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보다 비쌌던 두바이유 가격이 다시 싸지면서 정유업계가 미소를 짓고 있다. 중동지역 원유 도입 비중이 높은 업계 특성상 원료 구매가격 하락, 마진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WTI 선물가격이 두바이 현물가보다 우위에 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1월 첫째주 WTI 가격은 배럴당 47.79달러로 44.63달러인 두바이유보다 3달러 이상 높다. 지난 9월 말 2011년 이후 4년간 줄곧 뒷섰던 WTI 가격이 두바이유 가격을 추월한 뒤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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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사이트 페트로넷 국제유가 통계 작성이 시작된 지난 1998년부터 2010년까지 WTI 가격은 연간 기준 두바이유 대비 배럴당 2~6달러가량 높게 거래됐다. WTI는 경질유, 두바이유는 중질유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다 2011년 이후 북미지역 셰일가스 개발에 따른 셰일오일 증가로 WTI 가격이 두바이유 가격보다 낮게 거래되는 이상 현상이 벌어졌다. 이 가격 구조가 올해 9월 이전 상태로 복원됐다. 지난 1년 넘게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북미 셰일가스 시추공(리그) 수가 감소했고 북미 지역 원유 생산량과 재고 감소 기대감이 영향을 미쳤다.

WTI 강세, 두바이유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경제 제재서 벗어난 이란을 비롯해 중동지역 원유 생산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비잔 남다르 장게네 이란 석유장관은 최근 "12월 예정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원유 일생산량을 50만배럴 증대 계획을 통지할 것"이라고 말해 이 같은 가능성을 높였다.

현 상황은 국내 정유업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업계는 최근 도입 원유 품종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원유가격 도입가격이 재고손실, 정제마진 규모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하루 정제능력이 가장 큰 SK이노베이션 하루 정제능력이 111만5000배럴인데 도입가를 1달러 줄이면 한달 340억원가량을 절감할 수 있다.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과 고도화 비율이 높은 우리 정유업계 상황을 감안하면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 하락은 원가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에쓰오일은 모기업 아람코로부터 중동산 원유를 100%를 도입하고 있고 3분기 기준 SK이노베이션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은 80%에 달한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두바이유 가격 하락은 우리 정유사에 도입 원유 다변화와 저렴한 원유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 확대를 의미한다"며 "정유업계 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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