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루브리컨츠가 스페인 최대 정유사 렙솔과 함께 스페인 현지에 유럽 최대 규모 윤활기유 공장을 가동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수년간 미뤄온 글로벌 경영전략 성과물이다.

SK루브리컨츠와 렙솔은 21일(현지시각)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안토니오 브루파우 렙솔 회장 등 양사 경영진이 스페인 카르타헤나에서 합작법인 일복(ILBOC) 공장 준공식을 가졌다고 22일 밝혔다. 일복은 SK루브리컨츠와 렙솔이 각각 7 대 3 비율로 합작한 윤활기유 생산 회사다.

현지 공장은 지난 2012년 10월부터 총 3억3000만유로(4700억원)를 투자해 지난해 9월 완공했다. 연간 생산량은 유럽 최대로 63만톤에 달한다. 윤활기유는 첨가제를 넣으면 자동차 윤활유가 된다.

제품은 SK와 렙솔을 거쳐 유럽 유통업체에 판매된다. SK루브리컨츠가 기술과 마케팅을, 렙솔은 원료와 인프라를 책임진다. 현지에서 생산·판매가 동시에 이뤄지는 사업구조다. SK루브리컨츠는 최대 고급 윤활유 수요처인 유럽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

회사는 울산, 인도네시아 두마이 등 3개 공장에서 하루 7만800배럴(연 350만톤) 윤활기유를 생산, 엑슨모빌과 셸에 이어 세계 3위 윤활기유 제조업체로 도약했다. 스페인 일복 합작사 설립은 최태원 회장이 2011년 브루파우 렙솔 회장을 직접 만나 고급 윤활기유 합작모델을 제안해 이뤄졌다.

사업은 최태원 회장이 역점 추진해 온 '글로벌 파트너링' 결실이다. SK가 각 분야 대표 해외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 현지에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마케팅과 유통을 함께 추진하는 전략이다. 지금까지 글로벌 기업과 6개 합작사를 설립했다. 인도네시아 두마이 공장 준공 등이 대표적이다. 이 전략으로 SK루브리컨츠는 세계 그룹Ⅲ 윤활기유 시장 1위 기업으로 등극했다.

경영 복귀 이후 최 회장 눈은 해외로 향하고 있다. 일복 공장 준공식 이후 마드리드에 있는 렙솔 본사를 방문한다. 추가 사업 협력을 타진하기 위해서다. 이후 네덜란드와 스위스를 잇따라 방문한다. 네덜란드 펠트호번에선 세계적 반도체장비업체 ASML을 찾아 노광장비 시설을 둘러본다. 스위스 제네바에선 세계 3위 원유∙석유 트레이딩 회사인 트라피규라 클로드 도팽 회장과 제레미 위어 CEO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 행보로 유럽에서도 에너지, 반도체 중심 ICT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오래전부터 글로벌 경영을 시도해왔다. 자원 개발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최 회장은 1996년 페루 8광구 개발사업 참여 이후, 17년간 세 명의 대통령을 여섯 번이나 만나며 글로벌 경영을 이어갔다. 결국 SK이노베이션 자원개발 사업 생산량 75%를 책임지는 페루 LNG프로젝트 성사로 이어졌다.

이 밖에 SK종합화학과 글로벌 메이저 화학사 사빅의 고부가 폴리에틸렌 제품 '넥슬렌' 생산 합작법인, 중국 국영 석유기업인 시노펙과 총 3조3000억원을 투자한 우한 에틸렌 합작법인 등도 눈에 띈다.

최호기자 snoop@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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