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지난 달 입법예고한 '소음진동관리법 개정법률안'을 두고 전자업계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소음진동관리법 개정법률안에는 2014년부터 가전제품 저소음표시제와 휴대형 음향기기 최대 음량 권고기준을 시행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환경부는 가전제품 저소음표시제를 도입하면 소비자가 저소음 제품을 선택해서 구입할 수 있고 기업의 저소음 가전제품 개발을 유도하는 한편 제품 수출 경쟁력도 향상할 것이라고 했다.

동전의 양면 같지만 업계의 입장은 정반대다. 자칫 기업 간 경쟁을 촉발해 투자부담으로 이어져 기업 경쟁력을 저하할 뿐 아니라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나마 작년 말 강제화하려던 것을 임의인증(자발적인증)으로 수준을 낮추기로 하기는 했지만 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임의인증이라고는 하지만 가전·전자제품의 특성 상 기업은 따지 않을 수 없다. 시장이 요구하는 사실상의 강제인증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도 국산 가전제품은 소음이나 품질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가전제품 저소음표시제를 도입하는 것은 규제를 통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셈이다.

지나친 저소음 경쟁은 소음에 영향을 미치는 고가부품과 기술 도입에 따른 원가 상승을 야기해 가전제품 가격만 올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소음을 낮추는데 필요한 고급 부품은 대부분 일본 등에서 수입한다. 결국 저소음표시제도는 외산 부품 구매를 촉진하고 국산 부품은 외면하게 해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 측면에서도 제품효율에 비해 비싼 비용을 지불하게 할 수 있다.

더욱이 소음표시제는 전자제품 경쟁국인 일본이나 중국·미국·유럽 어디에도 법으로 정해서 제도를 도입한 예가 없다. EU 에너지라벨링제도의 경우 에너지라벨에 소음방출량을 함께 표시하는 수준이다.

정부가 몇 년 전부터 시행 중인 에너지효율등급제도 고효율제품 판매를 촉진하고 가전업체의 고효율 기술 수준 향상이라는 좋은 효과가 있지만 업계와 소비자가 떠안는 부담은 상존한다.

고효율 가전제품은 대부분 전원장치로 고효율 인버터를 채택하게 되는데 기업들은 에너지효율이 기존 제품에 비해 40%가량 좋다고 하면서 가격은 두 배까지 올려 받는다. 그러나 사실상 1등급과 5등급 간 실질적인 전기요금 차이는 5~10% 내외다. 또 고효율 가전제품도 시간이 지날수록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 드라이브는 산업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구조조정 하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 상대적으로 중저가 보급형, 서민형 모델을 생산 보급하는 중소 완제품 기업들은 소음이나 에너지효율 경쟁이 과열되면 경쟁력이 저하되기 마련이다. 중소 완제품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면 해당 업종에서 2~3개 기업만이 남아 해외 기업과 경쟁하게 된다. 서민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가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

규제가 기술 수준을 끌어 올리는 작용을 한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과도한 규제는 자칫 업계와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시장 질서를 파괴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적정 수준의 규제와 함께 그에 따른 인센티브 정책 등 장려정책의 중요함을 잊어선 안 된다.
주문정·그린데일리 부장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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