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급락에 휘발유·경유 등 석유 제품 가격도 22주째 인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운전자들은 오랜만에 착해진 기름값 덕분에 '자동차 타고 다닐 맛 난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기름값의 절반을 넘는 유류세 때문에 소비자가 체감하는 인하 효과는 반감된다.

두바이유 기준 국제 유가가 배럴당 66~70달러를 기록함에 따라 향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500원대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현재 리터당 1600원대로 내려선 휘발유 가격은 원유가 수송돼 오는 시간인 40~50일을 감안하면 배럴당 80달러대 원유 가격이 반영된 것이다. 따라서 이보다 더 내려간 국제 유가가 반영되는 내년 1월 중순께는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500원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수도권을 포함해 일부 주유소는 이미 리터당 1500원대까지 휘발유 가격을 낮췄고 이는 계속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휘발유 가격이 1400원대였던 지난 2009년 2월 반영된 국제 유가가 40달러대였다는 것에 비춰보면 국내 휘발유 가격이 1400원대까지 내려가긴 힘들 것으로 계산된다.

미국에서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서 66달러까지 하락하자 휘발유 가격도 갤런(3.78리터)당 4달러에서 2.78달러로 떨어졌다. 국제 유가 하락폭 약 35%가 휘발유 가격에 그대로 반영됐다. 하지만 국내 기름값은 이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던 지난 1월 국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89원이고, 이는 1690원까지 내려 약 15% 인하에 그쳤다. 국제 유가 인하폭 3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석유 업계는 이 같은 가격 괴리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로 휘발유 가격의 절반을 넘는, 고정된 유류세를 꼽는다.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가격은 정유사 공급 가격과 유류세로 구성된다. 지난주 휘발유값 리터당 1717.3원은 정유사 공급 가격 695원(40.5%)과 유통비용·마진 120.2원(7.0%)에 세금 902.0원(52.5%)이 붙어 책정됐다. 이 가운데 교통세는 리터당 529원으로 고정돼 있고 교육세와 주행세는 각각 교통세의 15%, 26%다. 부가세 등만 가격에 따라 변동한다.

국제 유가가 큰 폭의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휘발유에 부과되는 세금은 고정돼 요지부동이기 때문에 정유사가 공급 가격을 인하해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하락폭은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아울러 서울 시내 등 임차료와 인건비가 비싼 지역은 이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인하폭이 더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가 하락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알뜰주유소는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수십억원의 세금이 지원된 알뜰주유소의 석유 제품 가격 인하폭이 기대에 못 미칠 뿐만 아니라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올해 1~9월 자영 알뜰주유소의 리터당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국 평균 가격보다 리터당 약 45원 저렴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로부터 지원 예산 규모를 감안할 때 미흡한 수준으로 평가 받았다.
알뜰주유소가 주로 지방에 편중돼 정작 휘발유 수요가 많은 대도시에서는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유가 하락으로 가격 경쟁이 치열해져 알뜰주유소의 실효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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