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설비 건설을 놓고 매번 지역 갈등과 다툼의 눈살 찌푸리는 모습만 연출했던 원전 산업에 상생의 사례가 나왔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자체에 대규모 지원을 지자체는 원전 건설에 적극적입 협조를 약속했다.
한수원은 신한울 원전을 건설 중인 울진군과 원전 건설관련 8개 대안 사업에 합의했다. 또한 신규 원전 유치지로 선정된 영덕과 삼척에 대해서도 각각 지역사업 개발 포럼을 결성하고 개별보상 관련 토지 매수를 진행하는 등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한수원과 울진군의 합의는 전원설비 갈등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이에 대한 지역 지원을 공식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초고압 송전망 구축을 놓고 대립해 온 밀양사태, 지난 10월 원전 건설을 반대한 삼척 주민 투표 등 최근까지 전원설비는 혐오시설로 인식되며 건설 소식이 있는 곳마다 논란을 빚어왔다.

21일 합의서 서명식에 참석한 정홍원 국무총리는 "국가 차원에서 원전시설 유치 지역은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원전유지와 지역 지원 사업을 공식화했다. 얼마 전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 위원회가 중간 경과보고를 발표하면서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 유치지역에는 반드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것과 같은 취지다. 송변전설비 주변지역 보상법이 제정된 이후 전원설비에 대한 지원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다. 전원설비를 혐오시설이 지역주민들이 반길 수 있는 효자시설로 바뀌기 위한 첫 단추가 채워진 셈이다.

이번 합의에 따라 한수원은 울진군에 대규모 지원을 진행하게 된다. 당장 현재 건설 중인 신한울 1·2호기만 해도 사업자 지원사업과 기본 지원 사업 등에 2425억원 가량의 지원금이 투입된다. 원전이 준공된 이후에도 발전소 운영기간 동안 꾸준한 지원금을 지급한다. 발전소 운영기간 60년 동안 생산전력 1㎾h당 0.25원이 기본지원사업비로 지자체에 지원된다. 약 3300억원 수준으로 지역 전기요금 보조와 방과 후 교실 지원, 학자금 지원 및 소득증대 사업 등에 분배될 예정이다. 이외 시설세 지방세 등 모든 비용을 합치면 총 1조6200억원의 지원금이 투입된다.

이밖에도 원전 및 협력업체 근무자와 그 가족들의 유입, 기존 지역산업과의 시너지, 신규업종 수요 발생 등으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울진군의 경제 흐름이 활발해지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전 지역사업과 달리 지역의료와 복지, 교육시설 현대화, 태양광 발전에 의한 소득증대 등 지역민들이 고루 혜택을 볼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맞춤형사업을 계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스>원전 경제효과 어느 정도?
경제 발전 차원에서 원전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는다. 건설경기 및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인 효과들을 양산하기 때문이다.

원전 건설은 실제 공사기간만 약 7년에 이르고, 계획부터 준공까지 10년 가량 소요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지난 2009년 국내 최장 대교로 기록을 세우며 개통된 인천대교 공사비는 2조4000억원이었다. 국내 최고층 건물로 건설 중인 제2롯데월드는 공사비만 약 3조5000억원이 소요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완공을 앞둔 신고리 3·4호기 공사비는 약 6조5000억원이다. 원전 하나 비용이면 제2롯데월드를 1.85개, 인천대교를 2.7개를 건설할 수 있다.

2010년부터 공사 중인 신한울 1·2호기 공사의 경우 사업자인 한수원이 직접 계약을 맺는 주계약 업체만도 190여개사에 이른다. 한국전력기술,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SK건설, GS건설을 비롯한 보조기기 업체들이다. 이들은 다시 협력사들과 계약을 이어가며 경제성장을 이끌게 된다.

현재 국내에는 모두 5기 원전이 건설 중이며 2기가 건설 준비 중이다. 이들 7기의 공사금액과 건설 중 지역에 지원되는 지원금을 모두 합하면 약 27조원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GDP(1조1,975억 달러)의 2%가 넘는 규모다.

인력도 대거 투입으로 고용창출 효과 또한 높다. 진시황릉에 동원된 연인원이 70만명이었지만 신한울 1·2호기는 이에 9배에 달하는 연인원 620만명이 투입된다. 제2롯데월드가 연인원 250만명, 인천대교가 연인원 200만명을 동원한 것과 비교하면 단연 국내 최대 규모다.

현재 한수원이 공사 중인 신월성 1·2호기, 신고리 3·4호기, 신한울 1·2호기 등 3개 발전소에 근무하는 인력만 해도 매일 4000명에 달한다. 이들 인력 가운데 대부분은 지역 주민이다. 신고리 3·4호기 건설 인력 1450여명 가운데 지역주민이 842명으로, 전체의 58%를 차지한다.

일자리 뿐 아니라 지역 제조업체로부터의 납품 등으로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효과도 크다. 주설비와 부대공사를 위한 5000여건, 1조1866억원의 계약 가운데 지역 업체와의 계약이 3300여건(66%), 4505억원(38%)에 달한다.

지역사회를 위한 특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2009년부터 원전 인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용접과정, 토목·건축과정 등 기술자를 양성하는 교육을 시행해 이들이 원전 건설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조정형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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