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마일 섬과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세계 원전은 잠시 휴지기를 가졌다. 당시 정책적으로 원전을 건설하고 관련 기술을 연마했던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체르노빌 이후 원전 르네상스 시기, 우리는 다른 곳이 쉬는 동안 쌓아온 노하우로 관련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지금은 원전 선진국이 겪고 있는 인력단절 문제를 메우는 전문가로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산업은 또 한 차례 침체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원전 필요성은 공고히 유지돼왔고, 한동안 주춤했던 원전 산업은 개도국 시장을 중심으로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난 일에 얽매여 진화 기회를 놓쳤던 선진국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발버둥친다. 후쿠시마 아픔은 교훈으로 새기고 지난 과거를 극복하기 위한 무한경쟁에 나서고 있다.

16일 개막하는 '세계 원자력 및 방사선 엑스포(NURE) 2015'는 세계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이제 발전소 건설을 넘어 폐로, 핵연료 처리, 중소형 원자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우리 원자력·방사선 산업 현주소를 짚어보는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원자력·방사선 산업 전 주기 확인

'세계 원자력 및 방사선 엑스포 2015'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16일 사흘간 열전에 들어간다. 올해 행사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미국·싱가포르·중국·프랑스·영국·스웨덴·이탈리아 9개국에서 84개사가 참가해 국제 전시회로서 위상을 갖추고 역대 가장 풍성한 볼거리를 갖췄다.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두산중공업,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등 30여개 정부기관과 협회·단체, 기업이 참여해 다양한 기술을 선보인다. 원자력 발전 분야는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한전KPS,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등 그룹사가 총출동하고 협력사 공동관도 설칟운영한다.

원자력 및 방사선엑스포 조직위원회는 이번 행사를 원자력·방사선 신뢰와 안전은 물론이고 산업 간 협력과 성장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어려웠던 시절부터 함께한 대표 행사인 만큼 국민적 지지 기반을 넓히고 산업 수출가능성까지 타진한다.

지난 4년간 일정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침체됐던 원자력·방사선 산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재도약을 준비하는 과정이었다면 올해는 부활하는 글로벌 원자력·방사선 분야 주도권을 유지·상승시키는 첫걸음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이다.

참가자 기대도 크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협상 타결과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스마트원전 사우디 수출 등 굵직한 국내외 성과가 이어졌고, 고리 1호기 폐로 결정과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 등 민감한 사안도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는 등 산업 전반이 활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위는 올해를 기점으로 참관객 1만명 이상 동아시아 유일 원자력·방사선 전문 전시회로 자리매김할 것을 기대한다.

행사 내용도 지금까지 원전 건설과 운영, 방사선 적용 분야 중심에서 원전 폐로, 핵연료 처리기술, 환경복원 분야까지 넓혔다. 원자력·방사선 분야 산업 전 주기를 한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국민이 궁금해왔던 원전 해체 계획과 방법, 핵연료 처리기술 개발 상황, 환경복원 제염 기술을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직위원회는 이번 행사가 원전 건설과 중소형 스마트원전 수출에 이어 새롭게 부상하는 원전 폐로산업 수출역량 강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정부·기업·학계 하나되는 잔치

원자력 및 방사선 엑스포 2015는 단순히 원전 기자재와 방사선 기기를 선보이는 것을 넘어 정부 정책과 방향, 해외 기술동향과 우리기업 기업 대응 수준, 학계 연구 상황을 한번에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우리나라 원전산업 전반과 UAE 원전 건설 현황 등을 소개한다. 원전 내부와 주요 계통도, 방호, 보안 대책도 만나볼 수 있다. 원전 계속운전과 폐로 관련 정책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핵연료 처리 대책 등도 소개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수출로 관심을 받고 있는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를 소개한다. 전기와 함께 물을 생산하는 다목적 원자로로 사우디와 함께 현지 공동 상용로 건설을 추진 중이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하고자 2040년 목표로 개발 중인 소듐냉각고속로도 만나볼 수 있다.

한국전력기술은 UAE에 수출한 APR1400 원전 관련 설계 기술을, 한전KPS는 각종 원전 유지보수 가공 장비와 검사 장비를 선보이며 우리나라 원전 정비능력을 과시한다. 한국원자력연료는 핵연료 집합체 모형을 선보여 참관객이 한국 경수로와 중수로에 사용되는 핵연료를 실물크기로 보고 만질 수 있도록 준비했다.

기업계에서는 두산중공업이 한국형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터빈 등 원전 주 기기를 선보인다. 올해 시작한 핵연료 운반·저장용기 기술과 개발 현황도 소개한다. 비에이치아이 역시 원전 발전설비와 함께 복수기·열교환기 등 기술을 알린다.

원자력·방사선 관련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아이디어 상품, 그리고 대학 연구 활동 현황을 만나볼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이다.

동원엔텍은 납을 대신해 텅스텐과 붕소를 이용한 방사능 차폐소재를, 램텍은 각종 방사선 측정기기를, 대경기술은 내방사선 카메라를 소개한다. 이외 방사선 시설 보안시스템, 비파괴 검사기, 원전 설비 검사기기 등이 다수 선보인다.

원자력 및 방사선 엑스포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원자력·방사선분야 거의 모든 기관과 기업, 학계가 참가하는 행사인 만큼 수출시장을 위한 대중소 상생 네트워크는 물론이고 국민에게 정확한 원자력과 방사선 정보를 전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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