한다. 세미나, 포럼 등 연수와 토의 기회를 늘려 신기술 적용에 앞장서겠다. 친환경 공법과 기기 도입을 추진하겠다.

-전기공사업계의 단합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를 위한 방안은.

▲주변 상황이 녹록지 않은 시기다. 단결된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업계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전기공사공제조합, 전기산업연구원 등 전기공사업계를 대표하는 여러 기관이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상호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월 22일부터 양일간 이뤄진 제498회 이사회에는 김성관 이사장을 비롯해 전기공사공제조합 임원들이 참석했다. 협회와 조합은 전기공사업계를 대표하는 양 기관이면서도 그동안 이런 자리가 없었다. 협회와 조합은 그날을 시작으로 업계의 뜻을 모으고 회원 권익 향상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6월부터 진행될 전국 지역 순회 간담회는 협회와 조합이 공동으로 추진한다. 회원사를 직접 찾아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업계 개선점이 무엇인지 듣고 두 기관이 합심해 해결책을 모색하려 한다.

전기산업연구원도 독립 기관으로 지위를 보장한다. 업계에 도움이 될 인사를 외부에서 영입하고 전문성을 확보하려고 한다. 연구기관으로서 역할을 강화한다.

-분리발주제도가 규제일몰제에서 해제됐음에도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있다.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전기공사 분리발주는 업계 전문성을 수호하고 안전 시공을 완성하는 제도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공정한 입찰 환경을 지켜주는 제도이기도 하다. 협회는 분리발주 제도 수호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현재 교묘히 전기공사 분리발주를 위반하려는 움직임에 대응해 입찰을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 과거 회원사가 정정 요청 민원을 제기해야만 대응하던 수동적 대응방식을 탈피해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협회 역량을 집중하겠다. 정부와 국회, 시설공사업단체 등 민·관 협력에 기반을 두고 전방위적 초기 강력 대응 시스템화가 반드시 필요한 실정이다.

협회 내에 상시모니터링을 위한 동반성장지원팀을 신설했다. 통합발주되는 모든 입찰 건에 강력한 개선을 요구할 것이다. 대국민 광고와 캠페인으로 전기공사 분리발주의 순기능을 알린다. 기술제안 입찰 등 편법 입찰 대응 논리 개발은 물론 법률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 입법기관인 국회를 비롯해 주요 발주기관과 유대 강화로 전기공사 분리발주의 당위성을 알리고 지켜질 수 있도록 강력하게 요구하겠다.

당선 이후 2월 27일과 28일, 3월 27일에 국회를 방문해 관련 의원들을 만나 전기공사 분리발주의 당위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3월 21일에는 서울주택도시공사, 산업통상자원위원장과 간담회를 진행해 분리발주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발주기관과 소통해 상생 협력 구도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전기공사업 기술인력의 고령화를 많은 사람이 걱정한다.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전기공사업종 중 배전 분야는 고위험군 3D업종으로 분류돼 신규인원 진입이 극감했다. 배전전공 70% 이상이 45세 이상 고연령층이다. 향후 배전전공 품귀현상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돼 65세로의 정년 연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고령화 문제는 전기공사 기술자를 배출하는 창구 부족 때문이다. 협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인력개발원을 비롯해 다양한 창구를 활성화하겠다. 매해 배출되는 전기공사기술자를 증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 전기공사 도제학교, 전국 공업계 고등학교와 연계해 진행 중인 고교 출신 전기공사 기술자들이 전기공사 기업에 더 많이 지원하도록 대국민 인식 전환을 위한 홍보 브로슈어와 동영상을 제작·배포하겠다. 기술 인력의 전기공사업 지원을 점차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기존 전기공사업에서 활동하는 기술 인력이 변화하는 시공 기술 등을 충분히 숙지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자질 향상 직무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해 기존 기업 경쟁력도 향상시키겠다. 기술인력과 기업 미스 매칭을 해결하기 위한 창구 역할을 강화한다. 직접 전기공사 시공 현장과 사무실을 방문해 기술경영 분야 현장 컨설팅 지원으로 회원사 경영환경 개선에 일조하겠다.
송혜영 기자 hybrid@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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