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전지 재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하락세다. ㎏당 15달러대를 오가고 있다. 공급과잉이 극에 달해 역사적 저점을 찍었던 2012년 당시 가격대에 머물러 있다. 최근 가격 붕괴 원인은 과거와는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이 업계 내외의 공통된 분석이다.

과거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빚어진 전형적 공급과잉형 가격 하락이었다. 지금은 수급 상황만 놓고 본다면 설명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글로벌 폴리실리콘 제조업계는 공정 개선 등으로 원가 절감에 힘을 쏟지만 현재 가격으론 영업이익을 낼 수 없는 한계점에 이르렀다. 업계엔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지고 상위권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파다하다.

◇시장 법칙도 무시하는 듯한 가격 붕괴
태양광 제품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피브이인사이트가 지난 1일 발표한 고순도(9N) 폴리실리콘 현물가격은 전주 대비 0.85% 상승한 킬로그램당 15.43달러다. 전주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당 15달러대는 공급과잉이 극심했던 지난 2012년 가격 수준이다. 지난달 17일엔 15.3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12년 12월 15.35달러 이후 2년 6개월여 만에 최저 가격이다. kg당 20달러를 기록한 올해 1월과 비교해도 20% 이상 하락했다.

폴리실리콘가격은 2012년 12월 ㎏당 15.8달러를 기록한 뒤 글로벌 태양광 수요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2014년 7월 ㎏당 21달러까지 상승했다. 이를 고점으로 지금까지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은 이례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태양광 수요는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폴리실리콘 공급과잉률은 태양전지, 모듈 등 다른 제품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는 올해 세계 태양광 수요를 55기가와트(GW)에서 최대 60GW로 내다봤다.

세계 수요를 중간치인 58GW로 가정하면 이 가운데 3GW를 박막태양전지, 나머지 55GW를 폴리실리콘을 사용한 실리콘 태양전지로 채우게 된다. 다결정 태양전지의 폴리실리콘 사용량은 와트당 5g 정도다. 실리콘 태양전지 폴리실리콘 사용량은 27만톤, 반도체 제조용은 3만톤으로 추산돼 총 30만톤이 필요하다.

올해 폴리실리콘 공급은 약 36만톤 수준으로 공급과잉률은 20% 남짓이다. 폴리실리콘 36만톤을 태양전지로 환산하면 65GW 정도다. 모듈은 현재 세계 재고가 80GW로 공급과잉이 훨씬 심한데도 와트(W)당 0.55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태양광 시장 상승세, 타 제품군 가격 추이를 감안하면 폴리실리콘 가격만 과도하게 하락한 상황이다.

◇구매자 중심 시장 형성으로 가격 하락 심화
업계는 현재 가격 하락 원인을 구매자 중심 시장 상황에서 찾고 있다.
최근 세계 태양광시장 공통적 트렌드는 태양전지·모듈 생산기업이 직접 발전사업까지 개발하고 건설하는 다운스트림(발전사업개발·운영)사업 확대다.

제조업체가 직접 다운스트림을 진행하면 자사 태양전지·모듈 선택권을 확보하고 가격을 보장받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이는 태양전지, 모듈 가격이 공급과잉률이 높은 상황에서도 일정한 가격을 유지하는 이유다. 이들 기업은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등 업스트림 제품 생산업체와 협상에선 구매력을 바탕으로 할인 요구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폴리실리콘 제조업체가 덤핑에 가까운 할인률을 적용해 재고 소진에 뛰어들어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강정화 수출입은행 산업조사실 박사는 "폴리실리콘 시장은 구매자 협상권이 높고 장기공급계약 등을 앞두고 일부 업체가 고객 확보를 위해 저가 공세를 펼치는 등 가격 하방 압력이 어느 때보다 극심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당 15달러에서 18달러선을 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호기자 snoop@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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