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에너지저장장치(ESS)업계 중국산 배터리 활용이 늘고 있다. 국산 배터리보다 저렴한 가격이 가장 큰 이점이지만 소량주문에도 조달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한국산 배터리 내수 위축을 부추길 수 있어 우려된다.

8일 ESS업계에 따르면 유진에너팜과 희성전자가 최근 중국 배터리 대기업 리센과 공급 계약을 맺었다. 자체 개발 전력변환장치(PCS)와 중국 배터리를 묶은 ESS 완제품을 만들어 한국전력 주파수조정(FR) 등 국내외 중대형 ESS시장을 공략하려는 목적에서다.

리센은 한국 배터리시장 공략을 위해 외국 업체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 중대형 분야 리튬인산철 이차전지 셀 단체 표준인증을 획득했다. 리튬인산철 전지는 리튬이온에 비해 에너지밀도에 따른 부피와 중량이 상대적으로 더 나가지만, 안전성과 수명이 뛰어나고 배터리 가격 역시 10%가량 저렴하다. 이 때문에 ESS와 전기버스 등에 리튬인산철 전지를 쓰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비리튬계 전지업계도 ESS시장 확대에 따라 중국 배터리와 협력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세방전지는 ESS용 리튬인산철 배터리 제품 확보를 위해 중국 유력기업과 협력 중이며 일차전지 업체 벡셀도 이차전지 시장에 진출할 목적으로 중국 배터리 업체를 물색 중이다.

전통 중전기기 업체도 발빠른 시장 대응에 나섰다. 한주산전은 지난해 중국 업체와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리튬인산철 기반 ESS와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 시장에 진출했다. 포스코ICT도 향후 중국 ESS시장 진출을 위해 리센 배터리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시장 확장에 안정적 공급이 가능한 현지산 배터리 활용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업계는 중국 리튬인산철 배터리 유입으로 한국 ESS시장이 배터리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는 긍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우리 기업의 내수 위축과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은 경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품 ESS 제품 개발이나 소규모, 소용량 ESS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배터리를 국내 대기업에 일일이 주문해 공급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요즘은 가격적 매력보다 배터리 수급에 용이한 점이 더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태준기자 gaius@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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