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스태프들을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우가 집행유예 확정 판결을 받았다. 배우 A는 지난해 7월 자신의 자택에서 술에 취해 자고 있던 스태프 B를 성폭행하고 또 다른 스태프를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B는 만취해 잠든 사이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A는 B가 지인에게 메신저를 보낸 기록이 있다며 B가 만취해 잠든 상태가 아니었다고 반박해 대립구도가 형성됐다.

반면 피해자가 술을 많이 마셔 자신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였다고 해도 준강간죄 성립요건인 ‘심신상실 상태’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도 존재한다. 해당 판결에서 C는 행인들에게 전단지를 나누어주다가 만취한 여성 D와 E를 만났다. 당시 D와 E는 둘이서 소주 6병을 나누어 마신 상태였고, C와 노래방에서 1시간을 어울리며 추가적으로 술을 마셨다. 이후 C는 D와 단둘이 모텔로 갔다. 이 과정에서 D는 걷다가 구토를 하고, 모텔 입구 바닥에 주저앉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C는 D와 한차례 성관계를 가졌고, 또 한차례 관계를 하려다가 술이 깬 D의 거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후 D는 C를 상대로 준강간 및 강간 미수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재판에서 D는 ‘소주를 다섯 병 마신 것 까지는 기억나지만, 모텔까지 가게 된 일이나 모텔에서 성관계를 가진 일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은 C가 만취한 D의 항거불능 또는 심신상실 상태를 이용해 간음했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징역 3년의 원심을 파기하고 C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해자가 만취해 당시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피해자를 간음했다고 볼 수 없다.’, ‘의식이 있을 때 한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일시적 기억상실증인 블랙아웃 증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서율 김현지 변호사는 “최근 성범죄에 대한 재판부의 태도가 매우 엄격해졌다. 벌금형 이상만 받아도 형사처벌은 물론 신상정보 고지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 또한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재판부에 블랙아웃 현상을 들어 적극적으로 법정 공방을 펼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 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라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형까지 선고될 수 있으며, 신상정보가 공개되는 보안처분을 피하기 어렵다.

법무법인 서율 김현지 변호사는 “준강간죄의 경우 보통 과한 음주로 인해 혐의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당사자들 간의 주장이 엇갈려 치열한 법정 분쟁으로 이어지곤 한다.”, “이때 사건의 진위를 파악해 피해자가 심신상실 혹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음을 입증할 수 있다면 혐의를 벗어날 수 있다. 다만 객관적인 입증이 필요하기에 반드시 법률대리인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한편 법무법인 서율 김현지 변호사는 서울 및 경기, 전국에서 수많은 성범죄 사건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 대기업 법무팀 팀장 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집요한 분석과 날카로운 변론을 통해 성범죄 및 다양한 분야에서 법률적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

구교현 기자 (kyo@green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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