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엘리엇이 낸 삼성물산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오는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결의 주주총회는 예정대로 열린다. 엘리엇이 합병 반대 근거로 내세운 합병비율 부적절 주장도 힘을 잃어 주주 규합에 제동이 걸렸다.
법원은 삼성물산이 KCC에 처분한 자사주 처분 적법성 판단을 유보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 ISS와 삼성물산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판단이 변수다.

◇법원, 삼성물산 손 들어줬다
법원은 1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부당하다'며 제기한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비율을 정했고 주가가 시세조정행위, 부정행위에 따라 형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엘리엇이 제출한 적정주가 판단 근거 자료 또한 회계법인의 기업실사 등 심층적 조사를 거치지 않은 자료에 불과하다고 봤다. 합병이 대주주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순히 주주총회 소집이 예정대로 이뤄진다는 의미를 넘어서는 것이다. 합병비율 적법성 논란이 해소됐을 뿐 아니라 엘리엇이 내세운 주장 대부분이 힘을 잃게 됐다. 찬반 표결로 가더라도 합병 찬성 의결권을 결집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ISS·국민연금 판단이 남은 변수
관심은 찬반 의결권 결집 상황이다. 먼저 삼성물산 자사주 전량(5.76%)을 사들인 KCC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법원은 삼성물산이 KCC로 넘긴 자사주 899만주(5.76%) 의결권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단은 17일 이전에 다시 내린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 판단은 외국인 주주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ISS는 미국 금융사인 모건 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자회사다. 세계 주요 기업 주총 안건을 분석해 보고서를 발행하는 데 의결권 행사 방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ISS는 수일 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보고서를 낸다. 삼성물산 2대 주주인 국민연금 결정도 향방을 단정할 수 없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0.15%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은 삼성SDI, 삼성화재 등 계열사와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 13.82%와 KCC 보유 지분을 합쳐 총 19.78%(보통주 기준) 지분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삼성물산 3대주주인 엘리엇 지분율은 7.12%로 외국인 우호지분을 늘린다고 가정하면 합병 캐스팅보트는 국민연금이 쥐게 된다.

◇삼성은 자신감 드러내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1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빌딩에서 열린 수요 사장단 협의회를 마치고 나오며 "주주를 계속 설득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소개했다. 긴급 IR 후 시장 반응에는 "주주 의견을 많이 듣는 등 (삼성의) 노력을 (투자자들이)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선택에는 국익을 언급하며 "국가와 주주가 잘되기 위해 잘 판단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합병 추진에 '소통' 중요성을 강조하며 "주주, 특히 소액주주 정책에 신경을 써야겠다"고 말했다. 투자자 설득을 위해 유럽, 동남아에 방문했던 것을 언급하며 "필요한 곳이 있으면 또 (해외에) 갈 것"이라고도 밝혔다. 엘리엇과 관련해서는 "대주주이므로 요구 자료가 있으면 줄 수 있는 건 다 준다"면서도 "엘리엇에서 접촉 제의를 해오지는 않았다"고 소개했다.

주주총회 승산 여부, 우호지분 확보 양상에 "잘되기를 바라야 한다. 결과가 나와 봐야 안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일각에서 제기된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간 건설부문 합병에는 "시작한 적도 없으므로 다시 얘기 나올 일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봉영 제일모직 리조트·건설부문 사장도 이날 출근길에 긴급 IR 성과 질문에 "커뮤니케이션이 잘된 것으로 생각한다"며 "(국민연금이) 합리적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최호·서형석기자 snoop@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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