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가스요금 동결로 생기는 부채)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5년째 원료비 인상폭을 가스요금에 반영하지 못한 결과다. 미수금으로 기업 신용도가 떨어져 해외자원개발 등 국책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4일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조치에 따라 도시가스를 도입원가 이하로 판매해 생긴 미수금이 지난해까지 4조4000억원 가량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들어 불과 3개월만에 4000억원의 미수금이 추가 발생했다.

미수금이 계속 늘어나는 이유는 현행 원료비연동제에 비상시 유보 조항이 있고 유보 결정이 잦아 요금인상을 적시에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유가와 환율급등으로 원료비 가격이 상승하거나 상승할 우려가 있으면 비상시 원료비연동제 유보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정부가 이 유보조치를 계속 사용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24회의 원료비 조정건 중 겨우 4회만 적용됐다.

미수금이 늘고 재무구조가 악화됨에 따라 가스공사의 국책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자원개발사업과 미공급지역 배관건설 등 국책사업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미수금 회수가 지연될 경우 여기에 투입할 운영자금 마련이 어렵다. 또 가스공사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로 요금인상 요인이 가중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무디스와 S&P는 미수금 회수 불확실 등을 이유로 가스공사 최종등급 전망과 개별등급신용을 하향 조정했다.

아울러 가스공사의 부채비율이 400% 이상 지속될 경우 도시가스사업법상 허가취소 사유 발생, 기존 외화차입금 조기상환 요구, 사채 발행 어려움 등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원료비연동제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 등 국가에서는 비상시 원료비연동제 유보 규정이 없고 시장가격을 유지해 가격변동요인을 적기에 반영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지난 2008년 유가급등 시 원료비 조정지연으로 도기가스사업자의 원료비 손실이 크게 발생함에 따라 2009년 5월부터 원료비 조정주기를 3개월에서 1개월로 강화했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는 "에너지공기업의 해외자원개발 활동이 부실한 재무상태로 인해 제동이 걸릴 수 있다"며 "부채비율 상승은 사채발행과 외화차입에 어려움을 초래해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국제입찰 자격심사에서 불이익 가능성도 커진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에너지가격 현실화 없이 말로만 외치는 에너지절약은 공허할 뿐"이라며 "요금조정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에너지절약에 대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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