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85달러까지 떨어졌던 지난 2009년 11월 5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52원이었다. 그런데 5년 만에 국제 유가가 비슷한 수준인 86달러까지 내려갔지만,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00원에 육박하고 있다. 환율도 같은 기간 1182원에서 1060원선으로 내려갔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요즘 국내 휘발유 가격은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수준이다.

석유 업계는 이 같은 가격 괴리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로 국제 유가가 국제 휘발유 가격에 반영되는 시차가 있다는 것과 휘발유 가격의 절반을 넘는 고정된 유류세를 꼽는다.

싱가포르 거래가격 기준 19일 국제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97달러다. 이는 최근 국제 유가가 단기간에 급락했지만, 아직 국제 휘발유 가격에 하락분이 모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국제 휘발유 가격이 유가 내림폭에 맞게 떨어지고 정유사가 이를 정확히 휘발유 공급 가격에 반영한다면 1~2개월 안에 리터당 1600원대 휘발유 가격을 기대할 수 있다.

휘발유 가격 인하를 붙잡는 또 다른 요인은 유류세다.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가격은 공급 가격과 유류세로 구성된다. 휘발유 세전 공급 가격에 교통에너지환경세 529원, 교육세 79.35원, 주행세 137.54원, 수입부과금 16원, 관세 20.47원, 부가세 178.6원 등 총 960.96원을 더하면 일선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평균가격이 된다. 국제 유가와 국제 휘발유 가격이 큰 폭의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휘발유에 부과되는 세금은 고정됐다. 유류세가 요지부동이기 때문에 정유사가 공급 가격을 인하해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하락폭은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와 환율 변동을 그대로 휘발유 공급 가격에 반영해도 세금 때문에 소비자가 체감하는 효과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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