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873만개 전신주(전봇대)에 무리하게 올려 진 각종 통신케이블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다. 선의 무게와 끌어당기는 힘 때문에 노후 전신주가 쓰러져 동 단위 지역 정전사태에도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다. 진척 없는 전신주 사용 임대료 논란과 한국전력의 관리 부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문제 해결이 더디다.

25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각종 방송·통신 케이블 사업자가 지불하는 전신주 임대료가 13년째 케이블 2기당 1000원 안팎으로 사용하지 않은 케이블과 무리한 케이블 적재에도 철거 등의 조치 권한이 없어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전신주 사용 월 임대료는 케이블 2기 기준 기간통신사업자는 1460원, 일반통신사업자는 900원을 부과한다.

정부는 1999년 국가정보화기본법, 전기통신사업법,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한전이 보유한 전신주를 전력공급 목적 이외에 남는 여유 공간을 KT·SKT·LG유플러스를 포함한 지역방송 등의 사업자가 임차해 설치 사용토록 했다. 2000년대 국내에는 초고속 인터넷 보급이 확대되면서 전신주 사용이 급증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된 관리 규제는 없는 상황이다.

한전은 자체 전신주 관리 규정에 따라 무분별하게 설치된 케이블의 사용을 금지했지만 불법 무단 설치는 오히려 늘었다. 철거 조치 권한이 없는데다 무단 설치 위약금도 임대료의 2배 수준이라 벌금을 내고 사용하겠다는 식으로 남용되고 있는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케이블은 설치 시간이 짧기 때문에 야간이나 새벽, 휴일 등 단속이 어려운 시간에 무단 설치 사례가 늘고 있다"며 "철거 등에 조치를 요구해도 이미 소비자와 서비스 계약을 진행 중이어서 강제 조치가 어렵고 집행권도 없어 벌금만 내고 마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하중을 이기지 못한 노후 전신주의 사고도 우려된다. 실제 지난 태풍 '산바'의 강한 바람으로 인해 500기에 가까운 전신주가 쓰러졌다.

전기공사협회 관계자는 "노후 전신주에 뒤엉켜 올려 진 각종 케이블로 인해 아무런 충격을 받지 않았는데도 전신주가 쓰러지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며 "최근 발생한 서울 화곡동이나 사당동 역시 같은 이유로 전신주가 쓰러지면서 대규모 정전피해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전 관계자는 "무리한 케이블 적재로 전신주가 쓰러져 정전사고는 매년 2~3건이며 이외 간접적인 피해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한전은 전신주 2기당 부과했던 요금체계를 전신주 1기 당 별도로 요금을 산정하고 케이블 추가 시 누진제 적용하는 '조수별 요금제' 시행을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협의해 현실화시킨다는 계획이나 통신 사업자들이 반발했다. 한전 전신주를 사용하는 통신사업자는 기간통신사업자(13개), 종합유선방송사(144개), 중계유선방송사(277) 등 전국 434개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무리하게 뒤엉킨 케이블로 인해 전신주에 무리가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전의 정기점검 등 관리 소홀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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