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원자력환경공단이 경주 방폐장에 인수된 방폐물 처리 전 과정을 공개했다.

이날 언론에 공개된 처리 작업은 인수저장시설에 들어온 방폐물 드럼 적합성 검사부터 콘크리트 저장용기 밀봉, 동굴처분장 이동과 마지막 콘크리트 저장용기 사일로 정치작업 바로 전 단계까지였다.

처분과정을 확인하고자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인수저장시설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납유리 건너편으로 노란색 원통형 드럼이 길게 늘어선 저장고가 보였다. 다음 달 첫 처분작업을 기다리고 있는 방폐물 용기다. 벽 한쪽 디지털 전광판은 저장고 내부 방사능 수치를 시간당 0.002밀리시버트로 표시하고 있었다. 법적 규제치를 한참 밑도는 수치다. 100시간 동안 노출해도 흉부 엑스레이 한 번 찍는 수준이다.

옷을 갈아입으라는 현장 담당자 지시에 따라 방폐장에 들어왔음이 실감 났다. 장갑과 양말을 덧신고 외투를 걸치고 안전모를 쓴 후에야 첫 관문을 통과했다. 인수저장시설 입장 전에는 가슴에 방사선량계를 달고 신발을 갈아 신었다. 일반 구두와 같은 모양새지만 무게는 군대 전투화보다 무겁다.

안으로 들어서자 네모반듯한 회색 콘크리트 구조물이 눈에 띄었다. 까치발로 안을 보니 방폐물이 밀봉된 노란색 드럼이 보였다. 가로 4개, 세로 4개씩 총 16개 드럼이 콘크리트 박스에 들어갈 수 있다.

크레인이 움직이며 본격 시연이 시작됐다. 노란색 드럼을 들어 올려 왼쪽으로 보이는 컨베이어 롤러에 조심스레 내려놓는다. 천천히 이동하는 모습이 새색시가 시댁어른에게 차를 따르는 모습과 흡사할 정도로 조심스러웠다. 불과 5m가량 거리인데 4분 가까이 소요됐다. 드럼은 'ㄷ'자 모양 길을 따라 정밀 인수검사를 거쳐 오른쪽으로 돌아온 후 다시 콘크리트 박스에 적재됐다. 총 20분이 걸렸다. 이곳에서 하루 동안 검사할 수 있는 방폐물량은 45드럼 정도다. 검사 장소도 이곳 한 곳뿐이다. 저장고에 쌓여 있는 폐기물을 처리하려면 속도가 필요해 보이지만 이곳에서는 속도보다 안전이 우선이었다.

콘크리트 박스가 밀봉되고 전용트럭에 적재되면서 인수저장시설 시연은 마무리됐다. 시설을 빠져나오면서 확인한 방사선량계 숫자는 '0000'을 가리키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운반트럭이 건물 밖으로 나왔다. 동굴처분장으로 들어가는 순간에도 느림의 미학은 계속됐다. 시속 20㎞ 속도로 경사 10도 터널을 쭉 따라간다. 1.4㎞ 지점 터널 끝에 도착하자 거대한 철문이 열리면서 운반트럭이 진입한다. 하지만 바로 앞에 거대한 철문 하나가 더 있다. 첫 번째 철문이 닫힌 후 오염도 측정과 사일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기 흐름이 없음을 확인한 후에야 두 번째 셔터가 올라갔다.

트럭은 적재함을 사일로 입구 쪽으로 해 후진을 한다. 사일로 입구에서 방폐물을 기다리는 건 20톤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는 대형 크레인이다. 크레인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무의식적으로 "엄청 느리네"라고 혼잣말이 나왔다.

방금 전 인수저장시설 크레인 운반과 마찬가지로 조심스럽게 거대 콘크리트 박스를 트럭 적재함에서 들어올린다. 흔들림 없이 사일로 중앙까지 콘크리트 박스가 이동하면서 모든 시연은 끝났다. 다음 달부터 이 콘크리트 박스는 50m 아래 사일로 최하단부에 정치된다.

전체적으로 느리지만 신중한 느낌이었다. 방폐장이 조성되기까지 여러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작업 하나 하나에 철저함이 엿보였다. 처분할 폐기물이 많아도 이상이 있으면 진행을 안 하는 게 낫다는 현장 담당자 말에 이곳 방폐장 최우선 가치가 안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정형 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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