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자원개발, 석유화학 등 주력사업 역량을 한층 강화해 3년 후 기업가치를 지금의 세 배로 높인다. 배터리 사업과 관련해서는 최근 유럽 한 메이저 자동차회사와 현재 연간 생산량 세 배에 달하는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는 등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에도 성공했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28일 서울 서린동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업 미래비전을 공개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배터리 사업 순항이다. 정 사장은 역대 최대 규모 배터리 수출계약 성사 내용을 소개했다. 대기밀유지협약(NDA)에 따라 상대 회사와 정확한 배터리 수출물량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연간 생산량 세 배에 달하는 수출 물량을 언급했다.

SK이노베이션은 충남 서산공장에서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 중이다. 오는 7월 초 연 생산량이 1GWh 규모로 늘어난다. 이는 전기차 3만대에 들어갈 수 있는 배터리 총량이다. 이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내년부터 3~4년간 유럽 자동차회사에 공급되는 배터리 총 물량은 3GWh에 달한다.

정 사장은 배터리 사업 확대와 관련, "배터리 생산량만으로 순위를 다투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성능과 품질, 운영 효율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투자를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배터리를 사용한 중국 고객 반응이 굉장히 좋다"며 "생산능력은 아직 작지만 운영효율은 가장 낫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 사장은 위기 극복과 신성장 전략도 공개했다. 그는 "현재 11조원인 기업가치를 오는 2018년까지 세 배 수준인 30조원대로 높이는 비전을 세웠다"며 "비핵심 자산을 적극 매각해 이를 핵심자산·사업 경쟁력 강화에 재투자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자원개발, 석유화학 같은 주력 사업 인사이더(현지화) 전력도 강화된다. 자원개발(E&P) 부문은 미국 석유가스 개발 중심지인 휴스턴으로 핵심 사업부·인력을 배치해 사실상 자원개발 본사를 이전하겠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미국 휴스턴에 'SK E&P 아메리카'를 설립하고 미국 석유개발회사 플리머스와 케이에이헨리가 보유한 석유 생산광구 두 곳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등 북미 사업을 확대했다.

석유화학 부문도 최대 시장인 중국시장에 생산시설을 늘리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펴기로했다.
1분기 흑자전환 등 최근 실적개선 흐름에는 "글로벌 공급과잉 등 펀더멘털은 변한 게 없는 만큼, 실적 호조는 잠깐 왔다가는 '알래스카의 여름' 같은 것일 수 있다"며 낙관론을 경계했다. 정 사장은 "현 경영환경은 구조적 위기 상황이며 수익·사업구조 혁신과 함께 안정적 재무구조 확보, 지속적 투자 여력 유지를 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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