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원전) 해체기술 확보를 위한 우리나라 민관과 해외 전문기업 협력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2017년 고리원전 1호기 가동정지에 따른 해체작업 착수가 다가오면서 안전하고 검증된 기술 확보가 최대 관건이다.

한국전력기술은 27일 원전 해체기술 확보를 위해 관련 경험이 있는 해외 전문기업과 협력 네트워크를 확장한다고 밝혔다. 원전 해체 경험회사와 공조함으로써 관련 기술을 전수 받는 것은 물론이고 입증된 여러 기술을 통합해 최적화한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계획은 국내 첫 폐로 원전인 고리 1호기의 해체가 2년 앞으로 다가오면서다. 현재 우리나라의 해체 관련기술 자립 수준은 70~75% 수준이다. 그동안 자체기술 확보에 노력해 왔지만, 고리 1호기 해체 시점인 2017년 6월까지 모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외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원전 해체기술 개발은 △자체 기술개발 △외국과의 협력을 통한 기술개발 △외국 기술도입을 주축으로 진행됐다. 그동안은 원전 해체 자체기술 확보를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됐지만, 향후 2년은 미확보 기술의 협력 및 이전과 기확보 기술과 장비의 안전성 입증이 중요해진 셈이다. 실제로 고리 1호기 해체에서는 신기술보다는 성능이 입증된 기술과 장비를 사용해 해체 공정 안전성과 경제성을 제고하고 이 과정에서 얻은 경험으로 추가기술 개발 방향을 잡는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기업과 연합 구축은 이미 시동을 걸었다. 한전기술은 지난 7월 독일 이온(E.ON) 테크놀로지스와 원전해체 기술전수계약을 체결하고 곧이어 공동 워크숍을 진행하며 협력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이온테크놀로지스는 뷔르가센·스타드 원전 등을 해체한 경험이 있는 독일 최대 전력회사다.

안으로는 두산중공업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고리 1호기 해체를 위한 기술 기반 마련에 공동 대응을 약속하고, 밖으로는 이달 14일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원전해체 기술개발 및 사업수행 협력협약을 체결했다. 한전기술은 웨스팅하우스와 협력을 통해 선진 해체기술과 사업경험 자료를 도입하고 향후 고리 1호기 등 원전 해체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는 복안이다.

한전기술이 국내외 기업과 동맹관계를 확대하는 이유는 원전 해체 관련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측면이 많다. 고리 1호기 해체 상황에서 미확보 기술은 해외 기업과 네트워크를 통해 확보하고 실증을 통해 자체 기술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안전성과 경제성은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시뮬레이션 기술을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다. 해외 선진기술은 도입하고 자체발기술을 고도화해 최종적으로 기술자립을 포함한 원전 해체기술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장기적으로 원전 해체 해외시장 진출 단계에서는 해외기업 인수도 고려중이다. 해체경험을 가지고 있는 회사를 인수하거나, 같이 합작회사를 설립해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함이다. 원전 해체의 경우 기존 실적이 중요한 만큼 관련 경험을 보유한 회사를 통해 기술을 확보하고 이해관계자와 접촉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특정 프로젝트에서 원전 해체 경험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관련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다.

한전기술 관계자는 "세계 원전 운전 기간 등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해체시장은 2030년대부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고리 1호기 해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세계 원전 해체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가겠다"고 말했다.

[뉴스해설]원전 해체 시장 가능성은
한전기술이 원전 해체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는 데에는 관련 시장이 원전 건설에 맞먹는 규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원전 건설 관련 설계를 주업으로 삼던 한전 기술 입장에서는 해체 분야 역시 놓칠 수 없는 분야다. 흔히 '분해는 조립의 역순'이라 말하듯 해체에서도 설계 회사 역량이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상업용 원전 세계 해체시장 규모를 적게는 220조원, 많게는 350조원 이상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고리 1호기 해체 이후 꾸준히 원전해체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원전 선진국은 국가 차원에서 해체기술 확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원전해체시장은 2030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력계는 우리나라가 고리 1호기 해체를 기점으로 관련 산업을 육성하면 세계시장에서 10% 이상 점유율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 해체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유럽은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운영과 건설 분야는 축소하는 반면에 해체 분야는 확장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포화상태에 있지만, 후쿠시마 이후 규제 강화로 2030년 이후 발주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이다.

우리는 2017년 정지되는 고리 1호기 해체를 통해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입장이다. 원자력 분야 특성상 해체 산업 역시 실적이 없으면 관련 사업을 수행할 수 없다. 해체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는 2030년 이전에 고리 1호기 해체 경험을 갖는다는 것은 어쩌면 다행일 수도 있다.

한전기술은 단기적으로 고리 1호기를 통해 실적을 쌓고 해외 틈새시장을 공략해 수행경험을 확보한 후 중기적으로 해외 해체 경험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동반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조정형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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