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금융기관 관계자를 사칭하여 40대 남성 C씨에게 접근했다. A씨는 C씨에게 카드사 대출을 받아 은행에 돈을 입금하고 체크카드를 건네면 저금리 대환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이고 현금 4천여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대환 대출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후 기존 대출금이나 연체금을 갚는 방식. A씨는 이런 방법으로 한 달간 수십여 명으로부터 약 3억 6천여만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불황이 오래 이어지며 금융기관, 정부기관 관계자를 사칭하여 저금리 대환대출을 해준다며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형사전문변호사로서 보이스피싱, 사기, 경제 금융 사건을 집중적으로 담당해 온 법무법인 창과 방패 이민 대표변호사는 “C씨와 같이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속아 체크카드나 계좌 정보, 현금, 문화상품권 등을 제공하여 손해를 보고 상담을 하는 분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문제는 이들도 피해자임에도 체크카드를 전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한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피해자에게 얻어낸 체크카드나 계좌 정보 등을 이용해 다른 피해자의 금전을 취득하는데 사용한다. 즉 본인이 제공한 체크카드, 계좌 정보 등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바. 범행을 돕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의 3은 누구든지 계좌와 관련된 정보를 사용 및 관리함에 있어서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또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계좌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받거나 제공하는 행위 또는 보관ㆍ전달ㆍ유통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여 계좌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받거나 제공한 자 또는 보관ㆍ전달ㆍ유통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한 보이스피싱 사건에 사용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인지하고 있었다면 미필적 고의로나마 사기를 방조한 혐의가 인정되어 처벌 될 수 있다.

미필적 고의 인정 여부, 피해 사실 등 명확한 증거 진술로 증명해야

얼마 전, 대전지법은 대출 받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속아 체크카드를 넘겨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일이 있었다.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출 등을 약속받고 체크카드를 넘긴 경우라도 대가성이 없었다면 무죄라는 취지다.

법원은 본 사건의 피고인인 ㄱ씨가 체크카드를 교부한 행위는 그 자체로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2호, 제6조 제3항 제2호 등이 규정하는 접근매체 대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근거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민 형사전문변호사는 “이렇게 사안을 파헤치고 깊이 들어가면 혐의를 벗어날 수 있는 근거를 찾을 수 있다”며 “하지만 갑작스럽게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되면 객관적으로 사실을 바라보기 힘들고, 섣부른 대응을 하는 분들이 있는 바. 보이스피싱 사건은 특히 형사전문변호사의 상담을 받고 신속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한다.

또한 본인이 체크카드 등 금융 정보를 제공하고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된 경우 피해자들이 피해금을 송금한 해당 계좌를 지급 정지 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갑작스럽게 계좌가 정지당한 경우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지급 정지 해제를 위한 사유를 증명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수사기관에서 해당 계좌가 사기이용계좌로 이용되었으며, 주체가 아니라는 점이 인정되면 지급 정지가 해제된다. 단, 보이스피싱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이의 제기 기한을 넘긴 경우에는 계좌 지급 정지 해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렇게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되면 금전적, 정신적 피해가 상당하며 형사사건 외에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 민사 사건까지 얽힐 수 있다. 때문에 단계별 적절하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바. 신뢰할 수 있는 금융변호사를 찾아 상담을 받은 후 대응을 하는 것이 좋겠다.

구교현 기자 (kyo@greendaily.co.kr)

저작권자 © NBN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