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60년을 이끌어갈 비전 녹색성장. 녹색성장은 녹색경제로 이행하는 데 필요한 환경 기반 시설 구축, 신성장동력산업 육성 등에 지속적인 개발과 투자가 가능하게 해 경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녹색성장 추진은 기후변화위기, 에너지위기 등 세계 동향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글로벌 녹색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 4년 동안 녹색성장을 위한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녹색기술 등 녹색산업 발전을 위한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전체 계획 관점에서 보면 이제 한 발 뗀 수준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의 녹색성장 경쟁력은 2010년 기준 28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8위를 차지한 것으로 평가했다. 전년도 24위에서 6계단 올라섰지만 덴마크와 같은 선진국들은 1970년대부터 녹색성장 정책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한국보다 현저하게 앞서있다. 우리나라가 녹색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해서는 녹색성장 정책의 중단 없는 실행이 뒷받침돼야 한다. 투자와 관심 이어가지 못하면 '수확'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녹색성장은 선택 아닌 필수=세계 각국은 경기침체로 고용 없는 성장, 에너지 안보위기, 기후변화 충격 등 당면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리나라 역시 경제의 기적을 만든 '고성장의 신화'는 이미 10여 년 전에 막을 내렸다. 미국 경제학자 크루그만이 지적한 것처럼 노동과 자본 투입에 의한 양적 성장은 한계에 직면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과 발전 방식을 찾아내지 못한 탓이다.

고유가로 인한 에너지 안보 취약성은 더욱 부각됐다. 산업 구조의 과도한 에너지 사용, 화석연료 의존도가 한계에 도달했다. 에너지 자원을 97%%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한 해에 1000억달러 가량을 비용으로 지불한다. 고유가 쇼크가 다시 찾아왔던 2008년에는 1400억달러를 투입했다. 자동차와 반도체, 선박의 수출 합계보다도 많은 규모다. 그럼에도 한국의 에너지 효율은 OECD 평균을 밑돌고 있으며 에너지 가격 변동의 직격탄을 맞는 구조다. 더구나 중국, 인도와 같은 신흥 거대국의 막대한 에너지 소비 증가 추세는 우리의 에너지 안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가 한국의 경우 15년 사이에 두 배나 늘어났지만 이에 대한 경각심도 대비책도 찾기 어려웠다. 선진국이 기후변화를 이유로 한쪽에서는 새로운 규제를, 다른 한쪽에서는 새로운 시장의 기회를 키워나가고 있는데도 우리나라는 외면했다. 녹색성장은 이 같은 과거를 결산하고 새로운 미래로 진입하는 패러다임 전환의 시발점으로 필연적인 선택지였다.

◇아직 갈 길이 더 멀다=지난 4년 동안 녹색성장을 위한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녹색기술 등 녹색산업 발전을 위한 기틀을 다졌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많이 남아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성장을 대한민국이 주창했다고 해서 성취 역시 세계적 수준이라 착각해서는 곤란하다"고 언급하며 분발을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이다. 녹색성장은 아직 끝을 알 수 없기에 지금 상황에서 성취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의 지적처럼 세상을 바꿔놓을 녹색 대전환 기술도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녹색 산업이 일어나고 있다고 해도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절감으로 이어지려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녹색 건물이 들어서고 녹색 교통 인프라가 확산돼도 녹색 생활이 정착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에너지 가격을 합리화하고 배출하는 탄소에 정당한 가격과 세금을 부과하는 일 또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기존의 상식과 통념, 관습과 관행을 모두 뒤집어야 가능하다.

그렇기에 매킨지는 우리나라가 녹색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해서는 녹색성장 정책의 중단 없는 실행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0년까지 세계 7대, 2050년까지 세계 5대 녹색강국 진입'이라는 녹색성장 국가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기후변화 적응 및 에너지 자립' '신성장동력 창출' '삶의 질 개선과 국가위상 강화'라는 3대 전략을 다음 정부에서도 관심과 투자로 이어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과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법 제정 시 여·야가 초당적인 만장일치로 합의 한 것은 녹색성장 기조를 다음 정부로 이어가겠다는 긍정적 대답이다.

◇녹색성장, 당면 과제는=안정적인 배출권거래제 시행,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수출 산업화, 에너지가격 현실화 등 녹색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과제는 쌓여있다. 녹색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정부가 선제적 투자를 확대해 민간의 녹색투자를 이끌어 내야 한다. 그래야 녹색일자리가 늘어난다. 동시에 녹색생활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배출권거래제, 친환경 세제개편도 추진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녹색금융·재정 지원 확대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녹색금융·재정지원이 불충분하다고 평가한다. 금융회사가 녹색산업을 지원하는 데 소극적이기 때문에 녹색산업은 정부의 정책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민간 자금 유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초기단계의 녹색산업이 성장단계로 진입할 수 있도록 직·간접적인 금융·재정을 지원하는 것과 동시에 민간자금의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김희집 액센츄어 아태지역 에너지산업 대표는 "우리나라의 중공업과 IT 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국책은행 등의 전폭적인 금융지원"이라며 "국책금융기관들이 녹색산업을 과감하게 지원하지 않으면 녹색산업 육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 녹색산업인 신재생에너지를 키우기 위해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문승일 서울대 교수는 "신재생에너지를 국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혹은 정부와 민간 등 여러 주체 간에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공생·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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