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전지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두산이 최근 그룹 미래 성장동력으로 연료전지를 낙점하고 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장을 선점한 포스코에너지와 2파전 구도를 형성했다. LG그룹도 2012년 연료전지 사업을 담당할 'LG퓨얼셀시스템즈코리아'를 설립하고 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연료전지 시장에서 수년 내 대기업 간 뜨거운 경쟁이 예상된다.

발전 시장도 규모를 더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연료전지 설치량이 처음으로 100㎿를 넘어섰다. 제조 분야에서 대기업이 시장을 선도하고 시장 수요가 증가하면서 연료전지 전성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대기업 각축장 연료전지 시장=두산은 최근 건물용 연료전지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미국 클리어에지파워를 인수하고 두산 퓨얼셀 아메리카로 전환·출범시켰다. 클리어에지파워는 건물용 연료전지 분야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지난해 미국 연료전지 제조기업 UTC 파워를 인수해 인산형연료전지(PAFC)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앞서 주택용 연료전지 개발 기업 퓨얼셀파워도 합병했다. 두산은 두 번의 연료전지 기업 인수합병으로 주택·건물용 연료전지 원천기술을 모두 보유하게 됐다. 퓨얼셀파워 합병에 이어 클리어에지파워를 인수하는데 3240만달러를 투자한 것은 최근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가 경색된 분위기를 감안하면 과감한 배팅이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두산이 연료전지 사업을 성장동력 사업으로 지목한 것은 시장 성장세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인수 당시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료전지 세계 시장 규모는 1조8000억원에 달했다. 앞으로 연평균 30%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2018년 5조원, 2023년 4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대 후반 이미 연료전지 기술 개발에 나선 두산은 지금을 투자 적기로 판단한 것이다. 신재생 의무할당제(RPS) 시행으로 한국이 세계 최대 연료전지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안정적 내수시장이 조성된 것도 두산의 선택에 힘을 실었다.

두산의 연료전지 사업 진출은 포스코에너지가 독점한 시장이 2파전 구도로 재편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산은 건물 등 중형 전력 소비처에 적합한 PAFC 방식 연료전지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포스코에너지는 대규모 발전용인 용융탄산염 연료전지(MCFC) 방식이 주력 제품이다. 하지만 포스코에너지도 최근 중소형 시장에 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두산도 MCFC 기술을 확보해 양사 경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 양사는 경기도 평택시가 추진하는 연료전지 발전 사업에 공동 참여하기로 하면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기업 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룹 주도로 연료전지 사업 육성에 나선 LG까지 2~3년내 사업화에 나설 계획이다. LG는 2012년 연료전지 사업을 담당할 'LG퓨얼셀시스템즈코리아'를 설립했다. LG와 LG전자, LG화학 3개사가 주주로 참여했고 사업화에 나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이 연료전지 제조 분야 글로벌 거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졌다. 연료전지 제조 원천기술 보유국은 미국과 일본 정도다. 국내 기업은 핵심 부품 제조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으나 포스코에너지와 두산의 투자로 격차는 크게 좁혀진 상태다.

◇발전 분야도 후끈=지난해 국내 연료전지 설치 용량은 109㎿로 2012년 3㎿ 대비 크게 성장했다. 경기도 화성 발안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인 60㎿ 규모 연료전지 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설치량이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61㎿를 기록한 풍력발전 설치량을 넘어선 수치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연료전지 설치용량이 풍력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연료전지 시장은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경기도 평택시는 세계 최대 규모 360㎿급 연료전지발전소 건설을 발표했다. 1단계로 2016년까지 100㎿급 발전소를 건설하고 2018년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총 투자비만 2조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이다. 연료전지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인수기지가 인접해 있고 변전소가 위치해 연료수급, 전력계통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서울시도 연료전지 사업에 적극적이다. 장기 계획으로 총 330㎿ 규모 연료전지 발전소를 신설할 계획이다. 130㎿는 직접투자, 200㎿는 발전사업자에게 맡겨 사업에 나선다. 계획대로라면 고덕동에 130㎿, 탄천 지하철 차량기지에 20㎿, 신내 차량기지 외 5개소에 110㎿를 설치한다. 이외에도 한국수력원자력이 120㎿, 동서발전이 60㎿, SK건설이 20㎿ 규모 발전소 건설에 나선다.

◇분산전원 보급 확대 연료전지가 주도=연료전지 발전 효율은 40% 이상이고 배출열을 이용하면 전체 연료의 최대 80%를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 가스터빈발전기 효율이 4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서울시가 연료전지 보급에 나선 것도 배출열을 지역난방열로 이용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연료전지가 주목받는 이유는 분산전원에 적합한 발전설비기 때문이다. 다른 발전소에 비해 부지도 작은 편이어서 입지 선정에 유리하다. 도심 지역 또는 건물 내에 설치할 수 있다. 이는 정부가 지향하는 분산형 전원 보급 정책에 부합한다. 대형 발전소는 대다수 도시와 떨어진 지역에 위치한다. 전력 사용량이 큰 대도시까지 송배전 설비를 추가로 건설해야 하지만 연료전지는 수도권에도 설치할 수 있어 송배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용어 설명> 연료전지= 연료전지는 수소를 연료로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발전장치다. 수소와 산소가 만나 물을 생성하는 화학반응으로 전기를 만든다.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반대 과정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 메탄, 메탄올 등 수소를 많이 포함하는 가스를 주입하고 연료전지 내부에서 수소를 따로 분리하는 개질과정을 거쳐 수소를 얻는다. 수소는 수용액에서 전자를 교환하는 산화·환원 반응을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수소와 산소가 물로 바뀌고 이때 에너지가 전기 에너지로 전환된다. 연료전지 종류에는 용융탄산염 연료전지(Molten Carbonate Fuel Cell, MCFC),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Proton Exchange Membrane Fuel Cell, PEMFC),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lid Oxide Fuel Cell, SOFC), 인산형 연료전지(Phosphoric Acid Fuel Cell, PAFC) 등이 있다.

최호기자 snoop@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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