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이 아니라 기술을 파는 회사 ‘애플’ ‘다이슨’ ‘로라스타’ 공통점은?

[그린데일리 = 남정완 기자]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새로운 세계를 여는 사람이나 브랜드를 보고 우리는 감탄해 마지 않는다. 이는 특정분야에만 그치지 않는다. 전자제품부터 유아용품, 패션이나 커피까지 망라한다.

제품이 아니라 기술을 파는 회사 ‘애플’ ‘다이슨’ ‘로라스타’ 공통점은?

대표적인 브랜드를 꼽으라면 ‘애플’과 ‘다이슨’을 들 수 있다. 애플은 2007년 6월 29일 ‘아이폰’을 발표하면서 스마트폰이라는 물건을 세상에 알렸다. ‘애플=혁신’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CEO였던 ‘스티브 잡스’ 본인이 곧 브랜드였다. 애플은 기능적으로 휴대 전화기에 당시 유행하던 MP3를 넣었다. 이후로 모든 스마트폰은 애플이 열어놓은 길을 걸었다. 하지만 애플의 감성을 쉽게 흉내 낼 수 없었다. 기술로는 경쟁할 수 있지만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주는 독특한 경험은 또 다른 영역이다.

애플의 아이폰은 실제 물체를 만지고 터치하는 ‘물성’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화면을 직접 사용자가 터치하고 누르고 쓸어 넘기는 물리적 경험을 스마트폰에 넣었다. 이는 기술적 요소로 경쟁사와 애플을 차별화시킨 요소인 동시에 사용자에게 최신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동안에도 아날로그 경험을 일부 선사한 것이다. 지금은 그 공식이 깨트려졌지만 스티브 잡스가 끝까지 고수했던 한 손 조작이 가능한 인터페이스에도 애플의 철학이 반영됐다.

제품이 아니라 기술을 파는 회사 ‘애플’ ‘다이슨’ ‘로라스타’ 공통점은?

또 다른 예로 ‘다이슨’을 살펴보자. 애플은 스티브 잡스 본인의 이름을 따진 않았지만 다이슨은 창업자인 다이슨의 이름을 그대로 브랜드로 만들었다. 해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예다. 창업자의 이름을 건 만큼 자부심이 높다. 우리는 다이슨을 청소기나 날개 없는 선풍기 브랜드로 알고 있고, 그것이 틀린 얘기가 아니지만, 다이슨은 단순히 제품이 아니라 기술을 파는 회사 중 하나다.

다이슨은 세계 최초로 먼지봉투가 필요 없는 백리스(bagless) 타입 진공 청소기를 개발한 제임스 다이슨이 1993년 설립한 영국의 기업이다. “일상의 문제를 기술을 통해 해결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불편함에서 혁신을 찾는다. 120여개 모터를 1년 6개월인 넘는 기간 동안 각종 연구를 통해 청소기에 들어가는 모터 하나를 만들어낸다. 다이슨의 대표적인 무선 청소기 V8에 들어간 110,000 rpm의 DDM 모터가 그 것이다. 이 모터는 혁신적인 구조 덕분에 레이싱카에 달린 모터보다 약 7배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고 한다. 다이슨은 가전 제품뿐만 아니라 전기차(프로젝트 E) 개발에도 뛰어들어 2020년까지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기술은 단순히 동급 대비 스펙을 뜻하지만은 않는다. 글로벌 시대에는 기술이든 디자인이든 국경을 뛰어넘어 하루 아침에 똑 같은 제품을 뚝딱하고 만들어 낸다. 기업간 기술과 디자인 분야를 둘러싸고 각종 소송과 신경전이 펼쳐지는 광경을 자주 접한다. 단지 보기 좋아 보이는 제품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술을 뛰어넘는 철학이 있는 회사가 살아남는다. 경쟁사들이 제품 배끼기에 몰두할 때, 혁신 기업들은 한 두 단계 앞선 기술 개발에 투자한다. 이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로라스타 스팀다리미 시스템 펄스실버(Pulse Silver)
<로라스타 스팀다리미 시스템 펄스실버(Pulse Silver)>

‘로라스타’는 다리미 회사다. 다리미만 만들어 왔다. 지난 35년 동안. 그런데 문제는 가격이 무척 비싸다. 무려 448만원이다. 아니 무슨 가정용 다리미가 이렇게 비쌀 이유가 있을까? 가격 이슈를 잠시 제쳐두고 이 스위스 브랜드의 기술 철학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요소가 숨어 있다. 우리가 가장 흔히 접하는 다리미는 가장 대표적인 가전 제품이다. 가격도 품질도 실용성에 맞춰져 있다.

‘로라스타’는 이색적으로 다리미 판에 그들의 기술 노하우를 접목시켰다. 스팀 다리미는 이제 그다지 신기한 물건이 아니지만 로라스타는 가정에서 쉽게 다림질을 할 수 있도록 강력한 스팀이 나오는 다리미를 만들었다. 구김이 잘 가지 않도록 다리미 판 아래에 펜을 장착해 다리미 판을 부풀리거나 팽팽하게 잡아 당길 수 있어 옷감이 잘 펼쳐지고 움직이지 않도록 잡아준다. 로라스타 측은 이를 '액티브보드(Active Board)', 블로워(blower)와 진공시스템이라 각각 부른다.

누가 다리미가 아니라 다리미판에 신경을 쓸 생각을 했을까? 가격은 여전히 납득하기 어렵다. 국내 사용자를 위해 198만원짜리 저렴한(?) 모델(GO 플러스)을 내놓았다. 다림질을 하는 경험은 매우 흔하고 친숙한 것이어서 여기서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해 내기란 어렵다. 하지만 그 일을 훌륭히 해낸 것이다. 가격만 놓고 보면 결코 모두를 위한 제품은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만이 이 제품을 구입할 거란 예상과 달리 국내 론칭 1년 만에 2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제품이 아니라 기술을 파는 회사 ‘애플’ ‘다이슨’ ‘로라스타’ 공통점은?

애플, 다이슨, 로라스타 등 자기 분야에서 혁신을 보여주고 경제적 성공까지 거머쥔 브랜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제품 하나에 몰두하기 전에 사용자의 경험에 깊은 관심을 갖는다. 사용자들이 불편해하고, 원하고, 찾고 있는 바로 그 지점을 향해 기술을 집약한다. 디자인도 기술도 동전의 양면과 같다. 단지 좋아 보이도록 제품을 만드는 것을 추구하지 않고 기술이 가장 빛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물론 이 모든 설계의 바탕에 사용자에게 독특하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려는 기업 철학이 녹아져 있다.

애플은 모든 사람들의 손 안에 자신만의 인터넷 세상을, 다이슨은 혁신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집안을, 로라스타는 가정에서도 전문가의 다림질을 경험하도록 하는 데 한 길을 걸어왔다. 소개한 브랜드들은 검색하고, 청소하고, 다림질하는 지극히 평범한 행위들을 놀랍도록 다른 차원으로 옮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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