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용량요금 관련 민간발전사와 정부 줄다리기가 새 국면을 맞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진행해오던 용량요금 개편을 중단하면서 잠시 소강상태에 들었지만, 민간발전사가 자체 개편안을 들고 협의를 공식 제안하면서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지난 2001년 설계된 이후 14년 동안 대정전·물가상승·경기둔화 등에 꿈쩍도 하지 않았던 용량요금이 이번엔 조정될지 주목된다.

◇용량요금 1.99원 인상 요구

민간발전사 단체인 민간발전협회가 최근 산업부에 전달한 발전소 용량요금 개편안은 현행 ㎾h당 7.46원인 요금을 9.45원으로 1.99원 인상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원전이나 석탄 등 신규 기저발전기 증가로 전력예비율은 크게 늘어난 반면에 LNG 발전소 이용률은 급락해 적정 수익을 위해 용량요금 인상이 필수라는 주장을 담았다.

LNG 복합발전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민간발전사는 전력도매가격(SMP) 하락으로 영업적자에 직면해 있다. 올해 초 ㎾당 141원이었던 SMP는 6월 말 84원까지 떨어졌다. 그 사이 LNG 가격도 하락했지만, 하락폭은 톤당 96만8000원에서 66만4000원 수준으로 SMP 하락에 따른 손실을 메우기엔 한계가 있다.

폭락에 가까운 SMP 하락으로 신규 건설된 LNG복합화력조차 투자 원리금 상환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민간발전업계는 지금과 같은 마진 구조로는 사업자 존립이 불투명하다고 우려한다.

민간발전업계는 이번에 제시한 1.99원 인상안도 당초 요구에서 많이 물러난 것이라 말한다. 그동안 2001년부터 14년 동안 단 한 번도 반영하지 않았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적어도 ㎾당 5~7원 정도는 인상돼야 현실성이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요구 수준이 대폭 줄어든 데는 14년간 미반영분을 한 번에 적용하기엔 부담스럽다는 점을 수용하면서, 정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한의 인상안을 먼저 들고 나온 측면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했다.

1.99원 근거는 발전소 운전유지비와 송전접속 설비, 수전전력비 등에서 나왔다. 인건비 등을 포함하고 있는 운전유지비는 물가상승에 비례해 실질적 지출비용으로 발전소 진입시기와 상관없이 가동에 발생하는 공통비용이다.

건설비 부문은 기존처럼 4원을 유지, 인상 요구를 뒤로 미뤘다. 기존에 건설돼 어느 정도 투자비를 보전받은 발전소와 신규 발전소 비용 지급 형평성과 함께 초과수익 문제 논란이 있었던 만큼 추후 종합적 연구 분석으로 현실화하겠다는 입장이다.

7.46원인 현 용량요금은 신규 LNG복합발전소 고정비 약 50%만 회수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번에 제시한 1.99원 인상으로는 나머지 절반 부족분을 채우기에 부족하다. 업계는 건설비 인상분 반영이란 사회적 합의가 힘들다면 일단 운영비 인상분이라도 반영해 달라는 요구다.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도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용량요금을 인상하더라도 SMP 폭락이 이를 상쇄해주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민간발전업계는 SMP 하락에 따른 한국전력 전력구매비용 감소분을 5조원, 용량요금 인상에 따른 추가비용을 6000억원가량으로 추산했다. 한전이 용량요금 지급에 6000억원을 추가 지출하지만 이미 SMP 하락으로 전력구매비에서 5조원 이익을 내고 있는 만큼, 영업이익 일부 감소 수준의 영향만 나타날 것으로 봤다.

산업부는 이번 민간발전업계 제안에 아직 공식적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행 용량요금 제도에 일부 문제가 있다는 데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어 개편작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민간발전업계는 이번 제안을 계기로 산업부와 함께 합리적 용량요금 개선방안을 논의하게 되길 내심 기대하고 있다.

◇왜 용량요금이 문제인가?

용량요금 개편 논란은 출발점부터가 달랐다. 민간발전사는 용량요금 인상을 전제로 한 논의를 원했던 반면에, 정부는 일괄지급 방식을 효율적으로 개선해 지출 비용을 줄이는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 용량요금 체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같았지만, 접근법이나 해법은 정반대였던 셈이다.

용량요금 개편요구가 본격화된 것은 2011년 9·15 순환정전 이후 국정감사부터다. 순환정전 원인과 책임을 묻는 자리에서 발전사에 보증금과 유사하게 지급되는 용량요금이 사회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그 이듬해 국정감사에선 일부 발전사가 실제 발전소를 가동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도 허위 시장입찰을 통해 용량요금을 수령한 사례까지 발각되면서 용량요금 지급 타당성 논란이 거세졌다.

시장입찰만 하고 급전지시가 없어 실제 발전소를 가동하지 않고도 가동한 발전소와 같은 비용을 보전받는 게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해석도 있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산업부는 성과연동형 용량요금(PCF) 도입을 검토했다. 발전소 가동실적이 많을수록 용량요금을 더 주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는 경제급전순위가 높은 발전소들이 더 많은 수익을 내는 구조적 문제와 LNG 발전소들이 퇴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더 진척이 안 된 상태다.

민간발전업계 용량요금 인상요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01년 이후 건설비와 인건비 등이 계속 상승해왔으니 이를 요금산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용량요금은 매 회계연도가 시작하기 전까지 다음 해에 적용될 가격을 결정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2001년 설계 값이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민간발전업계 입장에선 용량요금 개편 요구는 인상이라기보다는 가격현실화에 가깝다.

그나마 민간발전업계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SMP가 용량가격 부족분을 채워줬기 때문이다. 전력시장 개설 이후 SMP는 꾸준히 상승해왔다. 순환정전 다음 해인 2012년도에는 ㎾당 211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SMP 상한제가 도입되기에 이른다. 전력예비율이 부족해 전력가격이 폭등했던 만큼 용량요금 인상분 미반영에 대한 요구는 그리 크지 않았다. 민간발전업계로서도 인상을 강하게 주장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당시 한국전력은 적자에 허덕였던 반면에, 민간발전업계는 초과수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호황을 누렸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민간발전업계 수익을 책임지던 SMP는 100원 미만에 자리를 깔았다. 한전은 영업이익을 실현하며 역대 최고치 주가를 달리고 있지만 민간발전업계는 적자에 직면해 있다. 지금은 SMP만으로는 용량요금 부족분을 회수할 수 없는 시장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인상 요구는 점점 거세지고 있다.

민간발전업계의 용량요금 인상 요구는 이전엔 "지금 많이 버니 나중에", 최근까지는 "예전에 많이 벌었으니"라는 논리에 막혀 왔다. 정반대 시장 환경에 놓인 상황에서 민간이 정부에 바텀업(Bottom up) 형태의 정책 제안을 하는 데까지 왔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발전사가 수익을 많이 내건 적게 내건 용량요금에는 물가인상률이 반영돼야 한다"며 "일괄 인상이 아니더라도 용량의무화 같은 선물계약 방법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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