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글로벌 에너지밸트 구축 행보에 속도가 붙었다. 지난해 개도국 중심으로 전력인프라 구축 사업과 에너지신산업 전도사 역할을 집중하더니 새해 시작부터 수출 성과를 내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 성과가 나오면서 협력 중소기업 판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력은 부탄전력청이 발주한 2560만달러(약 300억원) 규모 부탄 현지 '지능형 변전소 사업'을 일괄도급(EPC)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부탄 GDP 약 1.3%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부탄 남부 푼출링시 산업단지 인근 220㎸ 노후 옥외변전소를 지능형 시스템으로 교체하는 사업이다. 한국형 디지털 자동제어와 감시시스템 등을 적용해 콤팩트 지능형 옥내변전소로 2018년 준공 예정이다.

한전은 지능형 변전소 설치에 설계, 시공은 물론 장비 및 부품 조달까지 도맡는다. 사업에 사용될 주요 기자재를 우리나라 중소제작사로부터 공급받을 예정으로 약 140억원 후방산업 수출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계약은 2008년도부터 부탄 현지에서 네트워크를 다져온 중소기업 우선E&C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한 동반성장 실현 사례다. 중소기업 해외 네트워킹과 공기업 브랜드·마케팅 파워가 함께 이룬 성과다.

한전은 지난 2014년 10월 아·태전기사업자회의(CEPSI)와 지난해 10월 '2015 국제 전력기술 엑스포(BIXPO)' 행사 기간 중 부탄전력청과 상호협력 협정(MOU)을 체결하고 인적교류 등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 결실로 유럽 등 선진 경쟁사를 제치고 사업을 수주했다.

부탄 지능형 변전소 계약은 조환익 한전 사장의 글로벌 에너지벨트 구축 전략 가능성을 실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조 사장은 부탄에 앞서 방문한 인도에서도 현지 최대 전력회사인 인디아파워그리드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한 송전효율 개선과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협력하기로 했다. 인도 전력부와는 에너지신산업을 전력난 해소 대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새해 시작부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며 전력 신시장 개척에 기대감을 키웠다.

글로벌 에너지벨트는 한전이 중심이 돼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 개도국 라인의 전력인프라 개선 사업을 진행하는 구상이다. 글로벌 전력브랜드 'KEPCO·캡코'로 올라선 한전이 세계 전력시장에서 상위수준에 올라섰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전력설비 시장 포화에 따른 신규 사업 부재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한전 송배전 분야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2001년 이후 카자흐스탄, 인도, 도미니카 등 23개국에서 1억7000만달러(1930억원) 규모 송배전망 건설·컨설팅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지금은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캄보디아 등 13개국에서 총 4000만달러 규모 송배전사업을 수행 중이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이번 계약은 지능형 변전소 개도국 수출 최초 사업으로서 주요 기자재가 한국산으로 구성돼 있을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해외시장 동반진출로 상생협력 틀을 더욱 공고히 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greendaily.co.kr

저작권자 © NBN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