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거래소가 뜨거운 감자다. 이달 초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배출권 거래제의 제도적 기반이 완성되면서 여론의 관심은 이를 주관할 배출권거래소에 쏠리고 있다.

배출권거래소는 향후 탄소배출권 시장 활성화를 좌우할 핵심요소다. 역할에 따라 국내 기업의 지속성장과 동아시아 배출권 시장을 주도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외국 자본 공격에 휘둘릴 수도 있다. 이에 배출권거래소 선정의 쟁점과 필요 요건, 해외사례 등을 통해 거래소의 한국형 모델을 3회에 걸쳐 제시한다.<편집자주>
이달 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배출권거래법은 아직 배출권거래소의 실질적인 운영주체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거래소와 전력거래소가 배출권 거래소 지정 문제를 놓고 2파전을 벌이고 있다. 신규 거래소 설립보다는 기존 거래소 기능을 확대하는 것이 비용과 업무효율화 측면에서 두 기관이 유력 후보군으로 떠오른 셈이다.

양측의 명분은 '산업보호'와 '시장거래 활성화' 두 축으로 나뉜다. 전력거래소는 배출권거래 대상 상당수가 산업·발전 부문이고 전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실질적 온실가스 감축과 기업의 배출권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그동안의 시장개설 경험과 공정한 거래시스템 구비, 해외 연계거래의 안정적 운영 경험 등을 고려할 때 활발한 배출권거래 시장을 조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해외 탄소배출권 시장 동향에서는 표면적으로 금융거래소가 일선에서 부각되는 양상이다. 기존 배출권 시장을 운영하던 전력거래소도 이에 뒤지지 않고 금융거래소의 지분을 인수하며 탄소배출권 운영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영국 ECX, 프랑스 Blue Next, 독일 EEX 등이 바로 그런 사례다. 내부적으로 보면 경영권은 금융거래소가 가지고 있지만, 실제 거래는 기존 전력거래소 및 기후거래소 등 전문기관이 수행한다.

대표적인 배출권 거래시장인 EU 역시 초기 배출권거래소는 전력(에너지)거래소를 기반으로 출발했다. 탄소배출과 전력의 실수요가 비례하기 때문이다. EU 증권·선물거래소는 직접 배출권거래소를 설립하기보다는 전문 거래소를 자회사로 편입시켜 전문성을 유지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

노르웨이 Nord Poll, 독일 EEX, 프랑스 Blue Next에 각각 지분을 참여한 나스닥 OMX·Eurex·NYSE Euronext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 역시 아직은 전력거래소가 배출권거래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 산업계는 이번 배출권 거래제가 통과되면서 일정부문 산업계 보호를 위한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1일 지식경제부 주관으로 열린 '배출권 거래제' 시행방안 간담회에서는 각 산업계 대표들이 산업경쟁력을 고려한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아직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의무 감축국으로 분류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적인 배출권 거래시장이 정착되기 앞서 각 경제주체가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준비기간이 필요성하다는 설명이다. '선산업, 후시장' 기조다.

노희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거래소 주체의 운영능력이 곧 배출권 시장 발전을 가늠할 것"이라며 "각 경제주체가 적절한 준비기간으로 시장에 연착륙하고 거래 활성화, 불공정거래 방지, 참여 편의성 등을 고려해 기관의 이해관계와 정치적 고려를 떠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거래소가 지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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