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카이프, 2년만에 볼캡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라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의 성장은 우리나라 패션잡화 브랜드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극적이다. 2011년 연 매출 1억 원으로 시작해 지난해 1600억 원으로 7년간 무려 1600배 성장했다. 지난해 세계 1위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LVMH) 그룹이 600억을 투자했고, 현재 시장이 평가하는 기업 가치는 1조 원에 이른다.

2016년 런칭한 볼캡 브랜드 듀카이프 또한 불과 2년 만에 국내 볼캡 마켓을 뒤흔드는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아직 젠틀몬스터의 성과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성장 속도와 제품 전략은 여타 볼캡 브랜드에 비해 단연 돋보인다. 해외 유명 스포츠 구단들의 심볼을 박은 천편일률적인 국내 볼캡 시장에서 기존 트렌드에 도전하는 차별화된 디자인과 기능성으로 승부를 걸었다.

젠틀몬스터의 ‘퀀텀 프로젝트’(좌)와 ‘SINCERITY 03’ 선글라스 제품(우)
젠틀몬스터의 ‘퀀텀 프로젝트’(좌)와 ‘SINCERITY 03’ 선글라스 제품(우)

젠틀몬스터는 기존 선글라스나 안경 업계가 시도하지 않았던 과감하고 실험적인 '공간 마케팅'을 펼쳤다. 설치 예술과 공간 예술을 전면에 내세운 매장 설계가 주효했다. 매장의 콘셉트와 인테리어, 디자인을 25일마다 새롭게 바꾸는 이른바 '퀀텀 프로젝트'는 신선했고, 고객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젠틀몬스터의 매장에서 다채롭고 수준 높은 미술관에 온 느낌을 받았다. 이는 빠른 시간 안에 젠틀몬스터의 브랜드 이미지를 '하이엔드'로 끌어올렸다. Matches Glasses나 Pencil Glasses와 같은 감각적 디자인의 제품들의 매력과 효과적인 PPL도 성공 요인에서 빼놓을 수는 없지만 기존 안경 업계가 시도하지 않았던 공간과 설치 예술의 접목이야말로 오늘날의 젠틀몬스터를 만들었다.

듀카이프의 마스크 모자 ‘프랑켄더스트’(좌)와 아시안핏 모자 ‘플렉스앵글’(우)
듀카이프의 마스크 모자 ‘프랑켄더스트’(좌)와 아시안핏 모자 ‘플렉스앵글’(우)

듀카이프는 브랜딩의 목표를 '볼캡의 진화'로 잡았다. 이에 'Progressive(진화하는) Headwear Brand'를 표방하며 런칭과 함께 P(progressive)-Project에 들어갔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이 이른바 '마스크 모자'로 불리는 '프랑켄더스트'다. 모자에 리벳을 달아 마스크를 귀가 아닌 모자에 직접 걸 수 있게 한 해당 제품은 국내외 볼캡 시장에 '마스크 모자'라는 카테고리를 아예 새롭게 창출했다. 미세먼지 이슈가 심각한 동북아 시장을 겨냥하여 국내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먹혔고, 순식간에 듀카이프라는 브랜드를 시장에 각인시켰다.

두 번째 P-Project로 탄생한 아시안핏 모자 '플렉스앵글'도 좌우로 넓적한 아시아 사람들의 두상에 적합한 기능적인 디자인으로 다시 한 번 반향을 일으켰다. 기존 모자들이 서양인 두상에 맞추어져 있던 관행을 깨트린 것이다. 볼캡 디자인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이 두 제품은 이제 볼캡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최근 젠틀몬스터는 '탬버린즈'라는 뷰티 브랜드로 새롭게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고, 듀카이프는 세 번째 P-Project인 '캡사이클링'에 들어갔다. 탬버린즈는 신비하고도 심미적인 공간을 설계하고 있고, 캡사이클링 프로젝트는 다시 한 번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콘셉트의 볼캡을 만들고 있다.

젠틀몬스터와 듀카이프는 레드오션을 넘어 블랙오션이라고 불리는 패션 제조업계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교과서 같은 이야기지만 실험적인 제품 개발과 차별화된 브랜딩이 그것이다. 많은 선글라스 브랜드가 젠틀몬스터의 공간 마케팅을 따라하고, 많은 볼캡 브랜드가 듀카이프의 마스크 모자를 모방하고 있지만 프론티어와 카피캣의 미래는 다를 것이다. 경쟁 업체들이 아이디어를 훔치고 있는 동안 이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뉴스팀 (news@greendaily.co.kr)

저작권자 © NBN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