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4주 연속 상승하며 바닥을 지났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정유업계는 달갑지 않다. 최근 석유제품 수요는 둔화되는데 원유 가격이 상승해 마진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유가 상승은 정유사 재고 차익을 늘리는 등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최근 상황은 반대로 흐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유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제품 가격 상승폭이 이를 따르지 못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추세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3월 둘째주 우리 나라 도입 비중이 가장 높은 중동산 원유 벤치마크 유종인 두바이 현물가격은 배럴당 36.37달러로 연중 최고수준에 올라섰다. 지난 1월 셋째주 배럴당 23.89달러로 최저치를 찍은 이후 전반적 상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정유사 수익성 제1 지표인 정제마진은 급락한 뒤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정제마진은 원료인 원유와 이를 정제해 만든 석유제품간 가격 차이다.
IBK투자증권 추산 3월 둘째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6.9달러로 6주째 6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제마진은 지난해 4분기 평균 배럴당 8달러, 올해 1월 평균 9.9달러로 강세를 보이다 2월 첫째주 6.6달러로 급락한 뒤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정제마진 호조로 글로벌 정제설비 가동률이 지속 상승했고 이로 인해 최근 시장에 제품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다.

또 휘발유, 등유 수요 성장세가 꺾이면서 제품 가격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요약하면 원료(원유)가격은 오르는데 제품 가격은 상승하지 못하면서 마진폭이 줄어든 상황이다.
KDB대우증권은 올해 정제마진이 10달러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고 정유업계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했다. 동부증권도 '글로벌 가동률 상승에 따른 재고 부담, 수요 둔화 가능성은 정제마진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근거'라고 분석했다.

통상 유가가 상승하면 정유사 재고 차익이 늘어나 영업이익이 보탬이 되지만 지금은 오히려 수익성을 떨어트리는 요인이다. 지난 2009년과 유사하다. 글로벌 경기 부양 공조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가 겹쳐 유가가 급반등했지만 금융위기 여로 경기가 부진해 수요가 부진했다. 유가 반등은 정제마진 위축으로 이어졌고 업계 실적도 하락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원유 가격 급락과 정제마진 상승이 겹치며 2011년 이후 최대 실적을 올린 것을 감안하면 반드시 유가 상승이 유리하고 하락이 나쁜것만은 아니다"라며 "유가가 어느 정도 반등한 뒤 일정선을 유지하는 것이 소비자, 정유업계에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최호기자 snoop@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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