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이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언급한지 20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그 말의 의미를 실감하고 있다.

중국이 일본과의 외교전에서 희토류를 '조커'로 사용하자 일본이 힘없이 굴복하는 것을 지켜봤고 세계 희토류 생산의 90%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이 희토류 생산 및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하자 주요 희토류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을 확인했다.

미사일·전기자동차·반도체·풍력발전기 등 주요 산업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희토류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중국의 희토류 관련 정책은 세계 각국을 긴장시키고 있으며 앞으로의 대책 마련을 고심케 만들고 있다.

◇희토류 가격 왜 오르나=희토류의 한 종류인 네오디뮴은 과거 톤당 5만위안도 안 되는 가격에 거래됐지만 2008년 톤당 10만위안까지 가격이 폭등했으며, 현재는 20만위안(3500만원)에 팔리고 있다.

영구자석 등에 들어가는 산화세륨의 가격은 일 년 동안 10배 이상 올랐으며 같은 기간 동안 산화이트륨은 9배, 복합희토류 화합물은 12배 이상 가격이 상승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와 같은 국제 거래기능이 없어 공급구조가 매우 취약한 희토류 시장에서 희토류 생산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중국이 수출물량을 본격적으로 제한하자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더욱이 중국의 희토류 생산량은 앞으로도 급격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이 같은 급격한 가격 상승은 한때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의 희토류 수출량은 전년대비 9% 이상 감소했으며 올해는 무려 2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반면에 희토류의 전 세계 수요는 매년 평균 8% 이상 늘어나 2015년경이면 약 21만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독점적 생산자인 중국의 생산·수출물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반해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은 희토류 가격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키고 있다.

◇희토류 통제 더욱 심해진다=중국이 희토류 생산·수출 물량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점차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희토류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아 희토류의 수요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미래에 대비하겠다는 의도다.

2009년 말 기준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은 3600만톤으로 전 세계 희토류의 36%가 중국에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계속된 채굴과 수출로 2005년 8731만 톤보다 무려 58% 이상 감소한 양이다. 또한 중국의 희토류 수출량과 국내 수요량은 각각 6만톤과 5만톤인데 비해 현재 중국의 생산 가능량은 20만톤 규모로 과도한 상태다.

희토류 생산 및 수출물량을 줄여 자국의 희토류 확보량을 늘리려는 중국의 선택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올해 초에도 강력한 희토류 생산 통제 정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희토류 광산 국가계획지구를 설치해 희토류를 직접 관리하고 중국 내 90여개의 희토류 개발 기업들이 참여하는 중국희토협회를 설립한다는 발표로 포문을 열더니 최근에는 오는 10월부터 희토류 생산기업에 대한 강력한 환경규제를 시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이 희토류의 지속 가능한 개발과 환경보호를 위해 설치하기로 한 희토광산 국가계획지구는 장시성 간저우 등 11곳, 총 면적 2500㎢에 달한다. 국가계획지구 희토류 매장량은 76만톤에 달하며 특히 가격이 비싼 터븀 등 중희토류 매장량이 71만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10월부터 시행되는 환경규제는 더욱 강력하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내 희토류 생산기업은 현재 폐수 1ℓ당 300~5000㎎인 암모니아 질소 함량을 2012년 2월부터 2016년까지 15㎎으로 낮춰야 한다. 대다수의 중소 희토류 생산기업이 제대로 환경 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중국의 현실을 감안하면 중국 희토류 업계에 상당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환경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자국 내 희토류 생산기업의 40%이상이 대기업에 흡수되거나 문을 닫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을 대체할만한 희토류 생산 국가가 나오지 않는다면 당분간 희토류 가격은 중국에 의해 좌지우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은 희귀하지 않은 희토류, 중국이 주도권 잡은 이유는=희소금속의 일종인 희토류는 사실은 이름처럼 희귀한 금속이 아니다. 전 세계 매장량 중 상당량이 중국에 존재하기는 하지만 다른 국가에도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중국에 약 36%가 매장돼 있으며 러시아와 미국에도 각각 22%, 15% 가량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09년 말 기준으로 러시아와 미국의 희토류 생산량은 전무할 만큼 생산에 있어서는 중국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1970년대까지 전 세계 희토류 생산 1위 국가는 미국이었다. 한때 63%까지 점유율을 높이는 등 전 세계에 희토류를 공급했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중국의 저가 희토류가 시장에 출시되면서 미국의 점유율은 점차 낮아졌다.

중국이 풍부한 매장량과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저가의 희토류를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미국의 채산성은 크게 떨어졌고 이로 인해 미국은 희토류 광산 및 생산시설의 수를 점차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더욱이 가공과정에 염산·초산이 사용되고 폐수처리에 있어서도 막대한 양의 중화제를 투입하는 등 희토류 생산에 따른 환경오염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미국은 과감하게 희토류 사업을 포기했다.

본격적으로 희토류 생산에 뛰어든 중국은 생산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관련 기술까지 독점해 오늘날 세계 희토류 시장을 독점하는데 성공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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