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아시아 최초 대규모 심부(深部)지열발전 프로젝트 사업이 우리나라에서 시작됐다.

지하자원 개발업체인 넥스지오와 포스코·이노지오테크놀로지·한국지질자원연구원·한국건설기술연구원·서울대학교 등으로 구성된 '넥스지오 컨소시엄'이 지식경제부 연구개발 과제인 '㎿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자로 선정돼 최종협약을 맺은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하 5㎞ 부근의 지열을 이용한 인공지열발전기술(EGS:Enhanced Geothermal System) 상용화 프로젝트로, 200억원의 정부출연금을 포함해 총 5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1단계는 3㎞ 부근 심부에서 100도 이상의 열원을 확보하고, 2단계는 5㎞ 내외의 심부 시추와 인공지열저류층 생성을 통해 ㎿급 지열 발전소를 2015년까지 구축한다는 목표다.

◇안정적으로 전력 공급하는 신재생에너지원=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심부지열발전 프로젝트에 여러 기관들이 참가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심부지열발전 시설을 이용하면 우리나라와 같은 비화산지대에서도 계절이나 날씨에 관계없이 365일 24시간 전기를 생산해 기저부하를 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풍력 등 타 신재생에너지원은 출력이 불안정해 아직 이 같은 기능을 수행하기는 어렵다.

심부지열발전은 지하 4000~5000m를 시추해 지열에너지 저장 공간을 만들고, 여기에 물을 주입해 150~200도로 가열된 지하수를 이용해 발전과 난방열 공급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EGS 등 신기술이 개발되면서 비화산지대에서도 지열을 이용한 전기 생산이 가능해졌다. 히트펌프를 통해 바로 냉난방에너지로 전환되는 지표 부근의 지열보다 활용 범위가 넓은 것은 물론이고 연중 일정한 온도의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어 안정적인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EGS 등 심부지열발전 관련 기술이 등장하기 전에 지열발전소 건설은 주로 화산지대에서 이루어졌다. 이곳에서는 2000m 미만의 깊이에서도 고온·고압의 지열자원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지열발전, 얼마나 보급됐나=지난해 5월 국제지열협회(IGA)가 개최한 세계지열회의(WGC-2010)에서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세계적으로 총 24개국에서 500여기가 넘는 지열발전기가 가동되고 있다. 세계 지열발전 총 설비용량은 10.71GW 규모로, 연간 발전량은 약 6만7246GWh에 달한다.

지열발전소는 지난 1975년에는 세계 10개 국가에 총 1.18GW의 설비가 설치된 수준이었지만, 2005년 기준으로 24개 국가에 총 8.933GW로 규모가 늘어나 연평균 258㎿의 설비 증가를 기록했다. 2015년경 세계 지열발전 설비용량은 18.5GW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2010년 현재 지열발전설비 최대 이용국가는 미국(3.093GW)이며 △필리핀(1.904GW) △인도네시아(1.197GW) △멕시코(958㎿) △이탈리아(843㎿) △뉴질랜드(628㎿) △아이슬란드(575㎿) △일본(536㎿)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화산지대에서 지열발전 사업이 진행됐지만, 1970년대부터 EGS 등이 개발되기 시작해 현재는 호주를 비롯해 스위스·프랑스·독일·영국 등 비화산지대 국가에서도 지열발전소 건설이 활발하다.

미국은 캘리포니아 해안에 위치한 가이저 지역이나 하와이 같은 화산지대 외에도, 지열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미국 에너지부와 여러 업체들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2002년부터 진행하고 있으며 투자규모를 지속 늘려가고 있다.

호주에서는 40개 이상의 업체들이 지열발전소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슐츠 프로젝트를 통해 1997년 3800m 깊이로 개발된 지열개발공을 2001년부터 2007년까지 5000m 깊이로 재시추해 1.5㎿의 발전기를 설치하고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독일은 3.3㎿급의 란다우 지열발전소와 3㎿급의 운터하힝 지열발전소를 건설해 2008년부터 전력생산을 시작했다.

스위스에서는 EGS 방식으로 딥 히트 마이닝 프로젝트를 추진해 5009m 시추에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미세진동을 조사한 결과, 건설지역인 바젤의 지질구조가 EGS 지열발전소를 건설하기에 부적합한 것으로 판명돼 제네바와 취리히 인근 지역에서 새로운 후보지 탐사를 지속하고 있다.

◇국내 지원제도 마련 절실=심부지열발전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확고하면서도 장기적인 정부 정책과 더불어 민간자본을 유입시키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절실하다.

업계는 민간 투자유치를 위해 무엇보다 지열에너지 관련 권리를 법제화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냉난방에 주로 이용되는 천부지열의 경우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토지소유자의 에너지 이용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민법 제212조에서 토지소유권의 범위를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어 천부지열 에너지의 이용 권리관계 분쟁 소지는 많지 않다.

하지만 심부지열의 경우 지하의 지열수와 열석이 토지소유권자나 이용권자의 시추지점 토지를 벗어나 심부지하에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시추지점의 토지소유자와 그 주변 지열분포지역 토지소유자 간의 권리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초기 탐사 리스크 지원과 리스크 관리제도의 정비도 필요하다. 심부지열발전 기술은 탐사·심부시추 등 사업 단계별 리스크가 높은 첨단기술인 만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민간의 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리스크 관리제도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는 정부 보증이나 탐사자금의 성공부 조건 대여제도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호주처럼 시추 프로그램 직접지원금 교부 등의 제도를 도입하고, 세제지원 등을 시작하면 우리나라도 적극적인 민간투자를 통한 심부지열발전 산업 육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선일기자 ysi@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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