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머니의 역습일까. 바야흐로 에너지 패권 전쟁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중동 산유국이 미국 셰일오일 견제에 나서면서 글로벌 유가 전쟁이 본격화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내년 초까지 국제 유가 하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다.

매년 100조원에 달하는 원유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서는 국제 유가 하락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국제 유가가 10% 떨어지면 국내총생산은 0.27% 늘어나고, 민간 소비가 촉발되면서 투자도 활성화되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유가가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면 한국 경제 전반엔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다만 유가 하락이 너무 빠르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고, 업종별 영향도 달라진다. 자동차·항공·운송 등이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가 겹쳐지면 수출 주력 기업들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정유·석유화학·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산업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돼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재료가 싸다고 석유·화학제품을 창고에 쌓아둘 수 없기 때문이다. 정유 업종은 단기적으로 재고 자산에 대한 평가 손실이 대거 발생할 수 있다. 과거 비싸게 사들인 원유를 가공해 싼값에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경쟁 상품인 석유가격 하락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에 대한 투자 둔화도 점쳐진다. 국제 유가가 하향안정화 되면 신재생에너지가 가격경쟁력을 상실해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태양광 업황 회복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감이 커지면서 태양광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에너지산업계가 요즘 저유가시대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묘수 찾기에 더욱 분주해졌다.

함봉균기자 hbkon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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