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시장이 최근 우리 경제흐름처럼 디플레이션 위기에 빠졌다.

가스 등 발전원료 가격(물가)이 떨어졌지만 수요 감소에 따른 도매가격 하락 등(소비 위축)으로 장기 침체(디플레이션) 가능성이 급부상했다.

전력을 만들어내는 발전은 대규모 투자를 요하는 장치산업이어서 투자비 회수가 불투명하면 아예 사업 시작이 불가능한 특성을 갖고 있다. 발전시장과 우리경제의 닮은꼴 위기가 깊어지면서 민간 발전분야 신규 투자가 유보되고 장기적 전력 공급능력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됐다.

9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저유가 기조로 발전용 가스 공급가격이 떨어졌지만 전력 도매가격까지 함께 추락했다. 결국 발전사들은 원료가격 인하에 따른 수익을 하나도 챙기지 못하고 도매가격 낙폭을 메우는 데 급급했다는 얘기다.

올해 들어 벌써 두 차례에 걸친 가스가격 인하로 전력 생산원가는 더 떨어졌지만 발전사 수익은 제자리걸음이어서 충격은 더했다.

전력 도매가격 하락은 발전사들이 한국도시가스로부터 가스를 일괄 공급받는 이유가 크다. 발전사업자 다수가 한 곳으로부터 같은 가격의 가스를 공급받다 보니 원료비 하락이 바로 시장가격으로 반영되는 구조다. 유가하락의 호재가 발전시장에서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구조다.

업계는 유가하락에 의한 호재보다는 오히려 디플레이션 걱정에 빠졌다. 지금처럼 과도한 전력가격 하락이 사업자의 투자 유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최근 1년 새 전력가격이 계속 감소 추세에 있었던 만큼 이번 추가 하락의 여파는 체감 정도가 다르다.

현재 전력가격은 오전 피크시간(10~11시)에도 ㎾h당 120원 선에 머물고 있다. 이는 2008년 수준으로 최근 지구온난화에 따른 평균기온 상승을 감안해도 싸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오전 피크시간 전력가격은 ㎾h당 200원을 넘어섰다. 같은 양의 전력을 판매해도 2년 전과 비교할 때 3분의 2 수준의 수익만 벌 수 있는 셈이다. 올해 1월 기준 평균가격도 140원 수준으로 3년 전부터 계속 떨어지고 있다.

업계는 지금 같은 저유가 행진이 지속되면 전력 도매가격이 100원대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설비투자 회수와 손익분기를 보장하기 힘든 수준의 가격으로 민간기업 입장에서는 더 이상 발전사업에 진출할 이유가 없는 마지노선이다. 당장 현상적으로는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주는 만큼 소비자들의 이득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신규 투자 감소로 결국 국가 전체 전력 공급능력 축소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문제다.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발전사 수익여건 악화로 영업이익률이 금융권 이자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전력가격 하락이 계속되면 민간기업들이 신규 설비 투자를 진행할 이유도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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